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의 태평양 북서 국립연구소(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 PNNL) 과학자들은 강물의 수위가 상승하면 물과 육지가 만나는 곳에서 허기진 미생물들의 활동을 촉발해 이산화탄소와 메탄 및 다른 온실가스들을 자연스럽게 방출하는 '탄소의 향연'이 열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논문의 주 저자인 생태학자 제임스 스티건(James Stegen) 박사는 “강 주변의 이런 지역들은 미생물의 활동이 매우 활발한 생물지구화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표층수와 지하수가 만나 혼합돼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지구의 탄소 순환을 이해하는 핵심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게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7일자에 실렸다.

표층수와 지하수의 혼합대에서 미생물 활동 활발
전세계적으로 강물 속이나 강물 주변에 있는 박테리아와 곰팡이, 조류(藻類) 및 다른 미생물들은 대량의 유기 탄소를 이산화탄소나 메탄, 아산화질소로 변환시킨다. 이 과정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스티건 박사팀은 혼합대로 알려진 지역에서의 미생물 활동에 주목했다. 혼합대란 강물과 지하수가 섞이는 곳으로 발이 푹 빠지는 질퍽한 진흙 같은 퇴적물들이 쌓여 있다. 혼합대는 강가를 따라서 강물 바로 아래에 있는 뭍을 포함하며, 강가로부터 수백미터까지 뻗어있는 곳도 있다.
이곳의 지표면 아래 침전물은 스폰지같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홍수가 나거나 조류가 밀려올 때 혹은 댐에서 물을 대량 방류해 수위가 높아지면 물로 가득 채워지고, 수위가 낮아지면 말라있는 상태가 된다.
과학자들은 이 혼합대에 풍부하고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하며 강물을 정화하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예로 농축산 시설에서 흘러나온 폐수의 오염물질인 질산염을 제거하는 역할도 그런 기능의 하나다.
그러나 혼합대는 그동안 과학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관련 연구자들이 일반적으로 지하수나 강물의 복합 조건을 분석하는 데만 주로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혼합대에 연구력을 모으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지만 환경 변화에 대한 지구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다.

수위 오르며 미생물 활동 활발해져 온실가스 배출
강물의 수위가 올라가고 폭풍우가 바위 틈새와 혼합대 침전물을 파고 들면 물리적인 작은 변화들이 집합적으로 일어난다. 모레가 이동하고 바위가 움직이며, 강물은 새로운 곳으로 흐르게 된다. 미국에서 허리케인 샌디가 내습했을 때 뉴저지 강가에 변화가 생긴 것처럼, 넘쳐나는 물과 지표가 맞닥뜨리면 지구상의 강을 따라 있는 모든 퇴적물에서는 지속적으로 미세한 외양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수위가 높아진 물은 굶주린 미생물들에게 기회를 준다. 퇴적물과 암석의 구멍과 수로를 통해 폭포처럼 흐르는 물은 퇴적물 입자를 옮기고 바위를 조금씩 갉아먹으며 ‘음식물’인 탄소와 산소, 질소와 다른 물질들을 배달해 준다.
연구팀은 강물과 지하수가 혼합될 때 용해된 유기 탄소가 줄어들고 무기 탄소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미생물들이 유기 탄소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만든다는 명백한 징표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탄소 증가가 허기진 미생물들의 활동을 증가시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미생물 활동이 증가한 이유는 그동안 과학자들 사이에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어떤 과학자들은 수류의 변화가 미생물의 화학적 기능을 바꾸거나 단순히 서로를 분리시켜 버림으로써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스티건 박사팀은 미생물의 활동 증가는 수위가 오르는데 따른 물리적 변화라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물이 침전물을 통과하며 걸러지고, 탄소를 혼합대의 작은 틈 사이로 운반하며, 오랫 동안 고립됐던 미생물들에게 갑작스런 성찬이 주어진 데 따른 반응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이 같은 미생물 활동이 급증하는 탄소 공급의 원천은 강물로 흘러온 나뭇잎 조각들이나 각종 식물들, 죽은 물고기와 기타 폐기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 이 같은 미생물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전체적인 생태계 시스템이 좀더 방향성을 갖고 예측 가능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컬럼비아 강 따라 연구 작업
연구팀은 2013년 11월 미국 워싱턴주 중부의 컬럼비아 강을 따라 지하수가 솟는 샘들이 있는 혼합대에서 연구 작업을 실시했다. 당시 강물 수위는 댐 수위 조정에 따라 90㎝를 오르내렸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과학자들은 가뭄 기간이 길어지고 폭풍우의 규모가 커지는 등 극한적인 기후 현상이 빈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스티건 박사팀은 현재 강(江)의 역학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한 탐구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눈이 덜 녹으면 강물과 지하수 흐름의 시간과 규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때 강물의 혼합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 연구 역시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6-04-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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