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질환과 유방암 및 2형 당뇨병 등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을 식별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유전체 분석방법이 발표됐다.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브로드 연구소 및 매서추세츠종합병원(MGH) 연구진이 개발한 이 방법은 유전체 내 수백만 곳의 정보를 활용해 다섯 개의 주요 질병 위험을 확인하는 테스트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알려줄 수 있다.
유전학 저널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 13일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영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유전적 변이를 바탕으로 미국인 2500만명 이상에게서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정상의 세 배에 이르고, 수백만명 이상이 비슷한 수준으로 다른 질병 발병 위험도 지니고 있음을 시사했다.
의사들은 이 같은 게놈 정보를 통해 문제가 엿보이는 개인에게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질병 예방을 위한 조기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원유전적 위험 평가 활용
이번 연구는 다원유전적 위험 평가(polygenic risk scoring)로 불리는 이 방법이 어떻게 더욱 발전돼 의료시스템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주요 논점들도 제기한다.
저자들은 이 유전자 검사가 주로 유럽인 혈통을 지닌 개인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인종그룹들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문 시니어저자인 세카르 카티르산(Sekar Kathiresan) 하버드의대 교수 겸 브로드 인스티튜트 심혈관질환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우리는 오래 전부터 유전자 변이만으로도 질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제 게놈 데이터를 사용해 질병 위험을 유용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 동영상
그는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질병 고위험군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티르산 교수는 논문 제1저자이자 MGH 심장병의사인 아미트 케라(Amit V. Khera) 박사와 같은 랩의 전산생물학자인 마크 채핀(Mark Chaffin)과 함께 연구를 수행했다.
“고지혈증 등 없어도 유전적으로 관상동맥질환 위험”
연구팀은 질병 위험을 평가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하기 위해 먼저 대규모 전장유전체 관련 연구로부터 데이터를 모아 관상동맥질환과 심방 세동, 2형 당뇨병, 염증성 장질환 및 유방암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식별해 냈다.
그리고 각 질병마다 컴퓨터 알고리듬을 적용해 모든 변이- 대부분의 유전적 변이가 질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로부터 나온 정보를 단일한 숫자나 혹은 다원유전적 위험 점수로 통합했다. 이 수치는 환자의 유전체에 기초해 개인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저장돼 있는 40만명 이상의 개인 정보를 대상으로 다원유전적 위험 평가 알고리듬을 테스트하고 검증했다. 이 데이터는 영국 혈통자들의 방대한 유전체 자료와 의료 정보를 담고 있다.
케라 박사에 따르면 중요하게 부각된 사항으로 이 검사에서 관상동맥위험을 가진 사람들이 반드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같은 질병 위험 표지가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케라 박사는 “이 사람들은 많은 유전적 변이들이 주는 부가 작용 때문에 정상의 몇 배에 달하는 심장 발작을 겪을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가 감시망을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사람들이 내 진료실에 왔어도 우리의 현재 척도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없다”며, “이런 케이스들을 실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검사와 진료를 실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접근법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개인 유전체 660만개 위치 일일이 조사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위험 평가는 개인 유전체에서 660만개 이상의 위치들을 일일이 조사해 수행했다. 이 질환은 현재 미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심장병이다.
영국 바이오뱅크에 정보가 있는 개인들 가운데 8%는 유전적 변이를 기반으로 평가할 때 다른 모든 사람과 비교해 질환 발생 가능성이 세 배 이상 높았다. 절대 평가에서는 가장 낮은 다원유전적 위험 점수를 기록한 개인 가운데 0.8%만이 관상동맥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나, 위험점수가 가장 높은 층에서는 11%가 이 질환을 앓았다.
여성들에게 악성종양으로 인한 주요 사망원인인 유방암의 경우 영국 바이오뱅크 등재자 가운데 1.5%가 다른 모든 사람들에 비해 세 배 이상의 발병 위험이 있는 것으로 다원유전적 평가 결과 예측됐다.
다원유전자 위험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들은 유방암 발병 위험이 다섯 배나 높았다. 이를 절대평가로 환산하면 최고 위험점수를 기록한 사람 중 19%가 유방암을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 중 유방암 환자는 4%였다.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과 심방 세동 및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서도 같은 다원유전적 위험 평가법을 적용했다.
“콜레스테롤치처럼 심장마비 위험수치도 바로 알게 될 것”
다른 일반 질병에 대한 다원유전적 위험 평가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장유전체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기준 바이오뱅크에 맞춰 점수를 검증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아울러 현재의 다원유전적 위험 계산은 유럽 혈통 사람들에 대한 유전체 연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다른 인종 그룹을 위한 알고리듬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이제 생의학계에서 이 접근법을 임상 진료에 포함하는 것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즉, △질병이 유전적 요인을 가지고 있는가 △질병이 일반대중에 충분히 전염될 수 있어 일상적인 임상진료에 통합해 검사해야 할 가치가 있는가 △질병의 유전적 위험을 아는 것이 질병 치료에 유용한가 등이다.
카티르산 교수는 “이것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유전적 위험요인”이라며, “우리는 질병 예방을 위해 가능하면 출생했을 때부터 다원유전적 위험 평가로 질병 위험 정도를 확인해 생활습관 개선이나 치료 등을 위한 정보로 활용할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들이 현재 콜레스테롤 수치를 바로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가까운 장래에 심장마비에 대한 다원유전적 위험 수치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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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8-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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