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런던올림픽 경기 종목은 26개이다. 원래 28개 종목이었는데 야구와 소프트볼이 빠지고 26개 종목이 됐다. 이 26개 종목에서 남녀, 체급, 개인·단체 등으로 나눠진 세부 종목은 302개다.
이들 302개 종목에서 수많은 경기가 벌어지다 보면 여러 가지 논란이 벌이지게 된다. 가장 많은 것이 판정 시비다. 그러나 최근의 판정 시비는 과학 장비 등을 통해 그 진위가 밝혀지게 마련이다. 정작 답답한 것은 일부 선수들에 대한 성 논란이다.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성을 테스트 하는 것은 단순한 이유, 즉 남성(male)과 여성(female)을 정확히 분류해 페어플레이를 유도하자는 의도다. 문제는 이 남성·여성 간의 경계가 생물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 논란 세메냐 선수, 유력한 금메달 후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성별 논란으로 세계적인 화제가 됐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스터 세메냐(21, Caster Semenya) 선수의 경우가 그렇다. 그녀는 2009년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18세 나이로 금메달을 따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그러나 남성 같은 외모로 인해 성별 논란에 휩싸였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성별 검사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대회 출전 금지라는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세메냐가 남성, 여성의 성적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육상선수권대회가 끝나고 남아공 일간지 ‘더 타임즈(The Times)'는 세메냐에 대해 성 검사(gender-verification test)을 실시한 결과 자궁과 난소가 없는 것으로, 또한 남성의 특성인 고환이 있는 등 양성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행 올림픽 규정에는 양성자에 대한 조항이 없다. 새로운 성적 정체성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없는 만큼 세메냐의 올림픽 참가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 세메냐는 현재 런던올림픽에 참가해 남아공에 금메달을 안겨줄 유력한 선수로 지목받고 있다.
올림픽에서 성 검사가 시작된 것은 1960년부터다. 당시 남자가 여장을 하고 올림픽에 참가한 나라가 있다는 정보를 접한 올림픽위원회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성 검사를 시작했는데 옷을 벗겨보는 식의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성 검사에 염색체 검사법이 도입된 것은 1968년부터다. 검사 결과 여성 선수로 출전한 폴란드 육상선수단의 에와 클로부코우스카(Ewa Klobukowska) 선수가 남성인 것으로 밝혀져 육상경기에서 영구 퇴출됐다.
1980년에도 스페인의 육상선수(허들) 마리아 호세 마르티네즈(Maria Jose Martinez)가 여성 아닌 남성으로 판명돼 영구 퇴출됐다. 그러나 이 선수는 여성이 분명함에도 지나치게 엄격한 성 검사 기준 때문에 피해를 당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검사 결과, 마리아에게는 Y 염색체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XXY 염색체를 갖고 있었는데 여성과 차이가 없는 염색체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큰 논란이 됐다. 남성호르몬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것도 문제가 됐다.
IOC측 성 테스트 기준 놓고 입조심 중
이 호르몬은 그녀가 여성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있었지만 마리아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했다. 스페인육상연맹 역시 그녀의 성 정체성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관계자들은 이를 허용치 않았다.
그런데 1988년 올림픽위원회는 마리아에게 다시 선수등록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성 테스트 방식이 과학적이지 않고, 오히려 여성에게 모욕적이라는 비난을 받아들인 결과다. 이 논란의 결과로 올림픽위원회는 모든 여성에게 하던 성 테스트를 성 정체성이 의심되는 일부 여성에 국한시켜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더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선수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메냐처럼 양쪽에 속하지 않은 선수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IOC 관계자들은 성과 관련, 외부적으로 일체 말문을 닫고 있다. 잘못 발언할 경우 오히려 여성, 인권단체의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는 내부적으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IOC 측은 여자선수에게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너무 많이 나올 경우 선수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성 감별안을 작성했다. 물론 내부자료다.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자 고환에서 추출되는 스테로이드계의 남성 호르몬을 말한다. IOC는 혈액 1리터 당 7~30 나노몰(nanomole)이 나올 경우에 제재를 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재혔다.
이는 정상적인 여자 선수들의 경우 리터당 3 나노몰 정도의 테스토스테론이 검사되고 있다는 일반적인 근거에서 나온 기준이다. 그러나 이 기준 역시 적용 여부는 매무 불투명한 상황이다.
첫 번째 난제는 얼마나 많은 여자 선수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하느냐는 것인데, 여성만을 대상으로 이 검사를 실시할 경우 성차별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IOC 관계자도 답변을 기피하고 있다.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의료진 역시 혈액 검사의 목적이 성 테스트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단지 여성들의 운동 능력을 측정하겠다는 의미라는 것. 의료진들이 이렇게 답변을 조심하고 있는 것은 테스토스테론 역시 성 감별의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명확한 성 감별을 주장하고 있다. 성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보다 더 과학적인 근거 속에서 윤리적이고 법적인 해석'이 요구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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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8-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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