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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0-05-06

‘인공 항체’로 바이러스를 퇴치한다 라마 혈액 속의 항체들을 조합해 강력한 항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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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 동안 과학자들은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운 항체를 개발해왔다.

그리고 최근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일 ‘사이언스’ 지는 미국과 네덜란드의 공동 연구팀이 라마의 혈액을 활용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퇴치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라마의 혈액 속에 포함돼 있는 항체들이다. 이를 활용해 새로운 인공 항체를 개발해왔는데 수차례의 동물 실험을 통해 2종의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를 완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가축 라마의 혈액 속에서 70여 종의 작은 항체들을 발견했으며, 이 항체들을 묶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퇴치하려는 노력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 위키피디아

작고 빠른 항체들이 바이러스 손쉽게 제압

텍사스 대학의 단백질공학자인 제니퍼 메이나드(Jennifer Maynard) 교수는 “이 항체가 다양한 전염병과 암 치료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항체는 전염병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들어서는 암을 비롯, 그레이브스병 등 정상적인 신체 조직이나 세포에 대한 비정상적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자가 면역 질환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질병 치료를 위해 다양한 항체들이 개발돼 사용승인을 받았는데 항체 사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인체 내에서 항체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유전공학을 통해 면역세포 구조를 변화시켜 기능이 위축되지 않는 새로운 항체를 생성케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표준 항체와 비교해 크기가 절반 정도에 불과한 라마‧낙타‧상어의 항체들이다. 이 동물들이 지니고 있는 항체들은 작고 움직임이 빨라 바이러스‧세균으로 인해 생성된 항원에 손쉽게 접근해 그 활동을 제압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 WBR(Wageningen Bioveterinary Research)의 분자생물학자인 폴 슐레어(Paul s Schreur) 박사도 그중의 하나다.

그는 특히 라마 속에 들어있는 이 미니 항체들이 사람의 전염병을 막는데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미래 심각한 감염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2종의 분야바이러스(bunyaviruses)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감염성이 강한 질환을 일으키는 리프트밸리열병 바이러스(Rift Valley fever virus)와 모기에 의해 감염되며 소‧양‧염소에 주로 나타나는 슈말렌베르크 바이러스(Schmallenberg virus)를 라마에 주입한 후 그 반응을 관찰했다.

“인류 안전 위해 항체 개발 서둘러야”

바이러스에 접한 라마의 혈액 속에서는 외부 침입에 대항해 항체를 생성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혈액 속에서 항체를 생성하고 있는 면역세포를 분리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세포 속에서 무려 70여 종의 작은 항체들이 생성되고 있으며, 이들 항체들이 제각기 다른 기능에 따라 바이러스‧세균에 의해 생성된 항원을 인지한 후 그곳에 접근해 활동을 못하도록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채취한 면역세포를 다른 동물에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원숭이의 신장을 실험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항체를 개별적으로 투입하며 면역 효과를 관찰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해법을 찾기 위해 연구팀은 세균성 접착 성분(bacterial super glue)을 활용했다. 이 성분은 화농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 bacteria)으로부터 추출한 2종의 단백질 단편으로 구성된 것으로 접착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성분을 활용해 2~3종의 라마 항체를 모은 다음 바이러스에 대항토록 했다. 그리고 이렇게 엮여진 항체들이 2종의 바이러스에 대항해 뛰어난 면역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접착 성분으로 엮어진 항체들이 다른 동물에게서도 면역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종의 바이러스를 주입한 후 치명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쥐를 대상으로 항체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리프트밸리열병 바이러스를 주입한 후 항체를 주입하지 않은 쥐들이 3일 안에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라마의 혈액에서 채취한 3종의 항체를 접착 성분으로 엮어 리프트밸리열병에 걸린 쥐들에게 주입했는데 20% 이상이 살아남아 10일 이상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편 슈말렌베르크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게서는 항체 효과가 미약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로부터 비롯된 전염병을 퇴치하는데 동물에게서 생성된 항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를 이끈 슐레어 박사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사전에 다양한 항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차원에서 인류의 안전을 위해 항체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논문은 과학학술지 ‘이라이프(eLife)’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Multimeric single-domain antibody complexes protect against bunyavirus infections’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0-05-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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