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연의 종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화재와 초원의 크기가 그 안에 살고 있는 전체 식물 종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위스컨신-매디슨대 연구팀은 1947년부터 2016년 사이 60년 간 세 차례에 걸쳐 위스컨신주에 남아있는 200 여 곳의 대초원 지역을 탐사하고, 그 기간 동안의 식물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이 분야 연구에 새로운 자료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월호에 게재됐다.
첫 번째 연구자는 이 대학 식물학과에 재직했던 고(故) 존 커티스(John Curtis) 교수로, 1947년부터 56년 사이에 동료 연구자 및 학생들과 함께 위스컨신 주에 훼손되지 않고 남아있는 200곳 이상의 대초원 잔존지역을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전 지역을 걸어서 답사하며 발견한 모든 식물 종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이어 30년 후인 1987년에는 이 대학 대학원생인 마크 리치( Mark Leach)가 커티스 교수가 남긴 원본 노트와 지도들을 활용해 몇몇 대초원 지역들을 재조사한 결과를 기록으로 남겼다.
마지막으로 2016년에는 또다른 대학원생인 에이미 알스태드(Amy Alstad)가 연구팀의 일원으로 참여해 커티스 교수의 유업을 바탕으로 세 번째의 탐사 보고서를 내놨다. 이들은 조사 결과 인간의 영향이 이들 대초원지역에서 종 변화 비율을 가속화시키고,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화재와 초원지역의 크기가 그 안에 서식하는 전체 식물 종의 다양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를 이끈 알스태드는 “커티스 교수는 1940년대와 50년 대 당시 위스컨신에 남아있는 대초원 지역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곳들을 선정해 조사를 했다”며, “지금까지의 연구로 명백해진 것은 식물생태계가 그 때와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식물생태계, 60년 전과 크게 달라져”
알스태드와 그의 자문자이자 공저자인 앨런 댐셴(Ellen Damschen) 동물학과 조교수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그 곳 토지관리인이나 주 정부, 위스컨신의 자연경관 보존을 위임 받은 에이전시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다른 자연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알스태드는 “우리는 인간의 영향력이 큰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생태계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생태학자들이 토지나 내리는 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갑자기 새로운 큰 무리의 원인제공자, 즉 이들 대부분은 인간활동과 관계돼 있고 전체 자연시스템에도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한 예로 변화하는 기후와 서식지 상실은 대초원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화재는 흔히 일어나는 일인데 사람들은 이 같은 자연적 교란을 억제함으로써 경관의 속성을 변화시켜왔다는 것.
알스태드는 이번 연구를 위해 2012년 여름 세 차례에 걸쳐 위스컨신 남동부지역을 답사하고 커티스 교수가 선정했던 대초원지역도 찾았다. 커티스 교수 당시에 존재했던 식물 종들이 여전히 서식하고 재조사가 가능한지를 알기 위해 교수의 빛 바랜 필드 노트와 함께 현대 위성기술을 활용했다.
이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엇이 어떻게 변했나를 알기 위해 자신의 연구와 이전 연구들을 비교해 봤다. 50개의 남아있는 대초원지역을 조사한 1980년대의 두 번째 연구와 2012년의 세 번째 연구를 비교한 결과 초원지역 하나가 자취를 감추고, 하나는 집주인의 넒다란 앞마당이 돼 버렸으며, 다른 하나는 포장이 돼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알스태는 “이런 모습을 보고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제대로 관찰해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변화의 속도에서 (인간의 개입에 따라) 큰 상승곡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종이 멸실되면 종이 가진 기능까지 잃어 인간과 자연에 피해”
연구팀은 남아있는 각 초원의 땅의 습도, 전체 면적, 화재가 난 숫자 등의 특성과, 멸종돼 사라지거나 혹은 새로 이식된 종이 나타난 사실 등과의 관계를 조사해 봤다. 그 결과 두 번째와 세 번째 탐사 사이의 기간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탐사 사이의 기간에 비해 토착종이 아닌 새로 나타난 종이 두 배로 늘어난 데 비해 사라진 종은 세 배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떤 지역에서는 첫 번째 연구 당시에 비해 종이 18% 줄어들었고, 또 다른 초원지역에서는 비토착종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알스태드는 “한 해에 평균 한 종 이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흔하게 사라지는 종들은 국화과에 속하는 ‘방울뱀 마스터’(rattlesnake master) 같은 특별한 초원 식물”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새로 나타나는 종들은 길가 도랑이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리 자라는 잡초 같은 식물들로, 알스태드는 불이 안 일어나서 이런 종들이 번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미리 계획해서 화재를 일으킨 곳은 커티스 교수가 60년 전에 묘사했던 초원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알스태드가 연구한 12곳은 60년 동안에 한번에서 30번까지 불에 태워졌다. 댐셴 교수는 “고유의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라며 “초원의 화재가 해롭기보다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더욱 일반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재를 일으키려면 모든 종에게 유익한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댐셴 교수는 “대체로 생태계에 더욱 많은 종이 서식하면 미래에 어떤 변화가 있어도 생태계가 더욱 빨리 회복된다”며, “한 종을 잃으면 그 종이 가진 기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간의 이익과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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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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