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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8-11-14

슈퍼컴퓨터 1위 전쟁, EU 가세 2023년까지 美-中 따라잡을 프로젝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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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컨퍼런스 ‘SC 18’에서는 전 세계 국가별 슈퍼컴퓨터의 처리 속도를 비교한 ‘TOP 500’이 발표됐다. 전 세계 슈퍼컴퓨터의 순위는 매년 6월과 11월에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개최되는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서 매겨진다.

이번 세계 1위는 미국 에너지부(DOE) 소속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서밋(Summit)’이 차지했다. IBM이 제작한 서밋 슈퍼컴퓨터는 143.5페타플롭스의 연산속도를 기록했다.

1페타플롭스는 1초에 1000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속도를 의미한다. 테니스장보다 더 큰 면적을 차지하는 서밋에는 IBM 파워9 프로세서 9000여 개와 엔비디아(NVIDIA)의 그래픽칩 2만7000여 개가 내장돼 있다. 서밋은 2014년 에너지부에서 3억2500만 달러 규모의 연구 지원을 받아 시행된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다.

현재 세계 1위 슈퍼컴퓨터인 '서밋'.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자리를 놓고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세계 1위 슈퍼컴퓨터인 '서밋'.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자리를 놓고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서밋이 등장하기 전에 세계 1위 슈퍼컴퓨터는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라잇(Sunway TaihuLight)이었다. 이 슈퍼컴퓨터는 이번 순위 발표에서 3위를 기록했다. 선웨이 타이후라잇이 서밋에 1위 자리를 내준 건 지난 6월의 순위 발표 때부터였다.

당시 미국은 ‘TOP 500’ 발표를 불과 3주 앞둔 시점에서 서밋을 가동시켰다. 2016년부터 2년간 1위를 유지했던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라잇을 다분히 의식한 조치였던 셈이다. 지난 6월 서밋의 등장으로 미국은 정확히 5년 만에 중국으로부터 다시 슈퍼컴퓨터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 발표에서 10위 안에 든 미국의 슈퍼컴퓨터는 5대나 되었다. 그러나 500위 안에 든 슈퍼컴퓨터 전체를 따지면 중국이 229대로 가장 많다. 미국 108대, 일본 31대 순이다. 우리나라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누리온’이 500위 중 13위를 차지했으며, TOP 500에 이름을 올린 건 총 6대였다.

중국, 엑사급 시제품 잇달아 공개

하지만 내년의 세계 1위 자리는 다시 중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중국은 총 3개의 엑사플로스급 슈퍼컴퓨터 시제품을 공개했다. ‘텐허 3’와 ‘선웨이 엑사스케일’, 그리고 ‘슈광’이 바로 그것이다.

엑사(exa)는 100경을 나타내는 단위로서 1엑사플롭스는 1초당 100경 회의 연산을 처리하는 속도다. 즉, 현재 1위인 서밋 슈퍼컴퓨터보다 약 7배 더 빠른 셈이다. 중국은 이 엑사플롭스급의 슈퍼컴퓨터들을 2020년까지 상용화해 국가연구소 등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잇따른 엑사급 슈퍼컴퓨터의 개발 공개에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에너지부를 중심으로 2021년까지 엑사플롭스급의 슈퍼컴퓨터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재 슈퍼컴퓨터 3위국에 해당하는 일본도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 8월 일본의 후지쓰 사는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에 장착할 중앙연산처리장치(CPU)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 CPU를 채택한 슈퍼컴퓨터를 2021년까지 개발해 슈퍼컴퓨터 세계 1위를 차지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CPU를 개발하기 위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약 1조1165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 대국들이 이처럼 앞다투어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슈퍼컴퓨터는 과학기술 난제 연구 및 첨단 신제품 개발, 기후 및 대형 자연재난 예측 등 국가 현안의 해결에 있어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고성능 컴퓨터보다 연산속도가 수천 배 이상 빨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미국이 현재 세계 1위인 서밋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목적도 에너지부가 시행하는 INCITE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다양한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INCITE는 과학 및 공학의 큰 도전을 다루는 대규모의 계산 집약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연구팀에 슈퍼컴퓨터 사용 시간을 경쟁적으로 부여함으로써 과학적 발견 및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려는 프로그램이다.

EU, 10억 유로 개발비 들여 엑사급 프로젝트 추진

그런데 최근 미‧중‧일의 치열한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에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EU 산업 부문 장관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10억 유로의 프로젝트 추진에 합의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2023년까지 유럽이 2대의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미국과 중국, 일본을 따라잡는 것이다. 당장 내년 초부터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관리할 ‘유로HPC’라는 기관이 룩셈부르크에 설립될 예정이다.

약 10억 유로의 개발비 중 4억8600만 유로는 EU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Horizon 2020’ 연구 예산에서 충당하고, 나머지는 25개 회원국에서 동등하게 추징된다. 영국은 내년 3월 EU를 탈퇴할 예정이라 이 프로젝트에서 제외된다.

유럽집행위는 이번 프로젝트가 EU의 데이터 경제 경쟁력과 독립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슈퍼컴퓨터를 대여해 사용할 경우 상거래 기밀 자료 등의 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세계 TOP 10의 슈퍼컴퓨터 중 4대가 유럽에 있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쟁에 밀리는 분위기다. 거기다 유럽은 슈퍼컴퓨팅 하드웨어 전문성도 뒤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럽집행위는 이 프로젝트 외에도 2021년부터 2027년까지 EU 예산 중 270억 유로를 포스트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EU의 고성능 컴퓨팅 프로젝트는 민관 파트너십의 형태를 띠게 된다. 또한 공동 프로젝트의 구성원은 EU, 개별 EU 국가, Horizon 2020 프로그램과 관련한 국가 및 협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8-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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