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균형 잡힌 몸매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멋진 몸매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식단이다. 신체 특성상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식단이 있는데 대부분 이를 찾아내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업이 등장했다. 벤처 기업인 ‘바이옴(Viome)’이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톤에서 문을 연 이 기업에서는 사람들이 건강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식품 및 영양, 생활 습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별로 서로 다른 신체 관련 정보를 분석하는 데 인공지능을 투입하고 있다. 사람들이 월 99달러(연간 999달러)를 지불하면 개인의 집으로 혈액과 타액(침), 소변과 대변 등의 샘플을 분석할 수 있는 키트를 보내준다.

39조 마리 장내세균총 머신러닝으로 분석
사용자가 샘플을 보내면 바이옴에서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머신러닝(기계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별로 서로 다른 유전자와 (신체 내에 공존하는) 박테리아 등 다양한 미생물 정보 등을 분석해낸다.
그리고 이 분석과정을 통해 개인의 몸매관리에 가장 적합한 음식이 무엇인지, 또 어떤 영양제를 보충해야 하는지, 생활 습관을 어떻게 교정해나가야 하는지 등을 알아내 쉬운 말로 표기된 개인 맞춤형 정보들을 공급하고 있다.
12일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 기업을 세운 사람은 나빈 자인(Naveen Jain)이다. 달에서 금광을 채굴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설립한 달 탐사기업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를 공동 설립한 인물이다.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아직까지 금을 캐오지는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바이옴’이란 모험적인 기업을 세웠다. 그리고 이 기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탄탄한 기술적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몸매와 관련, 사람마다 서로 매우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유전자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신체 내에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군 역시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체에는 약 39조 마리의 장내세균총(microbiome)이 있다. 제 2의 유전인자로 불리는 이 미생물군은 섭취한 음식을 분해해 에너지로 전환하고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을 방어하는 등 면역체계를 조절한다.
또 비타민K, B12와 같은 세포 생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양소를 만들고, 뇌에 신호를 보내 기분, 불안, 식욕을 조절하기도 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생물 군과의 균형이 필요하다.
“사업 너무 일찍 시작했다” 과학자들 우려
장내 세균총의 어떻게 구성되는지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만 식사·음주·운동 같은 개인에 따라 각각 다른 생활습관이 장내세균총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균형이 깨지면 질병 발생은 물론 몸매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바이옴’에서는 미국 국립과학원(Los Alamos National Lab, LANL)에서 개발한 장내세균총 관리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몸매관리를 위해 신체정보를 분석·처리하는 사업을 선보였다.
나빈 자인 설림자 겸 CEO는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매를 조절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며 “‘바이옴’에서는 그 원인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옴’에서는 현재 3개월 주기로 사람들의 몸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성분 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체크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식단을 섭취해야 하는지, 또 어떤 생활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는지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장내세균총을 다루는 이 사업을 놓고 우려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영양 및 식이요법학 학회(AND) 소속의 영양학자이면서 대변인인 진저 헐틴(Ginger Hultin) 박사는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사업이 너무 일찍 시작됐다”고 말했다.
“장내세균총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확인된 연구 결과지만 이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고, 실제로 몸매관리를 위한 다이어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충분한 실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캐슬대학의 인간영양연구센터(HNRC) 존 매더스(John Mathers) 교수도 “우리들의 식단이 신체 내 장내 세균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작은 증거를 가지고 사업에 착수하는데 대해 우려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바이옴’ 측에서는 그동안 장내새균총이 비만에서부터 알츠하이머에 이르기까지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첨단 기술을 이용해 우리 몸의 장내세균총을 관리하는 일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바이옴’ 측에서 사용자들로 하여금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그 여부다. 이와 관련, 나빈 자인 CEO는 “3~6개월 후면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장내세균총이 각종 질병과 연관돼 있어 일반 사기업에서 의료 진단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위반 사실을 지적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바이옴’ 측에서는 ‘질병이 없는 세계’라는 구호를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장내에 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검사하는 일이 의료법을 위반하는 것인지 명확한 규정이 나와 있지 않는 상황이다. 유전자를 검사하듯이 장내세균총을 검사하는 일을 의료계에만 허용된 일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빈 자인 CEO는 “달 탐사를 시도하는 건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라며 ‘문 익스프레스’를 창업한 인물이다. ‘바이옴’ 역시 돈이 되기 때문에 창업을 했겠지만 세상에서 처음 생겨난 특이한 사업인 만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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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6-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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