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농업과 도시화를 위해 숲을 개간함으로써 지구의 표면을 변화시키고, 화석연료를 사용해 대기의 화학작용을 바꾸는 등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왔다. 그런데 인간이 지구에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지구의 물순환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8년 9월에 발사한 인공위성 아이스샛-2(ICESat-2)의 1차 임무는 전 세계 빙상의 두께와 고도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다. 빛의 파동을 이용해 레이저 고도계로 25㎜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스샛-2의 레이저 고도계는 과거 수위 측정에 사용된 기기보다 해상도가 훨씬 높아 작은 연못과 저수지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위성은 2018년 10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미국 오대호에서부터 160㎡ 미만의 연못에 이르기까지 22만7,386개의 수역에서 수위를 측정했다.
각 수역은 수위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매년 다른 시기에 관찰되었다. 북극 호수의 수위 연구를 위해 이 위성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수문학자 사라 쿨리(Sarah Cooley) 박사는 관찰한 수역을 전 세계 저수지의 데이터베이스와 상호 대조해 어떤 수역이 인간의 통제 하에 있으며 어떤 수역이 자연적인지를 확인했다.
건조한 지역은 물 저장 변동성이 90%에 달해
그 결과 자연적인 호수와 연못은 계절에 따라 평균 수위가 0.22m씩 변했지만, 인간이 관리하는 저수지의 경우 그 변동성이 4배나 더 큰 0.86m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 호수와 연못은 인간이 관리하는 저수지보다 24배 더 많다. 그럼에도 인간이 관리하는 저수지가 전 세계 물 저장 변동성의 57%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인간의 영향력이 그보다 더 강했다. 예를 들면 중동, 미국 서부, 인도, 남아프리카처럼 건조한 지역에서는 인간의 통제로 인한 물 저장 변동성이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라 쿨리 박사 외에도 브라운대학의 로렌스 스미스(Laurence Smith) 교수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구형 인공위성의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평균적인 결과만 얻을 수 있으므로 규모가 큰 호수만 관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스샛-2는 매우 작은 호수와 저수지까지 관측이 가능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계절별 수위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이 지구 물순환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처음으로 밝혀냄으로써, 지구 물의 역학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간이 지표수 저장 변동성의 대부분 책임져
연구를 주도한 사라 쿨리 박사는 “우리는 물의 순환을 순전히 자연적인 체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순환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이 지구의 계절적 지표수 저장 변동성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같은 국가들은 저수지 수위를 측정하고 그 정보를 공개하는 반면 대부분의 국가는 그런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는다. 또한 저수지가 아닌 호수와 연못의 경우 거의 측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확한 위성 관측 없이는 이 연구를 수행할 방법이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로렌스 스미스 교수는 “홍수, 가뭄, 해빙 등 지구 민물 부피 변화의 모든 요인 중에서 인간이 거의 60%의 변동성을 지휘하고 있다”라며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의 관점에서 볼 때 숲 개간으로 인한 지구 표면 변화 및 대기 화학에 미치는 영향보다 이것이 더 위쪽에 위치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지구물리학회가 발간하는 ‘지구물리학연구지(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된 별도의 연구에서 연구진은 아이스샛-2 데이터를 사용해 저수지의 물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밝혀낸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중동 같은 곳에서는 저수지의 수위가 여름에는 낮고 겨울에는 높은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관개용수 및 식수를 위해 건기에 물이 방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경우 이와는 대조적으로 난방용 수력 발전을 위해 겨울에 물이 방출되고 있었다.
로렌스 스미스 교수는 “앞으로 3년 안에 위성의 고품질 수문학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구 전체의 물이 어떻게 순환되는지 훨씬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라며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의 수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경지에 서 있다”고 말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21-03-15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