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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21-08-18

인간의 뇌 모방한 인공 뉴런 개발 전자가 아니라 우리 뇌처럼 이온 사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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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루에 불과 바나나 두 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로 복잡한 작업을 계속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의 이 같은 초고효율성은 신경조직을 이루는 기본단위인 뉴런 덕분이다.

뉴런에는 이온 채널이라고 불리는 나노미터 크기의 구멍을 지닌 막이 있는데, 이 막은 받은 자극에 따라 열리고 닫힌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온 흐름은 전류를 생성하며, 이 전류는 뉴런이 서로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신호인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를 방출한다.

인간 뇌의 뉴런이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전기 신호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 뉴런의 프로토타입을 구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Science (2021)

이 모든 작업은 인공지능(AI)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보다 수만 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컴퓨터를 인간의 뇌처럼 만들 수 있다면 훨씬 적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뇌의 생물학적 시스템을 모방하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의 하나는 이온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온의 힘은 뇌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의존하는 하전입자다.

그런데 최근에 인간 뇌의 뉴런이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전기 신호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 뉴런의 프로토타입을 구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파리과학인문대학 등의 연구진이 만든 이 인공 뉴런은 전자가 아니라 우리의 뇌처럼 이온을 사용한다.

물 속의 이온이 벌레 같은 구조 형성해

뉴런은 전기적 자극 혹은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세포막의 이온 투과도가 변하고, 이때 전압의 +극과 -극이 뒤바뀌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활동전위라 하는데 냄새, 소리, 운동 등 뇌를 통해 일어나는 모든 반응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뉴런은 활동전위를 생성하기 위해 세포 내부의 음이온에 끌리는 더 많은 양이온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때 세포막을 가로지르는 전압은 ‘전압 의존성 이온 채널(voltage-gated ion channels)’이라고 하는 세포의 출입구를 열어 세포가 정점에 도달한 직후 정상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전하를 훨씬 더 높인다. 이 신호는 다른 세포로 전송되어 정보가 뇌를 이동할 수 있게 만든다.

연구진은 전압 의존성 이온 채널을 모방하기 위해 그래핀 시트 사이에 아주 얇은 층의 물을 모델링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그 모델에 전기장을 가한 결과, 물 속의 이온이 벌레 같은 구조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이 만든 인공 뉴런은 나노 유체를 이용해 이온 채널을 흉내 냄으로써 뉴런이 뇌에서 하는 것처럼 의사소통할 수 있다. ©Science (2021)

뉴런의 행동을 모방하기 위해 연구진은 두 개의 채널과 다른 구성요소를 연결하는 시뮬레이션을 실행시켰다. 그 결과 모델은 활동전위와 같은 전기적 활동에서 스파이크를 발생시켰으며, 이온이 더 많은 전기를 전도한 경우와 그들이 수행한 두 개의 다른 상태에서의 일관된 성질을 기억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이온의 이전 상태에 대한 기억은 실제로 뉴런이 활동전위를 생성하고 휴식 상태로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거의 같은 몇 밀리초(1천분의 1초) 동안 지속되었다. 이는 통상 나노초(10억분의 1초) 이하로 작동하는 이온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우리의 뇌는 이온 채널의 개폐를 사용해 이러한 종류의 기억을 생성한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8월 6일 자에 발표됐다.

뇌의 정보 처리법 이해에 도움돼

새로운 모델은 멤리스터라고 불리는 전자부품의 버전으로서, 이력 정보를 유지하는 독특한 속성을 지닌다. 멤리스터(memristor)란 메모리와 레지스터의 합성어로 이전의 상태를 모두 기억하는 메모리 소자를 말한다.

그런데 기존의 멤리스터는 뇌처럼 액체를 사용하지 않는 고체 상태이므로 유체 멤리스터에 대한 이 새로운 연구에 대해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지나 아담(Gina Adam) 교수는 이에 대해 “뇌처럼 작동하는 실용적인 컴퓨터는 아직 멀었지만, 이 연구는 뇌의 정보 처리법을 더 잘 이해하고 뇌와 같은 컴퓨팅의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프랑스 연구진은 디지털 및 이론적 도구의 도움으로 특수 클러스터를 조립해 활동전위를 방출하는 물리적 메커니즘의 재현 방법을 발견했다. 즉, 하나의 인공 뉴런에서 다른 인공 뉴런으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한 셈이다.

이 획기적인 작업은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과학자들과 협력해 프랑스 내에서 진행 중인데, 연구진은 새로운 시스템이 기본 학습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다음 단계의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1-08-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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