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류준영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 차장(과학과기술 편집위원)

“25척의 배와 2만여 명의 선원으로 이뤄진 함대의 사령관이 된 느낌입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신임 이사장은 「과학과기술」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신임 이사장은 “각각의 배에는 최고의 선장과 선원이 있기에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과 함께 함대가 어디로 나아갈지를 정하는 것이 사령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를 안전한 항구에 머무르게 할 수도, 보물을 찾아 망망대해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지만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말처럼 우리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 연연)이 미래 핵심 기술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수 있도록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융합 연구 환경 구축을 수차례 언급하며 임기 동안 가장 신경 쓰고 싶은 임무로 ‘융합 연구’를 꼽았다. NST의 융합연구사업은 한 해 900억 원 내외의 예산이 투입된다. NST 산하 25개 출연연과 관련 산·학·연 연구자가 한 곳에 모여 융합 연구단을 구성하고, 최대 6년간(3+3)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관련 연구로 신종바이러스융합 연구단(CEVI)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서 큰 주목을 받았고, 현재 11개 융합연구단이 운영 중이다(6개는 종료).
출연연의 융합 연구는 출연연을 관할하는 상위 조직인 NST의 핵심 업무 중 하나다. 김 이사장은 연구단 규모, 연구비 매칭 비율, 연구 수행 방식 등 융합연구사업의 체계를 개편하여 융합연구사업의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그는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융합 생태계를 활성화해 융합의 질을 높이겠다”며 “융합이 일상화되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인위적으로 통폐합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며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어주고, 본연의 연구 환경 속에서 연구를 제대로 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현재 융합 연구단 사업에 대한 출연연의 가장 큰 개선요구사항은 연구비 매칭 부담 완화, 온사이트 개선 등이다. 그는 “현재 50%인 출연연의 연구비 매칭비율을 20~30%로 낮추고, 온사이트 원칙을 완화해 연구소 및 연구원이 융합 연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과제당 연간 80~100억 원 규모의 기존 융합 연구단 사업과 소규모 ‘창의형 융합 연구’ 사이를 잇는 40~50억 원 규모의 새로운 융합 연구 트랙을 신설할 계획이다. 새 융합연구사업은 총 500억 원 이내에서 최대 9년간(3+3+3) 중장기 단일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융합연구사업의 발굴·기획·제도 개선 등의 업무는 현재 NST 내에 새로 만들고 있는 ‘연구개발전략위원회’에 ‘융합사업위원회’를 설치해 총괄할 방침이다. ‘연구개발전략위원회’는 25개 과기 출연연의 전략성을 강화하고, 연구자 주도의 미래 연구 검토, 융합 연구 기획 등을 위한 자문기구로, 현재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인 NST 내 상설 조직이다.
이와 함께 출연연의 감사 일원화 부분에 대해선 “감사의 기본 방침은 연구 현장의 불필요한 시스템이나 규제 등을 감사 차원에서 걷어내는 대안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를 일원화해서 연구 현장의 감사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출연연이 백신, 양자컴퓨터 등 미래 사회를 개척하는 연구를 미리 앞서 추진하는 전략을 통해 국민과 사회에 보답하고, 성공·실패를 떠나 도전으로 성과를 이뤄낸 연구자가 인정받는 풍토도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김 이사장은 “PBS(과제중심예산)제도, 블라인드 채용, 비정규직 문제 등 각종 현안을 함께 해결하고, 출연연이 국가 대표 연구기관으로 재도약하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 매진
Q. 최초의 출연연 내부 출신 이사장으로 출연연 구성원들의 기대감이 높은데, 이사장 공모에 지원하신 동기는.
A. 2014년 NST가 통합 출범한 이후 소관 25개 출연연에서 훌륭한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고, 혁신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다소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출연연이 각자도생보다는 ‘융합과 협력’으로 역량을 결집해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를 선도하고, 국가대표 공공연구기관으로 재도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3년간 연구자, NST 정책본부장,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회장 등 다양한 시각에서 출연연을 바라볼 수 있었고, 어떻게 하면 출연연을 도약시킬 수 있을지 오랜 시간 고민해왔습니다. 이런 고민의 결과를 실행시켜나간다면 출연연의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사장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Q. 국가과학기술연구회만의 새로운 비전과 역할이 있다면.
A. 지난 7월 취임 후 ‘출연연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는 국가대표 연구기관으로 재도약’하는 것을 출연연의 방향성과 포지션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연구회는 출연연의 체계적 지원·육성을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2014년 6월 통합 출범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설립 취지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출연연의 융합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출연연이 국가의 중장기 미래를 준비하고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제대로 견인할 수 있도록 전체 지배구조를 바꾸기보다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에 매진해 융합이 일상화되는 기반을 구축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내년 연구자와의 소통 채널 ‘연구개발전략위원회’ 설립
Q.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올해 하반기 및 내년의 주요 안건은.
