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반이라는 긴 기다림의 보람이 있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곳으로의 탐사로 기록된 뉴호라이즌스의 모험은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7월 14일 밤 8시 50분경 명왕성에 12,550km 접근한 뉴호라이즌스호는 만 하루가 지나서 첫 번째 사진을 보내왔다. 비록 명왕성 표면을 찍은 단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그 모습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것이었다.
태양계 내에서 이렇게 깨끗한 표면 사진을 본 적이 있을까? 가스 행성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태양계 천체들은 크고 작은 운석 구덩이들을 가지고 있다. 지름이 수 km 가 되지 않는 작은 소행성들도 운석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지름이 2천km가 넘는 명왕성의 표면은 예상 외로 깨끗했다. 그것은 바로 명왕성의 표면이 계속적으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이 7월 16일 새벽에 공개한 명왕성 근접 사진은 명왕성 전체 면적의 1%도 안되는 좁은 지역으로 얼음 표면 위로 3,500미터가 넘은 봉우리들을 가진 산맥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봉우리들은 대부분 1억년 이내에 만들어진 것들로 45.6억년이나 된 태양계에서는 가장 젊은 지형에 해당할 것이다.
영하 200도가 넘은 명왕성에서 어떻게 이렇게 활발한 지질학적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것은 앞으로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큰 숙제일 것이다. 목성이나 토성의 얼음행성들은 모행성의 큰 중력으로 인해 지형의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명왕성에는 다른 어떤 큰 천체의 중력도 작용하지 않는다. 산들을 형성하는 전혀 다른 과정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태양계 외곽의 추운 세계에 우리가 모르는 지질학적 활동의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명왕성의 나머지 사진과 탐사 자료들이 들어오면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미항공우주국은 이날 새벽 약 466,000km의 위치에서 촬영한 명왕성의 가장 큰 위성 카론의 사진도 공개하였다. 군데군데 운석 구덩이가 보이는 카론의 표면도 상당이 젊고 다양한 지형을 보여준다. 마치 균열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지형은 절벽과 골짜기가 1,000km나 이어져 있다. 또한 우측 모서리에는 깊이가 7~9km나 되는 협곡의 모습도 보인다. 예상했던 것보다 운석 구덩이의 숫자가 적은 것은 카론의 표면이 지질학적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젊은 지형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카론의 북극 부근은 검은 물질들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은 근접 사진을 통해 보다 자세한 모습이 밝혀질 것이다.
어제 하루 동안 뉴호라이즌스호의 여러 장비들은 엄청난 자료를 수입했을 것이다. 이 자료를 모두 전송 받는 데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와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의 캔버라 등 세 곳의 수신 안테나에서 번갈아가며 자료를 수신하고 있지만 수신 속도는 초당 250바이트로 시간당 1메가바이트를 넘지 못한다. 8기가나 되는 메모리 카드 속에 얼마나 많은 자료가 쌓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모든 자료를 받는 데는 최소한 1년에서 1년 반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 접근 16시간 전에 마지막으로 보내온 사진 속 하트 모양의 지형이 큰 화제가 되었다.
명왕성의 표면은 대부분 질소 얼음으로 덮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왕성 표면의 평균 기온은 영하 220도 정도다. 질소의 녹는 온도가 영하 210도 정도이기 때문에 명왕성 표면에 액체 질소가 흐를 수도 있다. 삼색 필터로 찍은 사진 속에서는 하트 모양의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보여준다. 아직은 이 지형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미항공우주국은 이 지형에 명왕성의 발견자인 톰보의 이름을 딴 톰보 영역으로 명명할 것을 제안했다. 이 지형이 어떻게 생겼고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는 자세한 근접 사진이 들어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내올 많은 사진과 자료 속에 그 해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 저작권자 2015-07-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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