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고 어려운 코딩(coding)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해 즐기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직접 아이들을 위한 컨텐츠를 만들고, 우리 아이들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외국 아이들이 하는 경험, 직접 즐기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에 직접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기본 역량
코딩클럽 운영자 하은희 대표는 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회원을 모집,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경험시켜 주고 있는 일을 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능력을 가르쳐 주는 코딩클럽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LG전자 신기술개발팀에서 근무하면서 코딩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하은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다가 할리우드 영화 제작소에 가기 위해 유학을 가보니 미국에서는 능동적인 교육, 토론하고 활동으로 배우는 분위기가 너무나 자연스러웠어요. 한국의 수동적 분위기로는 사회에 나와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해 교육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대학원을 졸업한 후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근무를 하면서 보니 컨텐츠 등 모든 분야에서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었고, 좋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스티브잡스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배워야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컴퓨팅 사고력은 미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교육은 직업 기술 교육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보편적 기본역량 교육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나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시 되고 있다.
하은희 대표는 코딩의 중요성을 느끼고 만드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코딩을 배웠다. 그러나 역시 코딩을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미국의 스크래치, 앱인벤터를 접하게 됐다.
컴퓨터 언어를 달달외우지 않아도 초등학생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인 스크래치와 앱인베터를 만나고 무릎을 탁 쳤다. '바로 저거다. 한국 아이들도 스크래치, 앱인벤터를 통해 즐겁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하은희 대표는 한국에서 스크래치와 앱인벤터를 가르치기 위해 컨텐츠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짜서 조카들과 조카 친구들을 대상으로 먼저 프로그램을 운영해봤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이제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수준이 됐지만, 혼자서 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일과 교육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같이 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라인을 통해 커뮤니티를 만들고, 함께할 회원과 아이들을 모집했다.
"아이들 스스로 즐기는 교육 환경 만들고 싶어"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계와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컴퓨터를 전공한 프로그래머들이 같이 참여하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해서 코딩 클럽을 만들었죠. 그렇게 하니 동지들이 많아지고 지속력도 생겼어요. 동호회를 통해 지루하지 않은 교육, 아이들이 스스로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주말에는 코딩클럽 가야한다라고 스스로 말하기도 하고, 먼 지방에서 참여하기도 해요. 부모님이 억지로 보내는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즐겁게 참여해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코딩을 배울 수 없고 코딩클럽을 통해 배운 것을 학교 친구들과 이야기 할 수 없고 보여줄 수 없으니 코딩클럽에 참여해 짝꿍과 더욱 즐겁게 즐기고 있어요.
교실에서 완벽한 답이 아니면 손들고 말하기 어려운 환경을 개선해 주기 위해 아이들 한 명 한 명 발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부담없이 이야기 하고 서로 환영하고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구체적 칭찬과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거죠."
코딩클럽은 매달 게임 메이커, 주니어 스크래처, 앱메이커 등 3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게임 메이커는 MIT 스크래치, 네이버 엔트리와 함께하는 초중생을 위한 소프트웨어 코딩 입문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컨텐츠를 디자인하고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소프트웨어로 만들어보는 3주 프로그램이다.
주니어 스크래처는 초중생을 위한 소프트웨어 심화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게임을 디자인하고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3주간 프로그램이고, 앱메이커는 MIT 앰인벤터와 함께하는 초중생을 위한 안드로이드앱만들기 3주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뿐 아니라 캠프도 3개월에 한 번씩 열고, 방학때는 만든 것을 경연할 수 있는 해커톤도 개최한다. 주니어 교육 외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한 달에 한 번 운영된다.
현재 코딩클럽은 30여명의 선생님이 활동하고 있고, 회원수만 4천명이 넘는다. 지난해 10월에 시작한 커뮤니티가 1년만에 이만큼이나 발전한 것은 배우고 싶은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지났음에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코딩클럽은 아이들과 함께 발전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과 기찻길을 만들면서 기차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프로그램이 초기 단계이고,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같이 만들어 가는 단계에요. 어른의 시각이 아닌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고쳐 나가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클럽에 나와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집에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꾸준히 즐기면서 만들고 클럽에 나와서는 친구들과 소통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지방 아이들도 코딩클럽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 고민중
현재 한국 초중등교육에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코딩 교육을 통해 논리적 사고 능력,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 나누고 공유하는 능력, 협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실패로부터 스스로 배우는 능력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 대표는 지방 아이들에게도 코딩클럽을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학교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중이다.
"예전에 부산에서 해커톤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또 교육을 받고 싶다고 지방에서도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서울,경기 외에도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고민중이에요. 또 내년에는 지금 활동하는 범위를 확장해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요한 학교에 창의체험 활동 등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또 직장인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려고 해요.
코딩클럽은 공간도 시설도 없어요. 매번 정해진 곳 없이 후원을 받아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유는 사람이 있으면 원하는 곳에 사람이 모이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고민이 있다면, 코딩클럽에 꾸준히 참여해서 프로그램들을 잘 따라오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앱인벤터를 가르친 이후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요. 무슨 프로젝트를 할 지,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의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어요."
- 김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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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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