A. 지난해 과기출연기관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출연연의 자체 감사 기능이 연구회로 통합·일원화됐습니다. 현재 연구회 내 감사 전담 조직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감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통합 감사를 통해 연구 현장의 감사 부담을 최소화하고, 과학기술 분야 맞춤형 감사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 연구회에서는 연구자가 출연연 정책 및 연구 방향 설정 과정에 직접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개발전략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내 총괄위원회 아래 미래 기술, 혁신 정책, 융합 사업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미래기술위원회는 분야별 R&D 전략기획 및 협력 방안 도출, 혁신정책위원회는 출연연의 연구 환경 및 운영 체계 전반에 대한 혁신전략 발굴, 융합사업위원회는 NST 융합 사업 발굴 및 기획 등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연구개발전략위원회를 본격적으로 운영해 연구자 중심 자율과 책임의 연구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비경제적·고위험·미래지향적 연구 협력 강화
Q. 취임사에서 ‘국가 공공분야 R&D를 책임지고 미래 30년을 준비하는 출연연’을 미래상으로 제시했는데.
A. 출연연은 과학기술 혁신 주체인 산·학·연의 한 축으로서 공공성을 근본 가치로 삼아 타 혁신 주체인 대학과 산업체가 ‘하기 어려운’ 혹은 ‘다들 꺼리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연구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 연구의 대표적인 특징이 흔히 말하는 ‘돈이 되진 않지만, 가치 있는 연구’, ‘고위험 중장기 연구’라고 생각하며 연구회는 출연연만이 할 수 있는, 또는 출연연이 해야 하는 공공 부문에서의 미션 기반의 연구 협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고위험 장기 수행 연구로는 양자기술, 차세대 백신 기술 등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 시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는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자 하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주요 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 기획, 추진 전략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돈이 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연구 수행을 지원할 것입니다. 우리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소‧부‧장 사태를 산·학·연·관 모두의 노력을 통해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불소 소재와 같이 해외가 독점해서 연구해도 의미 없다고 여겨지던 연구 주제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랜 기간 묵묵히 지켜온 출연연 연구자가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회는 향후 30년을 바라보고 메타버스, 블록체인, 스마트시티 기술 등 미래 사회 전반에 적용될 수요견인형(demand-pull) 기술과 핵융합, 양자컴퓨터, 항공우주기술 등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잠재력 과 파급력을 가진 기술주도형(tech-push) 기술을 발굴하는 작업을 기획 중이며, 이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핵심 기술을 선별하고, 출연연 보유 역량과 연계해 공공R&D의 기술 개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PBS 개선 등 출연연 융합 생태계 활성화 기반 마련
Q. 33년간 출연연에서 근무한 ‘실무형 이사장’으로서 임기 내에 꼭 추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NST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출연연의 융합·협력 생태계를 활성화함으로써 융합의 질을 높이고, 이를 통해서 출연연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출연연이 지금처럼 칸막이 중심의 ‘단절·독점’ 문화를 고수한다면 집합적 개념의 출연연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단편적인 기술로 출연연도 각자도생, 연구자 개인도 각자도생하는 경쟁만이 남아 국가에 부담만을 안기는 연구 집단으로 치부될 것입니다. 이제는 각 출연연들이 기관의 강점 기술은 최대한 발전시키면서, 수평적으로 기관 간 융합과 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미래기술을 함께 개발할 때이고, 이것은 선택조건이 아닌 필수요건이 되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저는 임기 동안 NST의 융합사업을 최대한 확대하고, 수행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출연연 간, 인적자원 간 교류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혁신함으로써 출연연이 보다 실효적으로 융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을 꼭 구축하고 싶습니다.
새 융합연구사업 최대 9년간 중장기 단일 연구 수행한다
Q. 융·복합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A. 그간 한 해 900억 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하는 융합연구사업을 통해 출연연과 산·학·연 연구자가 한 곳에 모여 연구하는 ‘융합연구단’을 운영하는 등 융합·협력의 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개방형 융합 연구가 우리 출연연에 보다 일상화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융합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우선 NST 융합연구사업의 제도 개선 및 신규 융합연구사업 트랙 신설 등 사업 운영 체계를 개선하여 융합연구사업 2.0v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출연연 의 연구비 매칭 비율을 현재 50%에서 20~30%로 낮추고, 집결형 연구(on-site) 방식을 고도화해 연구자 가 융합연구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운영 중인 연 80~100억 원 규모의 ‘융합연구단 사업’과 20억 원 규모의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사이를 잇는 40~50억 원 규모의 새로운 융합 연구 트랙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새 융합연구사업은 최대 9년(3+3+3)간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중장기 단일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이 될 전망입니다. 또 연구개발전략위원회 산하에 ‘융합사업위원회’를 만들어 융합연구사업의 발굴·기획·제도 개선 등의 업무를 총괄할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출연연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연구자가 직접 참여하는 협력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Q. 출연연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2만여 명의 출연연 구성원과 함께한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실현하게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출연연 연구자가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출연연이 국가대표 공공연구기관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미래를 이끌어가는 출연연의 구성원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저와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홍보팀
- 저작권자 2021-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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