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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조재형 객원기자
2011-05-25

미 중남부, 60년 만에 최악의 토네이도 올해만 1천개 이상 토네이도 발생,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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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지축을 흔드는 지진이 있다면 미국엔 하늘을 요동치게 하는 토네이도가 있다. 지난 22일, 미국 미주리주 조플린에서 올 들어 최악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조플린시의 중심부를 급습한 토네이도로 인해 건물 2천여 채가 파괴됐고 24일 오전 기준 최소 11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태까지 미국에서 토네이도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것은 1953년 미시간 주 플린트 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당시 116명이 숨졌다. 약 60년 만에 최악의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이다.

미 해양대기관리처(NOA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토네이도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470여명. 이 또한 약 60년 전인 1953년 519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아직도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에 토네이도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60년만의 기록은 깨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토네이도 발생시키는 미국의 지형·기후

토네이도의 중심 부근 풍속은 100~200m/s에 이른다.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의 순간 최대풍속이 60m/s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토네이도는 강한 상승기류와 함께 회전하는 소용돌이가 수평보다는 수직방향으로 발달해 긴 깔때기 모양을 만든다. 이것이 지면에 닿으면 토네이도가 형성되며 강항 풍속으로 지면의 모든 것을 초토화 시키기에 이른다. 토네이도가 형성되려면 하층에 고기압이 정체함으로써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지가 많아 지형의 높낮이가 복잡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기압차가 발생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토네이도가 잘 발달하지 않는 것.

반면, 드넓은 미국의 대평원은 대기 하층의 안정된 고기압으로 토네이도가 발생하기 매우 좋은 조건이다. 여기에 미국 북부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기단이 남부에서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기단과 충돌하면서 폭풍우 활동을 유발하는 것도 토네이도를 유발하는 조건 중 하나이다.

강력하고 잦은 토네이도, 원인은 라니냐?

토네이도는 그 자체의 파괴력만 놓고 보면 어떤 대기현상보다 두려운 존재다. 사람과 자동차는 물론 승객을 실은 기차와 건물까지 공중으로 끌어 올려버리기도 한다. 다행히 수명이 짧아 국지적인 피해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문제는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평균적으로 토네이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5월의 경우, 하루 평균 6개 정도의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토네이도의 기세가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다. 지난 4월엔 앨라배마주와 버지니아주를 비롯한 미국 중남부지역에 동시다발적인 토네이도가 발생해 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올해 들어서만 미국에서 1천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최근 극심하게 일어나는 토네이도 현상이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4월 미 중남부지역을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후, 미국의 기상전문사이트 애큐웨더닷컴의 기상 전문가 댄 코틀로스키는 “미 북부 상공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가 더운 공기와 충돌하며 토네이도를 만드는데, 라니냐 현상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라니냐는 이전부터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지목된 현상이다. 이는 엘니뇨와는 반대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높은 상태로 지속되는 현상인 반면 라니냐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약 0.5℃이상 낮아져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서태평양으로 밀려난 따뜻한 해수로 인해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강수량이 증가한다. 반면 북아메리카엔 차가워진 해수로 인해 강추위가 찾아올 수 있다. 현재 계절상 강추위는 아닐지라도 미국 북부지방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기단의 온도 차이가 커져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기온에 큰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하는 제트기류가 보다 강력하게 나타나면서 북부의 찬 공기와 남부의 따뜻한 공기를 충돌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도 있다.

라니냐 현상은 지구 온난화와도 연관 지을 수 있다. 지구 온난화라 하면 기온이 올라간다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의 현상도 나타난다. 한 예로 지난 겨울, 세계를 강타한 한파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기온 상승이 찬 공기를 가두는 북극제트기류를 약하게 해 찬 공기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니냐 현상도 마찬가지다. 온난화가 지속됨에 따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이로 인한 해수면 온도와 염분농도 등의 변화가 해양대류에 이상 현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빙하가 녹은 물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기 때문에 라니냐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상 기후인지는 의견 분분

하지만 기상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대체로 반박하고 있다. 사실 라니냐 현상은 원인과 영향, 그 외 구체적인 정보들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라니냐가 강한 토네이도를 만들었다’는 직접적인 결론은 내릴 수 없는 입장이다. 또한 관측 기술과 정보망의 발달로 인해 토네이도 발생에 대한 보고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표면상으로 토네이도의 발생 자체가 증가한 듯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구 및 거주지의 증가도 피해상황이 커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상기후에 대한 의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6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상황인데다 앞으로 추가적인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 미 항공우주국(NASA)는 이에 대해 “20여년만의 강력한 라니냐 현상이 2011년 여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지구 온난화, 엘니뇨, 라니냐와 같은 현상들이 기후 및 기상현상에 영향을 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발생하는 현상의 원인과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 명확히 규명치 못하고 있을 뿐이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5-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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