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5일 미국 정부가 공개한 UFO 보고서가 세간의 화제다. 미국의 국방·정보당국 분석가들이 2004년부터 주로 미군 조종사들이 포착한 정체불명 비행체 목격 144건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담긴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의 예비 평가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그 정체가 확인되지 않고, 대단히 높은 난이도의 기동을 하는 비행물체들이 나와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 정부에서 드디어 UFO를 언급했으니, 외계인과 그 비행체의 존재가 인정된 것.”이라고 호도한다. 그러나 이는 진실과는 한참 거리가 먼 주장이다.
즉,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외계인의 비행체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늘은 대단히 넓고 다양한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하늘에는 새 떼, 곤충 떼, 뇌운, 무인기, 전투기, 심지어 비닐봉지도 떠 간다. 이러한 하늘을 감시하는 대공 감시 시스템은 대단히 가격이 비싸며, 반드시 식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비행체의 식별에만 특화되어 있다. 뒤집어 말하면, 대공 감시 시스템이 애당초 모든 비행물체의 정체를 다 식별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존 시스템의 빈틈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가 144건만을 UFO로 판정한 것도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다.
미국 정부에서 발간한 이번 보고서의 분량은 총 9페이지로, 경고는 많은 반면 결론의 내용은 작다. 이 보고서에서는 UFO대신 훨씬 중립적인 표현인 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a, 미확인 항공 현상)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작지만 간단하다. 보고서에서 다룬 사례 144건 중 상당수가 물리적 실체를 갖추고 있는 사례인지조차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이 중 약 절반이 단 하나의 센서로만 탐지된 것이다. 따라서 센서의 결함으로 인해 생긴 허상일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이 144건 중 바람 빠진 기구로 판명된 1건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 실체가 식별되지 않았다. 나머지 사례들은 <공중 클러터>, <해외 적대 세력의 항공우주체계일 가능성> 등의 범주에 들어갔다. 작성자들은 이 보고서에서 UAP들이 외계인의 이동체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럴 가능성을 확신하지도 배제하지도 않은 것이다. 사실 그 실체가 판명된 UAP(또는 UFO)는 더 이상 UAP일 수 없기 때문에 이는 꽤 합리적인 추론이라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아직도 UFO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가? 인간이 하늘을 보는 데 쓰는 도구들이 불완전해서다. 그 도구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위성, 레이더, 육안이다.
위성은 넓은 면적을 낮은 해상도로 보거나, 좁은 면적을 높은 해상도로 볼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위성으로 볼 수 있는 지구 면적은 의외로 좁다. UFO가 제대로 나올 정도의 해상도로 볼 수 있는 면적은 더 좁을 수밖에 없다.
레이더 역시 항공사고 방지를 위해 비행장이나 그 주변에 집중 배치되어 있고, 일반적인 항공기 크기의 비행물체를 찾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 때문에 그보다 더 작은 비행물체는 찾기가 쉽지 않다. 비행장 주위를 벗어난 장소에도 항공 교통 통제용 레이더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곳에서의 항공기 탐지는 항공기가 자체 발신하는 전파에 크게 의존한다. 그 때문에 자체 전파 발신 능력이 없거나 매우 작은 비행물체는 졸지에 UFO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이런 비행물체까지 모두 탐지하는 레이더망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비용 효율적이지 않다. 가장 오래된 자연의 센서인 인간의 눈 역시 실수를 저지르고 빈틈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훈련된 조종사의 눈 역시 오십보 백보다.
물론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보면, UFO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보다 더욱 큰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일단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비행물체가 인간들의 공역을, 그것도 기존의 방공망을 무시한 채로 비행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UFO 현상을 위협으로 간주할 수는 있어도, 명백한 적의를 지닌 존재가 그 배후에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시기 상조다. 만약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그들은 이미 진작에 그 의도를 드러냈을 것이다.
-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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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7-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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