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도시 계획 전문가인 메누 타와리(Meenu Tewari) 교수는 인도 서부 수라트 시에 있는 한 방직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녀는 그러나 뜻밖의 상황에 직면했다. 그곳에는 직원을 볼 수 없었고 기계만 남아 있었다. 실종된 직원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들은 뜨거운 날씨를 피해 가까운 차양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타와리 교수는 최근 ‘사이언스 뉴스’ 지에 “기절할 정도의 고온 탓에 작업자들이 열에 달구어진 기계 근처에 다가가는 것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는 온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에 휴식을 주고 있었다.

페르시아만, 남아시아 황폐해지고 있어
생리학적으로 인체는 열과 습도를 결합해 측정한 35℃ 이상의 습구온도(Wet-bulb temperature)에 견디지 못하게 돼 있다.
더위가 사람의 몸에 지나친 부담을 주면 전반적인 환경 대처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업무적으로 수행해야 할 다양한 작업 과정에서도 수행도가 크게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도를 넘어선 고온이 사람의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인지 능력을 저하케 하며, 결과적으로 기업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 인도 방직공장을 방문한 타와리 교수의 증언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달 초 ‘사이언스 어드밴스’ 지에 게재된 논문 ‘Deadly heat waves projected in the densely populated agricultural regions of South Asia’에서는 최근 고온 현상이 ‘우려할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Zurich)의 기후과학자인 크리스토프 르(Christoph Schär) 박사는 “고온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인도‧파키스탄 지역 농어‧촌에 사는 많은 사람이 에어컨 등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구 공동저자인 로스앤젤레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환경 엔지니어 제레미 팔(Jeremy Pal) 교수는 “특히 아시아에서 심한 폭염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확인하고 매우 놀랐다.”며, “특히 미래 온난화가 페르시아 만 지역을 극도로 황폐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인도 반도를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 지역도 페르시아 만 지역에 못지않게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관련 국가, 지역협의체 등에서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빠른 대처 방안을 마련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로율라 메리카운트 대학의 제레미 팔 교수는 지난 2015년 10월 ‘자연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Future temperature in southwest Asia projected to exceed a threshold for human adaptability’란 제하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온도 올라갈수록 적개심 더 강해져
35℃ 이상의 습구온도가 인체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 인체는 땀의 증발을 통해 체온을 35°C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 임계치는 통풍이 잘되는 실외 조건에서 건강한 인간의 생존 한계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35℃보다 다소 낮은 상태에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공통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상승하고 있는 지구 온도와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체 습구온도가 35℃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제레미 팔 교수의 논문은 육체적인 문제에 국한하고 있지만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크레이그 앤더슨(Craig Anderson) 박사는 지난 2000년 자신의 연구결과를 통해 고온으로 인한 심리적 악영향을 기술하고 있었다.
그의 연구팀은 대학생들에게 대화에 참여하는 부부의 비디오 테이프 4개를 보여주었다. 하나는 중립적인 내용이었고 나머지 세 개는 듀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비디오를 보는 동안 실내 온도를 14°~36°C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부부에 대한 적개심 수준을 변화시켰다. 가지 다른 온도 중 하나로 온도 조절 장치가 설정된 방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연구원들은 학생들에게 커플의 적개심 수준을 측정한 결과 더워질수록 더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의 연구 결과는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실렸는데 이를 통해 ‘사람은 더워지면 사물을 더 불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 됐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로스앤젤레스의 범죄 데이터를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8.333333℃(65℉)에서 21.111111℃(70℉)를 넘을 때 폭력 범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4.25℃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레미 팔 교수는 “그렇게 되면 남아시아 인구의 4%가 35°C를 초과하는 치명적인 습구 온도를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체 인구의 약 75%는 대부분 인간에게 위험한 31°C 이상의 습한 온도를 경험할 것”이라며, 2015년 체결한 파리 기후협정에서 약속한 것처럼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협정을 준수할 경우 ‘31°C 이상의 습한 온도를 경험할’ 지구 인구가 75%에서 55%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것. 최근 폭염 사태를 접한 상황에서 최근 연구 결과들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연이어 제시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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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8-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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