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년으로 추정된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우주가 생겨난 지 몇 백만년 뒤부터 최초의 별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고 믿고 있다.
그 이래 우주는 별을 만들어내는 절묘한 솜씨를 발휘했다. 이에 따라 우주에는 2조개의 은하들과, 1조 곱하기 1조(a trillion-trillion) 개라는 엄청난 숫자의 별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클렌슨대 과학대의 천체물리학자인 마르코 아옐로(Marco Ajello) 박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Fermi) 감마선 우주망원경 자료를 분석해 우주 전 생애 동안의 별 형성 역사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1월 30일자에 ‘우주의 별 형성 역사에 대한 감마선 측정’(A gamma-ray determination of the Universe's star-formation history)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그 결과와 새로운 측정 과정의 파급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관련 동영상
페르미 우주망원경 데이터 활용
논문 제1저자인 아옐로 박사(물리 및 천문학과 조교수)는 “페르미 우주망원경이 수집한 데이터로부터 지금까지 방출된 별빛의 전체 양을 측정할 수 있었다”며, “이런 작업은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빛의 대부분은 수많은 은하에 있는 별들에서 방출된다. 따라서 이를 통해 별의 진화과정을 더욱 잘 이해하고, 우주가 어떻게 별들을 생성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생성된 별빛의 양을 헤아리는 데는 단순하게 정량화하기가 어려운 여러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새로운 측정방법에 따르면 별에 의해 방출돼 우주공간으로 탈출한 광자(photons, 눈으로 볼 수 있는 빛 입자) 수는 4x10^84(10의 84승의 네 배) 개로 산출됐다.
별빛 광자 총량은 4x10^84 개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우리 태양계의 해와 은하수로부터 나오는 별빛을 제외하면 지구에 도달하는 별빛은 매우 희미하다. 비유하자면 완전히 깜깜한 상태에서 4㎞ 밖에서 비치는 60와트 전구의 불빛과 같다.
이것은 우주가 너무나도 거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밤하늘은 달빛이나 눈에 보이는 별들 그리고 은하수의 희미한 빛보다도 더 어둡다.
페르미 감마선 망원경은 2008년 6월 11일 저궤도로 쏘아 올려졌고, 최근 발사 10년 째를 기록했다. 이 망원경은 가장 에너지가 높은 빛 형태인 감마선에 있는 막대한 양의 정보와 함께 감마선과 은하계밖 배경 복사[extragalactic background light (EBL)]와의 상호작용 내용을 제공해 주는 강력한 천문대 역할을 한다.
EBL은 별들이나 별 근방의 먼지에서 방출되는 모든 자외선과 가시광선 및 적외선으로 구성된 우주 안개를 말한다.
9년 동안 739개 블레이자 데이터 분석
아옐로 박사와 바이디히 팔리야(Vaidehi Paliya) 박사후 연구원은 739개의 블레이자(blazars)에서 나오는 감마선 신호와 관련된 9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블레이자는 매우 밝고 밝기가 급변하는 활동은하핵의 한 종류다. 중심에 태양보다 수백만 배 이상 되는 초거대질량의 블랙홀을 포함하고 있으며, 거의 빛의 속도로 우주를 가로지르는 좁고 평행한 제트를 분출한다.
이런 제트 중 하나가 직접 지구를 향하게 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를 검출할 수 있다.
제트 안에서 생성된 감마 광자는 궁극적으로는 우주 안개와 충돌해 관찰 가능한 자국을 남긴다. 아옐로 박사팀은 이를 이용해 우주 역사에서 주어진 장소뿐만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서 우주 안개의 밀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아옐로 박사는 “별빛 안개 속을 여행하는 감마선 광자는 흡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얼마나 많은 광자가 흡수되었는지를 측정함으로써 안개가 얼마나 두꺼운지 측정할 수 있었고, 시간의 함수로 전체 파장의 범위에서 존재한 빛의 양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주 안개에 대한 최근의 정확한 측정법 적용
은하 조사방법을 사용해 지난 수십년 동안 우주에서의 별 형성 역사가 연구돼 왔다. 그러나 몇몇 은하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매우 희미해서 현재의 망원경으로는 탐지하기가 어려웠다.
