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밍크가 심각한 곤경에 처하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 ‘CNN’, ‘도이치 벨레’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1000여 개 농장에서 사육하는 1500만여 마리의 밍크를 도태시킬 계획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Mette Frederiksen) 덴마크 총리는 4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농장에서 사육하는 밍크 도태를 위해 군 병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차원에서 사육 중인 밍크를 모두 도태시킬 것을 결정한 나라는 덴마크가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진자 항체 검사서 음성 반응 나와
덴마크는 밍크 모피를 대량 수출하고 있는 국가 중의 하나다.
그러나 밍크 농장을 그대로 운영할 경우 밍크를 통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다시 감염돼 또 다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SSI)의 카레 몰박(Kare Molbak) 소장은 “밍크를 통한 돌연변이가 향후 진행될 백신 접종 효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돌연변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유틀랜드 반도 밍크 농장에서 발생한 12명의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항체가 생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음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음성반응이 나왔다는 것은 인체 면역기능이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대처할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 정부는 이런 사실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밍크 농장으로부터 사람들에게 신종 바이러스가 감염됐으며, 감염된 바이러스에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돌연변이 바이러스라는 내용이다.
WHO 관계자는 “덴마크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역학 및 바이러스학 차원에서 이 돌연변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병행해 덴마크 정부는 국내에서 사육하고 있는 밍크를 도태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유럽 여러 나라에서 밍크를 통한 신종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확인됐지만 돌연변이가 발견된 것은 덴마크가 처음이다.
이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 과학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의 미생물학자 스탠리 펄만(Stanley Perlman) 박사는 “덴마크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만으로는 이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돌연변이 정체를 조속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계, 유전자 변이 과정 정밀조사 착수
밍크와 관련 신종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은 네덜란드다.
지난 4월 26일 두 농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데 이어 5월 9일 또 다른 두 농장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후 네덜란드 정부는 사육 중인 밍크를 대량 도태시켜 추가 감염을 억제해왔다. 한편 WHO 주도 하에 대규모 역학조사가 실시됐고, 밍크를 통해 사람에게 신종 바이러스가 감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9월 독일의 과학자들 역시 동료 검토(peer-reviewed) 논문을 통해 신종 바이러스가 밍크와 사람 사이에서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덴마크 정부의 발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돌연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아직 백신과 항체를 통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경우 또 다른 팬데믹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의 과학담당 부소장인 조나단 엡스타인(Jonathan Epstein) 박사는 “과학자들이 돌연변이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을 곧 밝혀낼 수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바젤 대학의 유전학자 엠마 호트크로프트(Emma Hodcroft) 교수는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해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과학자들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곧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알려져 있는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규칙적인 방식으로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그런 만큼 SF(공상과학소설)에서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없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밍크가 속한 족제비과 동물들을 통해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쉽게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수만 마리를 농장에서 함께 사육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족제비과 동물인 흰담비도 코로나19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밍크와 다른 것은 밍크가 중증 증세를 보이면서 죽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지만 흰담비의 경우는 미약한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족제비과 동물 외에 다른 동물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릴라, 코뿔소 등 멸종 위기 동물을 관리하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비상이 걸리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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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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