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의 해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최약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연출하고 있어 이 분야 전문가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 빙상(ice sheets)은 1990년 대 이래 녹는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지구 해수면을 1.8㎝나 상승시켰다. 이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상정하고 있는 최악의 기후 온난화 시나리오와 일치하는 것이다.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와 덴마크 기상연구소의 새 연구에 따르면, 빙상 해빙이 이런 속도로 계속되면 해수면은 금세기 말까지 17㎝나 더 높아지고, 지구촌 1600만 명이 추가로 연례적인 해안 침수(coastal flooding)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 31일 자에 발표됐다.

전 세계 해수면 해마다 4㎜씩 상승
1990년 대에 처음으로 빙상을 인공위성으로 감시하기 시작한 이래, 남극대륙 해빙은 현재까지 전 세계 해수면을 7.2㎜ 끌어올렸고, 그린란드 해빙은 해수면을 10.6㎜나 상승시켰다.
아울러 최근 측정에 따르면 전 세계 해수면은 해마다 4㎜씩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리즈대 극지 관측 및 모델링 센터 톰 슬레이터(Tom Slater) 박사는 “우리는 극지 빙상이 바다와 대기의 온난화에 반응해 점점 더 많은 양의 얼음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해빙 속도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가속화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슬레이터 박사는 “빙상 해빙은 우리가 사용하는 기후 모델을 추월하고 있으며, 우리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지 못할 정도로 큰 위험에 처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빙상 질량 균형 상호비교 국제공동연구’(IMBIE, Ice Sheet Mass Balance Intercomparison Exercise)의 최신 위성 조사 수치와 기후 모델 계산을 비교한 결과다.
“폭풍-해일 침수 주기 두 배로 늘어날 것”
연구팀은 분석 결과, 빙상이 가장 최근의 IPCC 대규모 보고서에서 상정한 최악의 기후 온난화 시나리오가 예측한 속도로 얼음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공저자인 리즈대 지구 및 환경 학부 애나 호그(Anna Hogg) 박사는 “빙상 손실이 최악의 기후 온난화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빙상 해빙으로만 17㎝나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호그 박사는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수많은 해안 도시들에서 폭풍-해일 침수(storm-surge flooding) 주기를 두 배로 늘리기에 충분한 수치”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구 해수면은 대부분 열 팽창(thermal expansion)이라 불리는 메커니즘에 의해 증가해 왔다. 기온이 따뜻해짐에 따라 바닷물 부피가 팽창해 해수면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에는 극지 빙상과 산악 빙하가 녹은 얼음물이 온난화에 의한 바닷물 팽창을 추월해 해수면 상승의 주 원인으로 등장했다.
해빙이 해수면 상승의 주 원인으로 등장
논문 공저자로 덴마크 기상연구소 기후 연구가인 루스 모트람(Ruth Mottram) 박사는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요인은 남극대륙이나 그린란드의 해빙뿐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수 천 개의 작은 빙하들이 모두 녹거나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2014년에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아이슬란드의 오케이(Ok, Okjökull) 빙하에서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제 해빙이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광범위한 연안 침수와 함께 폭풍 해일 홍수가 잦아지고 지표수와 지하수의 염도가 상승하는 한편, 갯벌과 항만의 피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 엄청난 재해를 가져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간 협의를 즉각 실천해야 할 때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지적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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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9-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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