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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병희 객원기자
2020-08-13

우주 초기 120억 광년 거리 은하 처음 발견 은하 형성과 진화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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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남방천문대(ESO) 천문학자들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알마(ALMA,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이용해 극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를 관측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지구에서 약 120억 광년 이상 떨어진 이 은하는 초기 우주 때 탄생한 매우 젊은 은하로, 놀랍게도 우리 은하(Milky Way)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은하들은 통상 혼돈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지나, 이번에 관측된 은하는 우리 은하처럼 비교적 성숙한 모습을 하고 있어,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되짚어볼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관측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2일 자에 발표됐다.

유럽 남방천문대 천문학자들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ALMA를 이용해 120억 광년 거리에 있는 초기 우주 때 탄생한 ‘어린’ 은하를 발견했다. SPT0418-47로 명명된 이 은하는 은하수 가까이에 있는 은하의 중력렌즈 효과로 인해 거의 완벽한 빛의 고리 형태를 나타냈다. © ALMA (ESO/NAOJ/NRAO), Rizzo et al.

초기 우주에서 생성된 120억 년 전의 은하

우주의 나이를 약 138억 년이라고 보고 이번에 관측된 은하에서 지구로 빛이 도달할 때까지 124억 년이 걸렸다면, 우리는 우주 나이가 14억 년 때인 초기 우주에서 생성된 은하를 본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독일 막스플랑크우주물리연구소 프란체스카 리쪼(Francesca Rizzo) 박사과정생은 “이번 관측 연구 결과는 우리 은하수나 은하수와 가까운 나선은하들에서 관측되는 구조들이 이미 120억 년 전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은하 형성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었다”고 밝혔다.

SPT0418-47로 명명된 이 은하는 나선형 팔은 없는 것으로 보이나, 우리 은하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특징을 최소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회전하는 원반과, 은하 중심 주위에 빽빽하게 모여있는 별 무리가 구성하는 불룩한 돌출부(bulge)가 그것이다.

우주 역사 초기에 이처럼 은하 중심 돌출부가 발견된 것은 처음으로, 이로 인해 SPT0418-47은 우리 은하처럼 보이는 은하 가운데 가장 멀리 있는 은하로 기록되게 됐다.

논문 공저자인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캅테인 천문연구소 필리뽀 프라떼르날리(Filippo Fraternali) 교수는 “이 은하를 보고 크게 놀랐던 것은 우리와 가까이 있는 다른 은하들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으로, 모델링이나 이전의 좀 덜 상세한 관측들에서 나온 모든 예상과는 상반됐다”고 말했다.

초기 은하에서는 젊은 은하들이 아직 형성 과정에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 은하들이 혼돈스럽고 우리 은하와 같이 더 성숙한 은하들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분명한 구조가 결여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ALMA 전파망원경 시설 위에 지구 남반부에서 볼 수 있는 은하수가 펼쳐져 있는 모습. © ESO/B. Tafreshi (twanight.org)

중력 렌즈 효과로 ‘먼 과거’ 상세히 관측

SPT0418-47과 같은 먼 은하를 연구하는 것은 은하가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은하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거기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데 120억 년이나 걸렸기 때문에, 우리는 우주가 현재 나이의 10%에 불과했을 때의 은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것을 연구하면 우리는 이 아기 은하들이 막 발달하기 시작한 때로 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은 작고 희미하게 보여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상세한 관측이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가까이에 있는 은하를 강력한 돋보기(중력 렌즈 효과)로 사용해 이 장애를 극복했다. 그리고 ALMA를 통해 먼 과거를 전례 없이 상세하게 관측할 수 있었다.

중력 렌즈(gravitational lensing) 효과에서는 멀리 있는 은하에서 나오는 빛이 관측자 근처에 있는 은하의 중력에 이끌려 왜곡되고 휘어져서 모양이 비정상으로 보이지만, 확대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중력 렌즈를 통해 본 이번 원거리 은하는 매우 정확하게 정렬돼 있어 우리 은하 가까이에 있는 은하 주변에서 거의 완벽한 빛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력렌즈 효과를 나타낸 그림. 오른편 중간 위의 먼 거대 물체로부터 나오는 원거리 빛(하얀색)이 그림 가운데 물체의 중력에 의해 휘어져 왼쪽 지구에서 볼 때 가운데 물체 가까이에서 왜곡되고 확대된 모습으로 (오렌지 색 빛을 통해) 보인다. © WikiCommons / http://hubblesite.org/newscenter/archive/2000/07/image/c

“보물 상자가 열리는 것 같아”

연구팀은 새로운 컴퓨터 모델링 기술을 사용해 ALMA 데이터로부터 먼 은하의 실제 모습과 가스의 움직임을 재구성했다.

리쪼 연구원은 “SPT0418-47의 재구성된 이미지를 처음 보았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보물 상자가 열리는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논문 공저자인 막스플랑크우주물리연구소 시모나 베게티(Simona Vegetti) 박사는 “우리가 발견한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결과로, SPT0418-47은 빠른 속도로 별이 생성되고 따라서 매우 에너지가 넘치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초기 우주에서 관측한 은하 가운데 가장 잘 정렬된 은하 원반이었다”고 밝혔다.

베게티 박사는 “이는 매우 예상치 못한 결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은하의 진화 방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SPT0418-47이 비록 원반과 함께 오늘날 우리가 보는 나선은하와 유사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 은하와는 매우 다른 은하로 진화해 나선은하 이외의 또 다른 유형인 타원은하 부류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가동 예정인 ‘세계에서 가장 밝은 눈’인 유럽 남방천문대의 초거대 망원경 예상도. 1차 반사경은 지름 39m에 너비가 각각 1.45m인 800개의 세그먼트로 구성되고, 2차 반사경은 지름이 4.2m에 이른다. © ESO

지난 5월 발표된 거대 회전 원반의 후속 연구

이번의 예상치 못한 발견은 초기 우주가 한때 그럴 것이라고 믿었던 것처럼 혼돈스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빅뱅(Big Bang) 직후에 잘 정렬된 은하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형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ALMA 발견은 앞서 지난 5월에 발표된, 비슷한 거리에서 보였던 거대 회전 원반에 대한 후속 연구다. 이번 연구에서는 중력 렌즈 효과 덕분에 SPT0418-47을 더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었고, 원반 이외에 불룩한 돌출부가 발견돼 이전 연구에 비해 우리 은하수와 훨씬 더 유사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건설 중인 유럽 남방천문대의 초거대 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 ELT) 연구를 비롯한 앞으로의 연구들은 이런 ‘아기’ 원반 은하들이 얼마나 일반적으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과연 예측된 것보다 통상 덜 혼돈스러운지의 여부를 밝혀냄으로써 은하 진화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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