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부터 사방으로 쏟아지는 별빛은 별의 정보를 담고 있다. ⓒimagez.co
우주를 탐구하는 이들, 특히 관측을 하는 이들에게는 매 순간마다 온 사방에서 편지가 쏟아진다. 쉼 없이 편지를 보내오는 이들은 바로 별이다. 별들은 ‘별빛’이라는 편지로 그들 자신과 우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신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얼마나 뜨거운지, 얼마나 무거운지, 지금 살고 있는 우주는 어떤지, 안팎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온다. 수다스러운 별들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직접 우주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우주를 탐구할 수 있다.
별들이 보내는 편지들은 어떤 빛으로 쓰였느냐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빛’은 빛의 여러 종류 중에서도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만을 의미한다. 그러나 가시광선은 전체 빛, 즉 전자기파 중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다.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시광선 외에 여러 종류의 빛들이 파장에 따라 줄지어 존재한다.
빛은 곧 전자기파로 파장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은 전자기파의 극히 일부분이다. ⓒwikimedia,needpix,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빛의 파동이 빠르게 진동해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가 큰 빛이고, 파동이 느슨히 넘실거려 파장이 길수록 에너지가 작은 빛이다.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큰 빛에는 선크림을 발라야 하는 이유인 자외선, 병원 검사에서 쓰이는 X-선, 암 치료에 쓰이는 감마선이 있다. 모두 오래 쪼이면 인체에 해로운 빛들이다.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낮은 빛에는 열을 전달해주는 적외선, 방송과 통신에 쓰이는 전파가 있다. 이들 모두가 빛의 종류인 동시에 별들이 보내는 편지의 종류다.
한번 상상해보자. 지금부터 우리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빛을 볼 수 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빛들이 무슨 색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저마다 가시광선과는 다른, 처음 보는 색의 향연일 것이다. 그대로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전파부터 감마선까지 색색의 편지들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최대한 많은 편지들을 담아내야 한다. 별과 우주의 소식을 담은 귀하디귀한 편지들이니 놓쳐서는 안 된다.
다채로운 빛의 편지들을 한 번에 다 담으려니 눈이 아프다. 게다가 빛의 종류별로 특성이 다른 탓에 받는 법도 서로 달라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여러 일이 산더미인 이런 상황에서는 분업이 답이다. 빛의 종류가 너무 많다면 종류별로 편지함을 나누어 담으면 된다! 가시광선에서 예를 들자면 빨간색만 보이는 색안경을 쓴 편지함이 빨간색 편지만을 담고, 파란색만 보이는 색안경을 쓴 편지함이 파란색 편지만을 쓸어 담도록 해서 훨씬 효율적으로 편지들을 받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전파 색안경을 쓴 각각의 편지함들이 분업을 한다면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편지들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각 빛에 최적화된 편지함, 망원경들을 설치했다. 가시광 편지를 담는 광학 망원경 외에도 적외선 망원경, 자외선 망원경, X-선 망원경, 감마선 망원경, 전파 망원경들이 종류별로 있다.
빛의 종류별로 분업을 한 다양한 망원경들이 별과 우주의 소식을 받고 있다. ⓒAPOD
빨간 색안경과 파란 색안경을 끼고 본 세상이 다른 모습인 것처럼, 다른 빛으로 쓴 편지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긴다. 빛의 종류마다 특성이 다르고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별이 보낸 편지라도 X-선 편지와 적외선 편지의 내용은 다르다. 예를 들어 매우 높은 에너지를 내뿜는 격렬한 사건은 X-선 편지에, 에너지가 다소 낮은 차가운 물질들의 이야기는 적외선 편지에 실려 올 것이다. 아래 그림은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과, 수천억 개의 별들이 살고 있는 이웃 은하 안드로메다에서 온 편지들이다.
그림 태양과 가장 안드로메다 은하의 모습이다. 빛의 종류별로 다른 모습,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별과 우주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편지들을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편지함들이 분업을 해도 편지를 받는 데에는 저마다 나름의 어려움이 따른다.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빛들이기에 각자만의 고충이 있다.
