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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1-07-15

반물질은 왜 자취를 감췄나 물질만 살아남은 우주, 조물주의 편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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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가 아닌데도 서로 신기할 정도로 닮은 사람들을 보고 ‘도플갱어’라는 말을 한다. 도플갱어는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을 보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말은 근래엔 단순히 닮은 사람들을 부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지만 본래는 불길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흥미로우면서도 섬뜩한 의미 때문에 각종 이야기에 많이 사용돼 왔는데, 여기엔 죽음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그 중엔 도플갱어를 본다는 것이 곧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암시하는 징조라 해석하는 것도 있다. 물론 이 현상은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나타나거나 상상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는 분명 이런 도플갱어가 존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물질과 반물질이다.

물질의 도플갱어, 반물질

 
물질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물론 우주 전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을 말한다. 반물질은 말 그대로 물질의 반대다. 물질과 모든 것이 동일하지만 전기적 성질만 정반대를 띄고 있는 것이다. 마치 거울에 비친 물질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을 도플갱어에 비유하는 것은 이들이 만났을 때, 도플갱어의 이야기들이 그렇듯 불길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순식간에 에너지를 방출하며 사라져 버린다. 이를 쌍소멸이라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물질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물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반물질은 고에너지를 내는 현상에서 발견되기도 하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과학자들은 1995년에 최초의 반입자를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지난 4월엔 역대 가장 무거운 반물질인 헬륨4 원자핵의 반물질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수소의 반물질인 반수소를 무려 1000초나 저장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입자세계의 입장에서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입자물리학계의 큰 성과가 됐다.

반물질을 만드는 기본 원리는 입자 가속기에 있다.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킨 입자들을 서로 충돌하게 하면 고에너지가 발생하며 그로부터 수많은 입자들이 나온다. 여기서 물질과 반물질은 같은 비율로 생성된다. 이는 우리 우주의 시작이라고 알려진 빅뱅과 그 원리가 비슷해 ‘빅뱅실험’이라고도 불린다. 즉, 빅뱅 당시에도 이렇게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비율로 만들어 졌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물질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주에 대해 의문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조물주의 편애로 우주는 비대칭?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그것은 ‘CP위배’라는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돼 왔다. 반물질 연구는 ‘CPT 대칭성원리’라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여기서 각각의 약자는 전하반전(charge reversal), 패리티 반전(parity inversion), 시간 역전(time reversal)을 의미한다. 패리티는 물리법칙이 일어나는 것이 공간에 대한 차별 없이 동등성을 가지는 것을 나타내는 양이다.

즉, 전하 및 시공간이 반대가 되는 상황일지라도 물리법칙들은 대칭성을 가지고 동일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의 모습과 거울의 모습은 방향만 반대일 뿐 모든 것이 동일한 것처럼. 이 세 가지는 양자전기역학과 같은 이론들에서 각각 그 대칭성을 가지며 이를 C대칭, P대칭, T대칭이라 말한다. 헌데 입자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인 표준이론에서는 이와 같은 대칭성이 각각은 물론 두 가지의 합성에서도 깨진다. 예를 들어 약한 상호작용에서는 P대칭은 물론 전하와 공간이 관계된 CP대칭도 깨진다. 이 외에도 표준모형에서는 PT대칭이나 CT대칭도 깨진다.

하지만 다행이도 아직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합성한 CPT대칭성은 위배되지 않고 있다. 다행스럽다 말한 이유는 우주의 기본 입자 및 상호작용들을 설명하고 있는 현재의 양자장이론이 이와 얽혀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입자물리학은 이에 기초해 우주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CPT대칭마저 위배된다면 기존의 이론들은 새로운 이론으로의 대체를 겪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질 편향 우주 설명하는 CP위배

그렇다고 이런 원리들의 위배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보다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학 발전의 한 과정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P대칭이 깨지는 CP위배현상은 앞서 언급해온 반물질의 비밀을 밝혀주는 현상이 된다.

러시아의 물리학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는 1967년, ‘빅뱅과 함께 생성된 물질과 반물질 중 왜 지금의 우주를 이루는 것은 물질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CP위배 현상에서 찾았다. 반대의 전하를 띄고 있는 물질과 반물질은 전하와 패리티의 대칭성이 깨진다는 CP위배에 의해 꼭 동일한 모습으로 진화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CP위배는 물질과 반물질이 각각 다른 비율로 붕괴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우주를 이루는 물리 법칙이 이상하게도 물질과 반물질 중 물질을 편애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 관측된 CP위배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헌데 최근 페르미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역대 가장 큰 CP위배의 원천을 발견했다. 페르미연구소의 입자충돌 가속기 ‘테바트론’으로 진행된 실험인 디제로(DZero)시험의 연구자들은 ‘Bs메손’이라는 입자에서 그 답을 얻었다.

디제로 팀의 일원인 구엔나디 보리소프 박사는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를 통해 “Bs메손 입자들은 자신의 반입자로 변형됐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이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Bs메손의 이와 같은 특성은 CP위배를 연구하는데 매우 적합하다.

디제로 연구팀은 이미 지난해의 실험에서 Bs메손의 연구를 통해 물질과 반물질의 의문을 밝혀낼 실마리를 찾은 바 있다. 테바트론을 통해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켜 형성된 Bs 메손은 뮤온으로 붕괴된다. 헌데 이 과정에서 뮤온이 그것의 반물질인 반뮤온에 비해 더 많이 발견된 것이다. 즉, 반물질보다 물질이 더 많이 생성됐다는 것. 헌데 데이터 수집이 늘어날수록 이 발견은 의미를 잃어갔다. 하지만 이번에 더욱 많은 충돌실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로 처음 이들이 내세운 결론을 다시금 뒷받침 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발견해낸 상당한 CP위배는 앞으로의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정확한 설명 위해 새로운 이론 필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물질만 살아남은 우주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특이 현상의 발견 외에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초대칭 이론’이다. 이는 물질의 기본입자인 보존과 페르미온을 연관 짓는 대칭이론으로, 보든 기본입자는 초대칭 동반입자(초대칭쌍)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Lucas Taylor
이 이론은 현재 표준모형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설명하는 장점을 가진다. 디제로팀의 율리히 니스테는 “이번 페르미연구소의 실험 또한 초대칭 이론을 통해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CERN은 거대강입자충돌기(LHC)를 이용해 이 초대칭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은 밝혀진 바가 없다. 그렇다 할지라도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인 LHC는 빅뱅 당시의 고에너지를 재현할 정도의 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새로운 발견의 보고가 되기를 많은 학자들이 기대하고 있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7-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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