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 중 하나이다. 매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말라리아, 뎅기,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황열병과 같은 모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모기가 어떻게 사람을 찾아내서 물어뜯어 피를 뽑아 먹는지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메커니즘이 발견됐다.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Brandeis University) 폴 개리티(Paul Garrity) 교수 연구팀은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모기들이 어떻게 사람을 찾아 물어뜯는지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모기가 사람의 따듯한 체온을 찾아 움직인다는 사실은 100년 전에 발견됐다. 인도에서 활동하던 영국 과학자 프랭크 밀번 하울렛(Frank Milburn Howlett)은 모기가 항상 찻 주전자 주위를 맴도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울렛은 헐렁한 거즈 백에 모기를 가득 넣고 뜨거운 물을 채운 시험관 근처에 두었다.

하울렛은 1910년 발표한 연구 논문에 "시험관에서 나오는 온기가 모기에게 도달했을 때 흥미로운 효과가 나타났다"라고 썼다. 모기는 가장 뜨거운 거즈 백 쪽으로 몰려들었다. 하울렛은 모기가 냉혈동물들을 공격하지 않는 것 같다고 관찰했는데, 모기들을 인간으로 끌어들인 것은 체온이었음을 시사했다.
그 후 다른 연구들은 모기는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호흡에서 묻어나는 냄새, 그리고 시각적 단서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모기가 사람에게 가까이 도달하면, 모기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인체의 체온이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모기 암컷만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 암컷 모기는 난자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사람 혈액 속에 있는 단백질을 사용한다. 수컷은 과일과 식물의 과즙만을 먹는다.
온도감지 수용체 확인
작년에 개리티 교수 연구팀은 파리의 안테나 끝에 있는 온도감지 수용체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을 뒷받침하는 논문을 뉴런(Neuron) 저널에 실었다. 파리의 온도감지 수용체는 주변 환경이 더운지 추운지 알기 위해 온도계처럼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개리티 교수 연구팀은 파리 수용체는 주변 환경의 온도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이 더워지거나 추워지는 온도의 변화만 감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개리티 교수팀은 이러한 온도 센서 이름을 냉각 세포(Cooling Cell)와 난방 세포(Heating Cell)로 바꾸었다. 냉난방 세포는 매우 민감해서 초당 몇 백 분의 1℃ 온도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파리의 친족인 모기도 역시 냉각 셀과 난방 셀을 가지고 있다. 곤충을 인간의 온기로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곤충의 난방 세포를 보는 것은 이치에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리티 연구팀은 직관과는 반대되는 가설을 생각했다. 아마도 모기는 더위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추위를 피해 도망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가설이다. 이것은 냉각 세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바로 그 냉각 세포가 IR21a라는 분자 수용체라고 밝혀냈다. IR은 뉴런이 신호를 전달하는 것을 돕는 단백질 그룹인 이온성 수용체를 의미한다. IR21a는 곤충 주위의 온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의 전송을 용이하게 한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IR21a 수용체 생산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기절시킨 60마리의 돌연변이 모기를 정상적인 모기와 함께 신발 상자만 한 용기에 넣었다. 연구팀은 용기 안에 이산화탄소를 한 모금 불어넣어 인간의 숨결을 흉내 낸 다음, 그 안에 사람 체온과 비슷한 37℃로 가열한 접시를 집어넣었다.
정상적인 모기는 먹이를 먹기 위해 사람 체온으로 가열한 접시에 몰려들었지만, 돌연변이 모기는 대부분 접시를 무시했다. IR21a 수용체 없이는 모기는 가장 더운 곳으로 방향을 돌릴 수 없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모기를 작은 망사 새장에 넣었다. 새장 위쪽에 사람의 피가 가득 담긴 두 개의 병을 놓고 하나는 보통 실내 온도인 23℃로, 다른 하나는 인간의 손 표면 온도인 31℃로 가열했다.
그랬더니 정상적인 모기에 비해 돌연변이 모기들은 31℃ 혈액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개리티 교수는 IR21a 수용체는 모기가 더 낮은 온도로 이동할 때마다 활성화된다고 발표했다. 인간은 보통 주위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모기가 사람에게 다가옴에 따라 IR21a는 침묵한다. 그러나 만약 모기가 진로를 벗어나서 따뜻한 피를 가진 먹이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하면, IR21a는 활성화되고 곤충이 진로를 바로잡은 후에야 작동을 멈춘다.
모기 피해 줄이는 예방법 개발에 이용될 듯
인간의 피부에서 혈관이 가장 따뜻한 부분이기 때문에, 모기가 온도 변화를 정확히 추적하는 것은 모기가 인간의 어느 부위를 물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결정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IR21a는 짜증 나는 경보기처럼 작동한다. 암컷 모기가 시원한 곳으로 향할 때마다 이 경보기는 꺼진다.

과학자들은 IR21 유전자가 4억 년 전에 살았던 해양생물에서 유래되었으며, 가재나 게 같은 현대의 갑각류와 곤충으로 전달되었다고 본다. 이 해양 동물들이 육지로 모험을 떠나 현대 곤충의 조상이 되면서, 그 유전자는 파리와 모기의 공통 조상에게 전달되었다.
파리와 모기가 약 2억 년 전에 갈라졌을 때, IR21a 수용체는 서로 다른 용도로 개발됐다. 파리는 따뜻함을 피하기 위해, 모기는 따뜻한 곳을 찾아 사람의 피를 빨아먹기 위해 IR21a 수용체를 활용한다고 패리티 교수팀은 발표했다.
개리티 교수는 “이러한 감각 시스템은 모기가 사람을 물지 못하게 하거나, 모기를 덫으로 잡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20-0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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