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해양생물학자들은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바다거북의 유전학적 연구를 하던 중 뜻밖의 상황에 처했다. 조사를 위해 채집한 바다거북 중 한 마리가 호흡을 잘하지 못했던 것. 자세히 살펴보니 왼쪽 콧속에 이상한 물질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처음에 그것이 해저에 서식하는 ‘서관충’이라는 벌레가 바다거북의 뇌로 파고들기 위해 콧속으로 들어간 줄 알고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10분간의 시술 끝에 연구진이 바다거북의 콧속에서 빼낸 물질은 다름 아닌 ‘플라스틱 빨대’였다. 연구진이 바다거북의 콧속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빼내는 과정은 지난달에 미국의 동물 관련 매체를 통해 생생한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에서는 두 마리의 향유고래가 사체로 발견됐다. 해양동물학자들이 고래를 부검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두 마리 모두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죽은 것으로 나타난 것. 한 마리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로 인해 위가 파열돼 있었으며, 다른 한 마리는 위에 축적된 플라스틱으로 인해 다른 먹이가 들어갈 공간이 없어 굶어 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와이 제도의 미드웨이 섬은 거대한 바닷새인 알바트로스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약 200만 마리의 알바트로스가 이곳에서 둥지를 틀어 새끼를 키우는데, 그중 약 1/3이 굶어 죽는다. 부모 새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새끼에게 주기 때문이다.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약 2억8000만 톤에 달한다. 지난 2월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이 전 세계 192개국을 대상으로 해양 쓰레기 실태를 조사해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바다로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은 매년 약 800만 톤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미스터리
지난해 발표된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는 그보다 좀 더 많은 1000만~20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매년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다에서 실제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턱없이 적다.
2014년 12월 미국 파이브자이어 연구소가 ‘플로스원’에 게재한 논문에 의하면 오대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총 무게는 25만 톤 이상이다. 최근 행해진 다른 연구에서도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이보다 더 많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나머지 플라스틱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 같은 미스터리에 대해 영국 플리머스대의 리처드 톰슨 교수는 흥미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플라스틱이 실태 조사를 하는 연구진의 채집 그물을 통과할 만큼 작게 쪼개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작게 쪼개져 크기가 5㎜ 이하로 된 것은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톰슨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바다에 오랫동안 떠다니는 플라스틱 병이나 비닐봉지는 태양의 자외선 및 파도와의 마찰 등에 의해 미세 입자로 분해된다. 또 화장품이나 세제 등에 연마제로 사용되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들이 하수나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기도 한다.
플라스틱이 해저에 가라앉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유럽 공동 연구진이 대서양, 북극해, 지중해의 심해를 조사한 결과 모든 곳에서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발견되었으며, 그중 플라스틱 쓰레기가 41%를 차지해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이 해안과 육지로부터 유입되어 대륙붕을 따라 이동하다가 심해로 가라앉게 된다고 주장했다.
플라스틱의 행방에 대한 또 하나의 가설은 해양동물들의 먹이가 되어 신체 조직이나 대변에 통합되었다는 주장이다. 미세 플라스틱 입자의 대부분은 그 크기가 모래알이나 주사바늘 구멍보다 더 작다. 심지어 1㎜의 1/1000인 1㎛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도 발견된 적이 있다.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은 단순히 해양동물의 입으로 들어갈 뿐만 아니라 아가미를 통해서 몸속으로 들어가기도 간다. 이럴 경우 정상적으로 소화기관에 의해 들어간 것보다 해양동물의 몸속에서 6배 이상 더 오랫동안 머무르게 된다.
자석처럼 외부 오염물질을 끌어당겨
해양동물의 몸속으로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은 마치 자석처럼 생체 외부 환경의 오염물질을 내부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연구진이 갯지렁이가 서식하는 모래에 미세 플라스틱과 함께 노닐페놀, 페난트렌, 트라이클로산 등의 화학 오염물질을 노출시킨 결과, 미세 플라스틱에 흡착된 오염물질이 갯지렁이의 조직에도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처럼 미세 플라스틱에 부착되어 해양생물의 조직 속으로 스며든 오염물질은 먹이사슬에 따라 결국에는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섭취함으로써 발생하는 생리적 문제들을 현대 과학은 모두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세 플라스틱의 농도나 오염원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런 가운데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서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최근에 내놓았다. 알바트로스, 갈매기, 펭귄 등 42개속 186종의 바닷새들의 먹이 행태 및 해양 플라스틱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2050년이 되면 모든 바닷새의 99.8%가 플라스틱을 먹게 된다는 것.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이 논문은 일부 지역과 동물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를 연구대상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정감사에서 전국 12개 해안에서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의 평균 밀도가 전 세계 주요 비교 지역보다 13배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이 지적된 것.
바다를 뒤덮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생물 뿐만 아니라 인간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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