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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7-14

식탁 위 농작물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 인체 건강은 물론, 농업 지속가능성 측면에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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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MPs) 입자가 이제는 바다와 다른 수생 생태계를 비롯해 수산물과 소금에서도 발견된다.

미세플라스틱이 이렇듯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과학자들은 MPs가 환경에서 먹이 사슬로 옮겨지고, 나아가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런 우려가 농작물에서도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과학원(CAS) 과학자들은 최근 미세플라스틱이 실제로 우리가 먹는 채소를 포함해 식용 작물들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를 환경저널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 13일 자에 발표했다.

인류의 주요 식량인 밀과 상추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 Wikimedia

뿌리 옆면 틈새 통해 미세플라스틱 흡수돼

이번 연구는 중국 얀타이 연안지대 연구소(Yantai Institute of Coastal Zone Research; YIC)와 중국과학원 난징 토양과학연구소(Nanjing Institute of Soil Science of CAS) 교수인 루오 용밍(LUO Yongming) 박사가 주도했다.

대부분의 미세플라스틱은 지구 환경으로 방출돼 토양에 대량으로 축적된다. 이 미세플라스틱이 분해되면 또한 2차 입자가 형성된다. 이런 이유로 농업용수의 주요 공급원인 하수에도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게 된다.

이렇듯 환경 전반에 걸쳐 미세플라스틱이 확산되는데도 불구하고 작물의 미세플라스틱 흡수는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플라스틱 입자가 너무 커서 정상적인 식물 조직의 물리적 장벽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런 가정을 뒤집었다.

루오 교수는 “상추와 밀 뿌리의 옆면 새 잔뿌리가 나오는 부위의 틈을 통해 주변 토양과 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흡수될 수 있다”며, “이 미세플라스틱들은 뿌리에서부터 작물의 식용 부위로 옮겨갈 수 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한 농작물들. 0.2 μm 크기의 폴리스티렌 알갱이가 왼쪽 사진의 상추 뿌리(a-b)와 잎(C)에 나타나 있고, 밀 묘목 뿌리(a~d)와 줄기(e~f), 잎(g~h)에 2 μm 크기의 폴리스티렌 알갱이가 보인다. © YIC

오염된 농업용수에 섞여 인체에까지

과학자들은 전부터 50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는 식물 뿌리로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루오 교수는 그보다 40배나 큰 입자도 식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은 최대 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둥근 플라스틱 입자로, 얼마간의 역학적 유연성이 있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은 식물 뿌리 세포와 세포 사이 공간인 작은 아포플라스트(apoplast)로 압착될 수 있었다.

논문 제1저자인 리 리안첸( LI Lianzhen) 박사는 “또 다른 메커니즘은 측면 뿌리 발생 부위에 있는  작은 균열들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목질부 도관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이번에 연구한 것보다 더 큰 입자도 식물이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옆면 잔뿌리 발생 부위에 있는 표피세포들 사이의 큰 간격. 이 공간을 통해 미세플리스틱이 흡수된다. © YIC

이번 발견은 미세플라스틱이 먹이 사슬로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만약 미세플라스틱이 농작물로 들어간다면 우리가 먹는 육류나 유제품에도 들어갈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하수처리 배출이나 하수 슬러지로 오염된 경작지에서 농작물이 재배됨으로써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이 먹는 식량 사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명백한 우려를 제기한다.

아울러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의문도 불러일으킨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농작물 속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외에 농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지적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7-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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