이로 인해 과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은하들에서 생성된 별빛을 측정하게 되었다.
아옐로 박사팀은 이런 방법을 피해서 페르미의 광대역 망원경 자료를 사용해 은하계밖 배경 복사(EBL)를 분석했다. 가장 멀리 있는 은하들을 포함해 은하를 빠져 나가는 별빛은 결국 EBL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최근에 가능해진 우주 안개의 정확한 측정법을 사용하면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들로부터 나오는 빛을 측정할 필요가 없다.
팔리야 연구원은 739개 블레이자에서 방출되는 감마선 분석을 수행했다. 이 블레이자들의 블랙홀은 우리 태양보다 수백만에서 수십억 배나 더 큰 초거대질량을 지니고 있다.
팔리야 연구원은 “우리에게서 거리가 서로 다르게 떨어져 있는 블레이자들을 활용해 다른 시간대에서 모든 별빛의 총량을 측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10억년 전, 20억년 전, 60억년 전 등 별이 처음 형성되었을 때로 완전히 거슬러올라가 각 시기의 모든 별빛의 총량을 측정했다”고 말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EBL을 재구성하고 이전에 이루어졌던 것보다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우주의 별 형성 역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10억년 전 별 형성 정점에 달해
고에너지 감마선이 저에너지 가시광선과 충돌하면 전자와 양전자 쌍으로 변환된다.
NASA에 따르면 에너지가 광범위하게 흐르는 곳에서 페르미 망원경이 감마선을 검출해 내는 능력은 우주 안개를 매핑하기에 적합한 수준이다. 이러한 입자 간 상호작용은 광대한 우주 영역에서 발생하며, 아옐로 박사팀은 이를 이용해 우주의 별 형성 생산성을 그 어느 때보다 깊이 탐색할 수 있었다.
논문 공저자인 아비셱 데사이(Abhishek Desai) 연구원은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EBL을 측정하려 노력해 왔으나 황도광(태양계에서 먼지에 의해 산란되는 빛) 등이 측정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우리 기술은 어떤 전경에도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단번에 극복했다”고 밝혔다.
분자 구름의 고밀도 영역이 붕괴돼 별들을 만들게 되는 별 형성은 110억년 전에 정점을 이뤘다. 이후 새로운 별들의 탄생이 느려지기는 했으나 결코 중단되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우리 은하계에서는 해마다 약 일곱 개의 새로운 별이 생성된다.
“궁극적 목표는 빅뱅 거슬러 올라가는 길 찾기”
연구팀의 일원인 물리 및 천문학과 디터 하트만(Dieter Hartmann) 교수에 따르면,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금의 EBL을 정립하는 것을 넘어 우주의 진화 역사를 밝혀내는 것이다.
하트만 교수는 “별 형성은 에너지와 물질, 금속 등의 거대한 우주적 순환과 재활용이며, 바로 우주의 원동력(motor)”이라고 지칭하고, “별의 진화가 없다면 생명의 존재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별 형성에 대한 이해는 우주 먼지와 은하 진화 및 암흑물질에 관한 연구를 포함한 다른 천문학 연구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팀의 분석은 2021년에 쏘아올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같은 별 진화 초기단계 탐구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원시 은하 형성 등을 탐구할 예정이다.
아옐로 박사는 “우리 우주 역사 중 첫 10억년은 현재의 위성 망원경들에 의해 아직 조사되지 않은 매우 흥미로운 시기”라며, “이번 측정 결과는 그 시기를 살짝 엿보게 해주며, 아마 미래의 어느 때인가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인 빅뱅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18-1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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