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생전에 인류의 행동이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를 해왔다. 그는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를 다룬다면 지구는 재앙을 맞을 것이다. 인류가 생존하려면 앞으로 100년 안에 우주로 이주해야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류는 지구를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국립생태원의 초대 원장이자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인 최재천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K호텔 서울에서 열린 세계과학한림원서울포럼에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유지할 방법을 제시했다.

아낌없이 주던 자연 사라지고 있어, 인류가 변화해야
과거 자연은 인류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았다. 하지만 이제 자연에게 이런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과실을 내어주고 통나무를 내어주고 이제는 밑동만 동그라니 남은 늙은 나무와 같다.
최재천 교수는 자연을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던 ‘아낌없는 나무(셸 실버스타인 원작)’라고 비유했다. 그는 “21세기 들어 지구의 생태계는 점점 더 황폐지고 있다”며 “이제 자연은 아낌없이 줄 수 없다. 줄 수 있는 능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인류가 자연을 도와줘야한다”며 “인류가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인류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인류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서는 인류가 일대의 ‘전환’을 만들어야한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그가 말하는 ‘전환’이란 ‘생태적 전환(Eco logical Turn)’을 뜻한다. UN이 지정해서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하고 있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생태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류의 존재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특히 인간이 자연에 새로운 ‘신종’을 만드는 작업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GMO 등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인류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 만들어낸 유전자재조합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은 아직도 국제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자연 생태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식품을 만들어내면서 식품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 잡초와 생물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자연생태계에서 만들어진 생명이 아닌,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신종’은 자연 생태계에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며 이런 것들을 개발하는데 있어 신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생물다양성’ 보호는 관심과 사랑에서부터 시작
최 교수가 강조하는 ‘생태적 전환’이라는 의미 안에는 ‘생물의 다양성을 보호해야한다’는 인류의 당면 과제가 숨어있다. 그는 “생태적 전환을 위해 인류가 노력함으로서 생물다양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물 다양성이란 ‘생물학적인 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을 뜻한다. 생물 다양성에는 생태계 다양성, 종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이 모두 포함된다.

지구에는 각각 기후에 맞는 독특하고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하나의 생태계에도 다양한 종이 공존하며, 하나의 종이라도 그 속에는 다양한 대립 유전자가 있어 개체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최 교수는 현재의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협하는 요소를 두 가지 꼽았다. 하나는 ‘기후변화’, 또 다른 하나는 ‘생물다양성의 상실’이었다.
기후변화는 대부분의 경우 대중들에게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생물 다양성 상실은 오랫동안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에 대한 위험성을 쉽게 인지하지 못했다.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은 쉽게 목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우리는 이제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의 동물과 식물이 멸종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생물 다양성을 확보 및 보호하는 일은 지구 생태계를 지키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지구는 인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터전을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서서히 ‘파괴’시키고 있다.
인류의 삶은 앞으로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처럼 100년 안에 끝이 날 수도 있다. 인류가 '제6의 멸종'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면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호재가 된다. 그만큼 지구에 가장 해를 끼치는 생명체가 인류라는 뜻이다.
최 교수는 인류가 동식물과 ‘공생의 지혜’를 배우지 못한다면 인류의 종말은 더욱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생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생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일단 사랑하게 되면 그를 해치는 일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란 플라스틱 쓰레기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불편해지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며 강연을 마쳤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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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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