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체 몸체 전체를 재생할 수 있는 세포가 처음으로 포착, 확보됐다.
미국 스타워스(Stowers) 의학연구소 연구팀은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planarian flatworm)의 몸체 재생에 관여하는 만능줄기세포를 발견해 생명과학저널 ‘셀’(Cell) 14일자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한 세기가 넘도록 플라나리아 편형동물 같은 생물체가 잘라진 머리를 다시 자라게 하는, 죽음에 도전하는 세포의 경이로운 현상을 목격해 왔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이 줄기세포를 추적할 수 있는 도구가 없어 실제 행동을 관찰하고 그 비밀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최근 들어 유전체학과 단일세포 분석, 유동 세포분석과 이미징 기술 등이 개발됨에 따라 오랫동안 연구돼 온 신기한 재생 세포인 성체 만능줄기세포(adult pluripotent stem cell)를 활동 전의 상태에서 분리해 낼 수 있었다.
성체만능줄기세포 전향적 분리는 처음
이번 연구는 플라나리아 같은 고도의 재생능력을 가진 유기체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를 촉진하는 한편, 인간과 같이 재생능력이 떨어지는 생물체를 위한 새로운 재생의학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의 시니어저자인 알레한드로 산체스 알바라도(Alejandro Sánchez Alvarado) 스타워스 의학연구소 및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연구원은 “성체 만능줄기세포가 분화 전에 전향적으로 분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의 발견은 본질적으로 더 이상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몸체를 잃어버린 동물에게 재생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진정한 세포 실체이고, 이 개체는 이제 정화돼 살아있는 상태로 자세하게 연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다세포 유기체는 단일 세포로부터 생성된다. 처음 동일한 세포 두 개로 나누어지고 이어서 4개, 8개 등으로 계속 분열된다. 이 각각의 세포들은 정확하게 동일한 꼬인 가닥의 DNA를 가지고 있으며, 몸체의 모든 세포 유형으로 분화될 수 있는 만능성(pluripotent)을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로 알려진 스타터 세포들은 다른 운명을 거부하고 피부세포나 근육세포 혹은 다른 세포 유형이 된다.
재생 비밀 간직한 신성세포
인간에게는 출생 이후 만능줄기세포가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플라나리아에서는 만능줄기세포가 성체가 될 때까지도 남아있는 것이 있어 이것이 성체 줄기세포 혹은 신성세포(neoblast)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 신성세포들이 재생에 대한 비밀을 간직한 것으로 믿고 있다.
신성세포는 1800년대 이래 과학적 탐구의 주제가 돼 왔지만, 최근 20년 동안에 이르러서야 기능 분석과 분자 기술을 사용해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겉으로 동질적인 세포 집단으로 보였던 것이 실제로는 다른 특성과 다른 유전자 발현 패턴을 가진 아형들의 집합체라는 것이 알려졌다.
산체스 알바라도 박사는 “우리는 실제 만능세포를 발견하고 유기체를 재생하기 위해 100개 이상의 개별 세포를 수많은 편형동물에 이식해야만 했을 수도 있었다”며, “그것은 진정한 신성세포의 기능적 정의에 맞는 세포를 찾기 위한 큰 작업으로서, 만약 세포가 표현하고 있는 유전자를 확인함으로써 분자적으로 그것을 정의하고자 한다면 세포를 파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거나 또 세포를 살려서 재생 중에 이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첨단기술로 성과 얻어”
연구팀은 이 찾기 힘든 세포를 미리 식별해 내기 위해 눈에 띄는 특성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세포로부터 신성세포를 구별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돼 온 한가지 특성은 piwi-1으로 알려진 줄기세포 표지자였다. 이에 따라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안 젱(An Zeng) 박사가 여기에서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그는 이 표지자가 표시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를 분리했다. 그런 다음 세포들이 다시 두 그룹으로 분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나는 높은 수준의 piwi(piwi-high로 지칭)를 나타내고 다른 그룹은 낮은 수준의 piwi(piwi-low)를 나타냈다. 젱 박사는 이 두 그룹을 조사해 신성세포의 분자 정의에 맞는 piwi-high만을 찾아내고 나머지는 버렸다.

산체스 알바라도 박사는 “플리나리아에서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수치에 대한 이런 종류의 동시 정량분석은 이전에 행해진 적이 없다”며, “분자생물학과 유동 세포계측법, 생물정보학 및 이미징 그룹을 포함한 스타워스 연구원의 훌륭한 과학적 지원시설 없이는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연구자들이 piwi-1을 표시하는 모든 세포들이 진정한 신성세포라고 생각했고, 표시된 마커의 양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성세포 이식하자 치사상태 유기체 살아나
다음으로 젱 박사는 piwi-high 세포를 8000개 정도 뽑아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 세포들은 하나 둘이 아니라 12개의 다른 하위그룹으로 나뉘어졌다.
젱 박사는 제거과정을 통해 유전자 표시에서 근육이나 혹은 피부와 같은 특별한 세포로 분화되는 운명을 지닌 것으로 나타나는 하위그룹들은 배제했다. 그 결과 여전히 만능성을 지닌 두 하위그룹이 남게 되었고, 여기에 Nb1과 Nb2란 이름을 붙였다.
편리하게도 Nb2 그룹에 있는 세포들은 테트라스패닌 단백질군 멤버의 유전자 코딩을 표시했다. 이 단백질군은 세포의 표면에 있으며 진화적으로 오래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젱 박사는 이 단백질에 걸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 다른 미심쩍은 신성세포 혼합체로부터 세포들을 끌어냈다. 그런 다음 정제된 단일세포를 치사상태의 방사선을 쬔 플라나리아에 이식했다.
이들 세포는 방사선을 쬔 플라나리아들을 구출해 살렸을 뿐만 아니라 구식 방법으로 정제된 세포들보다 14배나 더 많은 일관된 작업을 수행했다.
산체스 알바라도 박사는 “우리는 만능줄기세포군을 풍부하게 생성해 전에는 불가능했던 수많은 실험을 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며, “우리가 발견한 표지자가 플라나리아뿐만 아니라 인체에서도 표현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보존된 메커니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첫 번째 원칙들은 줄기세포에 의존하는 모든 유기체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그것은 본질적으로 우리 모두이다”라고 덧붙였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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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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