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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7-01

"무증상 감염자, 코로나19 전파 가능성 높아" “코로나19 감염자 40% 이상이 증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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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작은 도시에서 코로나19 전파를 연구한 결과, 무증상 사례의 중요성이 밝혀져 관심을 모은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30일 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서, 무증상 혹은 잠복 증상(pre-symptomatic)이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전염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광범위한 검사와 감염된 사람들의 격리 및 마을의 폐쇄가 효과적으로 병의 창궐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무증상 혹은 잠복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전염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 게티이미지뱅크

바이러스, 인체에서 제거되는데 8~14일

이번 연구가 이뤄진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 지방 소재 보(Vò) 마을은 인구가 약 3200명으로, 지난 2월 21일 이탈리아 최초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곳이다.

사망자가 나오자 이 마을은 즉각 14일 동안 격리됐다. 연구팀은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주민들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SARS-CoV-2)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마을 폐쇄가 시작될 때는 전체 주민의 86%, 2주 후에는 72%를 검사했다.

검사 결과, 폐쇄가 시작될 때는 인구의 2.6%(73명)가 SARS-CoV-2 감염 양성 즉 감염자로 확인된 데 비해 2주 뒤에서는 1.2%(29명)만이 양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앙성 감염자의 약 40%가 증상이 없었다.

이 검사 결과에서는 또 SARS-CoV-2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에서 제거되는데 평균 9.3일(8~14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검사 결과 10세 미만 어린이 여러 명이 감염된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감염자들과 같이 사는 성인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과 대조를 이룬다.

코로나19에 듣는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집단 선별검사로 감염자를 발견해 격리 치료하는 것이 현재로선 전염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다. 코로나19 검사 장면. ⓒ Wikimedia / Raimond Spekking

집단 선별검사 통한 격리가 효과

증상 유무에 관계없이 집단(mass) 선별검사를 통해 양성 감염자를 격리한 결과, 단 몇 주 만에 질병 확산을 늦추고 효과적으로 감염을 억제할 수 있었다.

논문 공저자인 파도바대 분자의학과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생명과학과 교수인 안드레아 크리산티(Andrea Crisanti) 박사는 “이번 연구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주민들을 검사하는 것이 질병 확산과 발병을 막는 방법임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코로나19가 비록 ‘조용하게’ 널리 전파되는 전염병임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 마을의 집단 대량 검사 프로그램은 이 마을이 속한 베네토 지역의 정책에 영향을 미쳐 양성 감염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이 검사를 받았다.

크리산티 교수는 “베네토 지역에서 이 검사와 추적 방법은 이탈리아 다른 지역에 비해 전염 과정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전염 억제와 함께 바이러스로 인한 공중보건과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모델이 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무증상 환자의 비율을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증상 환자도 증상이 있는 환자와 비슷하게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 총량)’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바이러스 부하는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처음에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다 나중에는 증상을 발현시켰다. 이는 무증상 및 잠재 증상이 질병 확산에 크게 기여하며, 검사와 격리가 발병 통제에 더욱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증상 바이러스 보유자가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어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인들에게 필수적 예방책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증상 발현 감염자 수와 비슷한 무증상 감염자 존재

논문 공저자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MRC 세계 전염병 분석센터 일라리아 도리가티(Ilaria Dorigatti) 박사는 “보 마을 연구는 감염 집단의 조기 식별과, 증상이 있거나 무증상 감염자의 적시 격리가 초기 단계에서 전파를 억제하고 전염병을 누그러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최근 새로운 감염 집단이 나타나고 제2의 전파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특히 고려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도리가티 박사는 “SARS-CoV-2 바이러스 전파에서 어린이들의 역할과 무증상 보균자들의 전파에 대해 아직도 많은 의문점들이 남아있다”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과 싸울 수 있는 목표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제어 전략을 파악하는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파도바대 분자의학과 엔리코 라베쪼(Enrico Lavezzo) 교수는 “무증상 보균자와 관련한 결과가 중요한데, 보 마을 주민들을 검사했을 때 양성 반응이 나온 이들의 반수 이상이 검사 당시 아무런 증상이 없었으며, 이중 일부는 며칠 뒤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것은 검사 결과 얼마간의 증상 있는 감염자가 나올 때 같은 수만큼의, 식별과 격리가 훨씬 더 어려운 무증상 보균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는 것.

라베쪼 교수는 “바이러스 부하가 증상자와 무증상자에서 비슷하다는 사실은 보 마을에서 사람 간접촉을 세부적으로 추적해 얻은 재구성된 전파 체인에서 확인됐듯이, 무증상 보균자도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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