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가 최근 중남미를 여행한 호주 임신부와 중국 남성에게서도 발병한 가운데 우리 나라 보건당국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에서는 이번 설 연휴기간 동안 외국여행에 나선 90여만명이 14일까지 입국할 것으로 보고 체열감지기 등을 동원해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공항 검역소는 체온이 섭씨 37.5도 이상인 입국자를 찾아내 두통과 발진 근육통 관절통 결막염 등의 의심 증상을 나타내면 유전자 검사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바이러스 발생 국가에서는 헌혈이나 피임기구 없는 성접촉을 피하고, 가임 여성은 이 지역 여행 후 임신을 1개월 정도 연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신생아 소두증 외에 시각 손상 학회 보고돼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에게 소두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데다 최근에는 시력에 이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9일자 미국의학협회 안과학지(JAMA Ophalmolog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소두증 신생아 29명 중 10명에게서 망막 손상이나 시신경 장애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10명 중 7명은 양 눈에, 3명은 한쪽 눈에만 이상이 생겼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후벵스 벨포르트 브라질 상파울로 연방대 안과교수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경험상 이 신생아들 중 많은 수가 시력을 잃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카바이러스가 임신부에게 소두증이나 각막 병변을 일으킨다는 심증이 굳어가며 이 바이러스 병을 통제하기 위해 발생국가에서 강력한 모기 퇴치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카 바이러스 발병을 연구한 감염병학자 드웨인 구블러(Duane Gubler) 미 듀크대 의학대학원 교수는 미국 라디오방송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의 발병 사례와 대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드웨인 교수는 “2007년 남태평양 얍(Yap) 섬에서 지카바이러스가 발병했을 때 처음에는 뎅귀열로 보고됐으나 의사들은 증상이 뎅귀열과는 다른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해 내가 표본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내 지카바이러스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며, “당시 지카바이러스는 60~70년 전에 알려졌던 바이러스일 뿐 대중적인 건강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위기에 미리 대응 못해 아쉬워”
당시 지카바이러스를 확인한 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것으로는 생각지 않았었다. 때문에 6년 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다시 발병할 때까지도 위험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 전과의 차이점은 성인들에게서 길랭 바레 증후군을 일으키는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에 그쳤다. 드웨인 교수는 “2013~14년 사이에 3만명을 넘는 환자가 생겼을 정도로 감염이 확산됐는데도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때의 경보가 받아들여져 국제보건기구나 여러 나라에서 대비책을 강구했으면 지금 브라질 등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유행은 예방할 수 있었을까.
그는 “유행병이 일어나면 우리는 그것을 연구한 다음 유행병이 지나간 다음에 잊어버리는 경향이있다”며, “대부분이 가정이긴 하지만 당시 지카바이러스에 대해 좀더 연구하고 추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면 이 바이러스가 서서히 남태평양으로 옮아왔을 때 이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때 바이러스를 포집할 수 있었다면 브라질에 상륙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질병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위기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에 반응하는 형국이라서 항상 부족하고 늦는다”고 덧붙였다.
“모기 박멸 프로그램 재가동해야”
드웨인 교수는 1970년대에 있었던 공격적인 모기 박멸계획을 중단한 것이 이 바이러스 병을 키웠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지카바이러스를 비롯해 황열과 뎅귀열, 치쿤구냐를 일으키는 이집트 숲모기 통제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실제 브라질에서도 두 번씩이나 모기들을 자국 내에서 박멸시켰고 열대 미주 22개국가가 이 모기를 내몰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황열과 뎅귀열 등의 예방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1960년대와 70년대 말에 중남미에서 뎅귀열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것.
그는 “정책수행자들은 지금 일어나지 않은 질병을 막는데 돈 쓰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경보가 울리고 이집트 숲모기가 다시 이 지역을 침범했다는 소식을 접해도 모기 박멸 프로그램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이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지카바이러스 유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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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2-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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