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제인구달이 지난해 11월 16일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화여대에서 강연했던 ‘희망의 이유’ 내용 및 저서 ‘희망의 자연’을 참고해 작성하였다. 8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계속해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인구달이 펴낸 ‘희망’ 시리즈 도서 중 하나인 ‘희망의 자연’은 동물보호운동가와 환경운동가들이 연구와 서식지 복원, 지역민 교육을 통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동물들을 보호하려는 모습을 한데 담았다. 제인구달과 과학자, 환경운동가들이 세계 곳곳해서 실천하고 있는 ‘희망’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다면 제인구달연구소 홈페이지(www.janegoodall.org)에 접속해 보길 권한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항상 자연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자신의 주변 동식물을 바라보며 지내던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를 좋아했다. 앵무새에게서 동물 말을 하는 법을 배운 둘리틀 박사나 정글의 왕 타잔 이야기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이나 자연에서 펼쳐지는 모험담에 관한 이야기를 특히 즐겨 읽으면서 언젠가 자신도 아프리카에서 동물들과 어울려 지내며 그 이야기를 쓰겠다는 꿈을 키웠다.
훗날 소녀는 자신의 어릴 적 꿈을 이루게 되었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성장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소녀의 이름은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이다.
도구를 사용하는 또 다른 동물의 발견
케냐에서 지내던 친구에게서 날아온 초청장 한 통으로 제인 구달은 꿈을 실현하는 기회를 맞이한다. 뱃삯을 마련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케냐로 떠난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인간화석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 부부를 만나게 되고, 이들에게 연구비를 지원받아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에서 침팬지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침팬지들이 다 도망가서 연구가 어려웠지만 계속 침팬지와 함께하며 행동을 관찰하게 되었지요. 6개월의 연구비를 거의 다 써 갈 즈음에 침팬지의 특이한 행동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흰개미 굴에 나무가지를 넣었다가 빼내어 그 곳에 붙어 있는 흰개미를 핥아 먹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제인구달은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인간과 침팬지의 생물학적·행동학적 유사성을 느꼈다.
“그 당시만 해도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연구 결과는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인간’을 그리고 ‘도구’를 다시 정의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요.”
그녀는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유사성을 관찰하며 지구에서 함께 살고 있는 동물에 대해 경외심을 품게 되었다.
보다 큰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다
1986년, 우연히 ‘침팬지 이해하기’라는 세미나에 참석한 제인 구달은 다시 한 번 삶의 경로를 뒤흔든 계기와 마주하게 된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연구를 하고 있던 모든 현장 연구자들이 처음으로 함께 한 세미나에서 벌목을 통한 침팬지의 서식지 파괴와 밀렵꾼들에 의한 사냥 등의 이유로 침팬지의 상당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 것.
그녀는 침팬지들의 생존과 관련해 세계인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연구를 중단한 후 26년을 지내 온 현장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 침팬지를 관찰해 온 결과, 침팬지와 우리는 비슷한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아마 인간의 기가 막힌 두뇌일 것입니다. 침팬지도 머리가 좋은 편이지만, 인간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화성에 로봇을 보내어 사진을 찍어오기도 하지 않나요? 참 놀랍지요. 하지만, 제가 궁금한 것은 ‘이렇게 똑똑한 동물이 어떻게 이토록 삶의 터전을 파괴할 수 있느냐‘입니다. 만일 우리가 후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지금 지구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자연을 위해, '루츠 앤 슈트 운동'
제인 구달은 1991년 12명의 탄자니아 학생들과 함께 탄자니아에서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행동에 대해 공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때, 학생들은 그녀로부터 밀렵을 비롯해 멸종, 환경파괴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전해 듣고서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찾기 위한 모임을 꾸린다.
이 작은 모임이 ‘루츠 앤 슈트’ 프로그램의 시발점이었다. 현재 120개 국가 9천여 개의 지부가 만들어졌고, 여러 문화와 종교, 국가를 아울러 수많은 청소년과 어린이, 대학생들이 함께 뜻을 모아 공동체 설립과 동물 그리고 환경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희망을 품어야 한다
현재 매스컴에서는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댐이나 운하 건설로 습지가 파괴되며 벌목이나 가축 사육으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산을 비춰줌으로써 우리들에게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생물멸종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서 낙관을 가질 수 있죠?”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환경운동 단체들과 보호협회의 활동을 향해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때론 노골적인 적개심과 조롱을 보낸다.
하지만 이들에게 제인 구달은 말한다. 절망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라고. 적어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서 아무리 적더라도 매일 매일 조금씩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무엇인가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너무 쉽게 비관하지 말라. 그리고 절대 희망을 잃어버리지는 말라"고 말한다. 우리는 탁월한 지능을, 자연은 탁월한 탄성력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행동하는 깨우친 젊은이들의 정력과 헌신 그리고 불굴의 인간정신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가진 것들로부터 밝혀져 오는 희망의 빛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 KOFAC 대학생 기자단 최혜정
- 저작권자 2013-0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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