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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01-06

살 못 빼는 이유가 ‘의지박약’ 때문?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부족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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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결심을 하지만, 제대로 지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비만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살을 빼야지, 굳게 결심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내 의지가 부족해서..." 라고 자책하기 쉽지만, 최근 한 연구팀은 “뚱뚱한 것은 신체적인 비활동성이 유일한 원인이 아니며, 도파민 수용체(dopamine receptor)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과학저널에 발표했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뇌신경 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한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데, 파킨슨 병이 대표적이다.

운동 안해 살 쪘다는 자책감을 버립시다. ⓒ pixabay
운동 안해 살 쪘다는 자책감을 버립시다. ⓒ pixabay

최근 ‘셀 메타볼리즘’ (Cell Metabolism)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 저자인 알렉사이 크라비츠(Alexxai V. Kravitz)는 “일반적으로 육체적인 활동이 좋은 건강과 깊은 관련을 가진 것은 알고 있지만, 어째서 비만인 사람이나 동물이 덜 활동적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만인 사람은 몸이 무겁기 때문에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모든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크라비츠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당뇨·소화·신장병연구소(NIDDK US National Institute of Diabetes and Digestive and Kidney Diseases)에서 파킨슨 질병을 연구해 왔다. 크라비츠는 수 년 전 인간의 비만에 대해서 연구하다가 파킨슨 질병을 가진 실험쥐와 비만 실험쥐의 행동이 유사한 점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이 같은 관찰을 바탕으로 크라비츠는 ‘실험쥐들이 활동성이 적은 것은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저하에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가설을 세웠다.

사람들은 의지력이 약해서 운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이것이 비만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크라비츠는 “비만할 때 활동력이 줄어드는 생리학적인 원인을 밝히면, 의지박약이 모든 문제의 모든 원인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크라비츠 연구팀은 3,4개월 된 수컷 쥐를 대상으로 18주 동안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8마리에는 정상적인 음식을 주고, 대조 실험쥐에는 살 찌기 쉬운 음식을 제공했다. 2번째 주 부터 살찌기 쉬운 먹이를 섭취한 쥐들은 체중이 올라갔다. 4번째 주가 됐을 때, 쥐들은 움직임이 줄었으며 좀 더 느리게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과학자들은 살이 찌는 것이 운동량이 줄어드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상관관계가 없음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살찌기 좋은 먹이를 섭취한 실험쥐들은 살이 찌기 전부터 갑자기 운동량을 줄였다. 이것은 살이 찐 것이 움직임이 줄어드는 원인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도파민 신호전달의 몇 가지 측면을 수치로 측정하기 시작했다. 결과 선조체(線條體)에 있는 도파민 D2형 수용체(D2R)가 비만 쥐에서는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날씬한 실험쥐에서 유전적으로 D2R을 제거함으로써, D2R과 비활동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이 날씬한 실험쥐에 살찌기 쉬운 먹이를 제공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연구자들은 이 실험쥐들은 활동력이 줄어들었으면서도 살이 찌지 않았다.

이같은 실험결과는 비록 선조체의 D2R 부족이 신체적 비활동성에 기여하지만, 비활동성은 비만의 결과이지, 비만의 원인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용 실험쥐. 도파민 부족이 비만의 중요 원인이다. ⓒ 연합뉴스
연구용 실험쥐. 도파민 부족이 비만의 중요 원인이다. ⓒ 연합뉴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제1저자인 다니엘 프렌드(Danielle Friend)는 “물론 다른 원인이 있겠지만, D2도파민 수용체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활동성이 부족한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크라비츠는 “만약 우리가 뚱뚱한 사람이 활동적이지 않은 생리학적 원인을 해독하기 시작한다면, 뚱뚱한 사람들이 직면한 오명의 일정 부분은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연구는 건강하지 못한 음식 섭취 습관이 도파민 신호전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모아질 것이다. 연구자들은 또한 실험쥐들이 건강한 섭생으로 체중을 줄이기 시작할 때 얼마나 빨리 실험쥐들이 정상적인 활동의 수준을 회복하는지를 밝히는데 모아질 것이다.

운동으로 살을 빼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과학적 핑계꺼리가 생긴 셈이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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