지구에 도착하는 편지들은 지구의 대기를 맞닥뜨리는데, 대기를 뚫고 땅에까지 도달하는 편지가 많지 않다. 땅에서 주로 받는 편지는 가시광과 일부 전파 편지뿐이다. 결국, 나머지 편지들을 받기 위해선 눈물을 머금고 편지함을 지구 밖 우주로 보내야 한다. 지구에서도 모자라 정든 고향을 떠나 광활한 우주에서까지 바삐 일하는 편지함들, 우리를 위해 별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편지함들, 그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편지들을 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이번에는 우리가 들어보자.
전체 빛(전자기파) 중에서 지상에까지 도달하는 건 일부일 뿐이다. ⓒwikipedia
가장 따뜻한 편지가 있다면 단연 적외선 편지일 것이다. 적외선은 열을 전달하는 성질이 있다. 지구의 우리가 저 먼 태양으로부터 오는 햇빛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적외선이 열을 싣고 오기 때문이다.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온기를 전달해주는 적외선은 겨울철 필수품인 히터에 많이 활용되는데, 흔히 보이는 빨간 빛을 내는 히터들 모두 적외선을 통해 주위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히터뿐 아니라 사람도, 동물도, 지금 이 글이 보이는 종이 혹은 모니터도, 차가운 얼음도, 온도를 지닌 모든 물체는 적외선을 방출한다. 그래서 야간 투시 장비나 열화상 카메라 등 두루두루 쓰인다.
온도가 있는 물체는 적외선을 낸다. 그 덕에 가시광으로 편지를 쓸 여력이 없어 아주 어둡고 차가운 이라 하더라도 적외선 편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적외선의 이러한 특징은 오히려 편지를 받는 데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온도가 있는 물체가 적외선을 낸다는 것은 편지함, 망원경 그 자체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망원경 자체가 방출하는 적외선이 편지를 받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적외선 망원경은 자기 자신이 내뿜는 적외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온도를 극도로 낮추는 냉각 장치를 달고 산다. 냉각 장치는 적외선 망원경이 편지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명을 좌우하는 링거 같은 것이다.
적외선 편지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구 대기 또한 적외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적외선 편지는 지구 대기 적외선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지구 대기 중의 수증기는 적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편지를 가로채 가기도 한다. 이토록 받기 까다로운 적외선 편지이기에, 지상의 적외선 망원경은 대기의 영향을 되도록 피할 수 있도록 건조한 지역의 높은 산꼭대기에 설치한다. 심지어는 비행기에 싣기도 한다. 이후 기술의 발달로 적외선 편지함들이 로켓과 인공위성에 실려 우주로 올라가면서 외계 행성의 존재 등 이제까지 받지 못했던 놀라운 내용의 적외선 편지들을 받을 수 있었다.
지상(와이오밍 적외선 관측소), 비행기(SOFIA), 우주(스피처)의 적외선 망원경들의 모습이다.ⓒwikipedia, NASA
(380)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한길·김택균 교수, 신경과 윤창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두경부(머리와 목 부분)의 X-선 영상을 이용해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호흡량이 줄어드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한국재료연구원은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이온으로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8일 밝혔다.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는 인간 뇌를 모사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고효율로 인공지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다. 재료연구원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 김용훈·권정대 박사 연구팀이 이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연구팀이 극저온에서 나타나는 특성인 '스핀 구름'을 응축하면 새로운 양자 물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처음 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임현식 동국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이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스핀 구름이 응축하는 현상을 통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를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국내 연구진이 고령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 대표적 희소 난치질환인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림프암의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조희영·임희종 박사 공동 연구팀이 면역체계 오작동으로 염증이 유발되고 정상조직이 공격당하는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 연구를 통해 신약 물질인 'KIC-0101'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담수화 공정 후 폐기되는 농축수에서 담수와 고순도 리튬을 얻을 수 있는 '순환형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기투석 방식의 담수화 시스템은 높은 전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증산발전 소자'를 만들었다. 식물이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기공을 통해 수증기가 돼 빠져나가는 '증산작용' 원리에서 착안한 이 소자는 한 번만 물을 주입하면 공기 중 수분을 자동으로 흡수해 자가 발전하게 된다.
인공조명에 따른 빛 공해로 밤하늘이 밝아지면서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소(GFZ)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각지의 시민 과학자들이 제출한 별 관측 자료를 통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고있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약 2억5천만년 전 꽃가루 화석에서 자외선 차단 역할을 하는 화합물이 확인됐다. 이는 식물이 유해한 자외선(UV-B)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페름기 말 대멸종 때 유해 자외선이 멸종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으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