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본 단위인 은하는 어떻게 탄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성장하며 변화할까? 은하 진화의 신비는 수십 년 동안 물음표로 남아 있지만, 과학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해답을 찾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지난 22일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애리조나 대학 ‘스튜워드 천문대(UA Steward Observatory)’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유니버스 머신(Universe Machine)’으로 수백만 개의 가상 우주를 생성해서 진화 과정을 시뮬레이션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우주가 탄생한 이후 암흑 물질이 은하 진화에 끼친 영향을 알아내는 것으로, 영국 천문학 저널인 ‘왕립 천문학회 월간 공지(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9월 호를 통해서 발표되었다.
스스로 진화한 수백만 개의 가상 우주
망원경으로는 빛이 출발한 시점의 은하 모습만 볼 수 있어서 수십억 년 동안 어떻게 연속적으로 진화하는지 연구하려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야 한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은하 형성에 관한 새로운 이론들을 시험하기 위해서 단일 은하 모델링, 또는 제한된 매개변수의 가상 우주 생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스튜어드 천문대의 피터 베로지(Peter Behroozi)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유니버스 머신은 은하 시뮬레이션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 이 프로그램은 각각 1200만 개의 은하를 포함하는 800만 개 이상의 가상 우주를 만들어 냈고, 빅뱅 이후 4억 년부터 현재까지 실제 우주의 나이와 같은 기간 동안 진화시킬 수 있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물리 법칙으로 설정한 수백만 개의 가상 우주를 초기 상태에서 수십억 년 이상 스스로 진화하도록 내버려 뒀다. 이를 통해서 현실 관측 결과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비교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택했다.
일부 은하에서 별 생성이 중단된 이유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은하는 별을 생성하기 위해 수소 가스를 사용하지만, 몇몇 은하들은 수소 가스를 많이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별의 생성이 중단되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고 여겼다.
수소 가스가 뭉쳐서 별이 되려면 어느 정도 온도가 낮아져야 한다. 그러나 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초신성 폭발로 뜨거워지면 별이 형성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암흑 물질의 중력이 은하 주변으로부터 차가운 가스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온도가 상승하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베로지 교수는 “초기 우주에서는 암흑 물질의 밀도가 더 높아서 가스가 점점 뜨거워졌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별이 만들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많은 은하들이 오래전에 별 생성을 멈췄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다.
초기 은하는 예상보다 효율적으로 별을 생성해
연구 시작 단계에서 유니버스 머신을 기존 은하 형성 이론에 맞춰 설정했더니 대부분 은하가 별 생성을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상 우주와 실제 우주의 관측치를 비교하면서 현실에 더 잘 일치하도록 물리적 매개변수를 미세하게 조정하길 반복했고, 최종적으로 우리 우주와 거의 동일한 가상 우주가 만들어졌다.
실제 은하처럼 더 오랫동안 항성을 생성할 수 있게 시뮬레이션을 수정하자, 연구팀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상 우주에 속한 정해진 크기의 은하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높은 비율로 별이 형성되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베로지 교수는 “초기 은하가 생각보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항성을 생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면서 초거대 블랙홀과 초신성에 의해 발생하는 에너지가 기존 이론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별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 영향을 덜 미쳤다는 결론지었다.
우주 전체를 시뮬레이션하는 날이 올지도
초신성에서부터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큰 덩어리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해상도로 제공하는 것은 컴퓨터의 성능과 메모리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처럼 전례가 없는 복잡한 가상 우주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유니버스 머신은 우주의 거대한 일부를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한 첫 번째 연구지만, 1200만 개의 은하조차도 실제 우주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1000억 개 이상의 은하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러한 우주의 일부 복제품을 만드는 것도 설명하기 힘든 양의 계산 능력이 요구된다. 이에 연구팀은 연구의 초점을 은하의 두 가지 핵심 특성인 별들의 결합 질량과 은하가 새로운 별을 생성하는 비율로 좁혀야 했다.
베로지 교수는 “단 하나의 은하를 시뮬레이션하려고 해도 10의 48승에 이르는 연산 작업이 필요하다. 지구상의 모든 컴퓨터를 다 합쳐도 백 년 안에 끝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했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항공우주국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와 독일 ‘라이프니츠 데이터센터(Leibniz-Rechenzentrum)’의 슈퍼컴퓨터 이외에도 애리조나 대학의 ‘오셀로테(Ocelote)’ 슈퍼컴퓨터를 동시에 사용했다. 2000개의 프로세서가 3주 동안 쉬지 않고 데이터를 처리한 끝에 800만 개의 우주를 창조할 수 있었다.
앞으로 슈퍼컴퓨터가 더욱 강력해지면 우리 우주 전체의 탄생과 진화뿐만 아니라, 항성보다 작은 천체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더 많은 미스터리를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심창섭 객원기자
- chsshim@naver.com
- 저작권자 2019-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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