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Radio Astronomy)’의 그레고리 데비뉴(Gregory Desvignes)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만 5000광년 떨어진 ‘펄서(Pulsar)’의 흔들림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맞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천문학자들이 50년간 연구해온 펄서 모델의 정확성을 입증한 것으로, 지난 6일 ‘사이언스’ 저널을 통해서 발표되었다.
맥동 주기가 불규칙한 펄서의 발견
중성자별은 태양보다 10~29배가량 무거운 별이 폭발하면서 블랙홀이 되지 못하고 남은 천체다. 평균적으로 지름은 20km 정도에 불과하지만, 질량이 태양의 1.4배 수준이라서 엄청난 밀도를 자랑한다. 자전 속도 역시 초당 수 회에 이를 정도로 빠르다.
이러한 중성자별 중에서 강력한 전자기파와 자기장을 내뿜는 천체를 펄서라고 부른다. 워낙 고속으로 회전하며 양쪽 자극 방향으로 전자기파 빔을 방출하기 때문에 먼 곳에서 보면 규칙적으로 전파 신호가 깜빡이는 것처럼 관측되기도 한다.
펄서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67년이다. 이후 1974년에 러셀 헐스(Russell Hulse)와 조지프 테일러(Joseph Taylor)는 기존 이론과 달리 맥동 주기가 불규칙한 펄서를 발견했다. 그 원인을 조사했더니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중성자별과 쌍을 이뤄 빠르게 공전하고 있고, 도플러 효과로 인해서 펄서의 전자기파 파장이 조금씩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형태의 펄서를 ‘이중 펄서(Binary pulsar)’라고 부른다.
중력파 존재 최초 입증
헐스와 테일러는 자신들이 발견한 이중 펄서를 연구하면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를 입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펄서에서 중력파가 발생한다면 두 천체의 공전 에너지를 서서히 감소시키기 때문에 ‘궤도 붕괴(Orbital decay)’를 거쳐 약 3억 년 뒤에는 충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미세한 궤도 변화를 천문학자들이 측정하는 데 성공하면서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 발견의 공로로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인류가 최초로 중력파를 입증한 것은 이중 펄서를 이용한 간접 관측이었지만, 직접 관측은 2015년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 LIGO)’를 이용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중력파를 검출한 라이고 연구진도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더욱 자세하게 이중 펄서를 관측
데비뉴 박사의 연구팀은 이중 펄서 ‘PSR J1906+0746’에서 나오는 전자기파 빔이 감지되지 않고 소멸하는 시기를 예측했다. 이를 통해서 펄서의 빔 구조에 관련된 기존 모델의 유효성을 확인했고, 펄서의 회전 방향이 변화하는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펄서는 질량이 크면서도 시계와 같은 특성이 있어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실험하기에 적격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펄서처럼 거대한 밀도의 물체는 시공간을 구부릴 수 있으며, 만약 두 개의 펄서가 서로 공전한다면 느린 회전판처럼 약간의 흔들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것을 ‘상대론적 회전 세차운동(Relativistic spin precession)’이라고 한다.
회전 세차운동으로 인한 흔들림은 앞서 발견된 여러 이중 펄서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이번 ‘PSR J1906+0746’ 관측에서는 예전보다 정밀하고 세부적인 수준의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 은하에 있는 이중 펄서의 숫자와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중성자별 충돌 비율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14년간 관측 결과로 일반상대성이론을 재확인
천문학자들이 ‘PSR J1906+0746’을 발견한 2004년에는 다른 펄서처럼 매 회전마다 두 개의 명확한 편광 빔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 후 또 다른 중성자별을 발견했을 때는 단 하나의 광선만 관측됐다. 회전 세차운동의 영향으로 빔의 방출 각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데비뉴 연구팀은 305m 아르시보(Arecibo) 전파망원경 등으로 14년 동안 펄서를 관측한 데이터를 기존 모델과 비교했다. 그 결과, 세차운동으로 인한 빔의 소멸 및 재발견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고, 세차 비율은 5%의 오차 범위 내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마이클 크레이머(Michael Kramer) 교수는 성명을 통해 “실험을 완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펄서를 관측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성실하게 노력한 것은 정말 보람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심창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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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9-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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