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및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난 3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의 가파른 상승곡선과 비교해 28일 현재 매우 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완치자가 신규 확진자 수보다 많은 모습을 보이며 국경 봉쇄의 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2차 대유행에도 상당히 민감하다. 독일에서 일주일 전에 벌어졌던 도축공장의 대감염이 시민들에게까지 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9년 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유행하자, 항바이러스제 효과 연구를 위해 길리어드 사이언스사에서 일부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함으로써 첫 임상테스트가 시작되었다. 2020년 1월 말, 미국에서도 사용 허가를 받고 처음으로 렘데시비르가 투여되었다. 2020년 3월 유럽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엄청난 속도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유럽의 의료진들이 당황할 당시 체코에서 처음으로 허가를 받았고 이탈리아에서도 투여가 시작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의 함부르크와 일본 그리고 미국의 공동연구팀 등이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을 대상으로 6건의 임상실험이 시작되었는데, 렘데시비르의 투여 이후 환자 상태가 급격하게 호전되었고 대략 68%의 환자들의 호흡곤란 증상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길리어드 사이언스에서는 위약 대조군이 없기 때문에 빠른 회복이 렘데시비르 약물 투여 덕분인지는 아직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3일 드디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은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한국 및 유럽과 아시아의 28개 의료 기관에서 참여했으며 위약 대조 연구도 함께 수반되었다. 위약군에 비해서 4일 정도 회복 기간이 단축 즉 회복 기간이 30% 이상 단축되었기에 중증 환자들에게 긴급 사용이 승인되었다.
따라서 미국 당국은 렘데시비르의 사용을 승인했고 27일 현재 전역에 렘데시비르 12만 개가 공급된 상태이다. 일본 당국 역시 위 약품의 사용을 승인한 상태이다.
EU 보건기구 역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25일 유럽 의약품청(EMA)은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로 승인했다. 단,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렘데시비르는 폐렴 증세가 있는 12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인 환자들 중 산소 보충제가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조건부 승인이다.
유럽연합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최초의 의약품이지만 이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 내에 평가되고 승인된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수성을 감안한 상황에서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약물 중 가능성이 유망한 약들에 대한 평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롤링 리뷰(rolling review) 절차를 거쳤고 이를 통과한 최초의 약물이 되었다. 이번 조건부 승인으로 인해 유럽연합 회원국뿐 아니라 유럽경제지역(유럽연합 + 스웨덴, 영국, 아이슬란드 등 포함) 회원국에서도 렘데시비르를 정식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과 독일에서는 렘데시비르 외 다른 약물들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주 영국은 주로 중증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례에서 사망률을 줄여준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치료법으로 승인하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중 덱사메타손을 투여받은 환자들 대부분은 산소호흡기 없이 완치되었으며 90% 이상의 환자들은 입원할 필요도 없이 호전되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사망률도 1/3가량 줄었으며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는 중증 환자의 사망률도 1/5가량 줄었다.

특히나 몇 달 전 큰 위험요소로 자리 잡았던 젊은 환자들의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덱사메타손을 두고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덱사메타손은 195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약물로 주로 류마티즘 관련 질병, 피부병 및 심각한 알레르기, 천식 등과 같은 만성 폐질환 등의 치료에 이용되는 약물이다.
덱사메타손의 장점은 가장 안전한 약물 중 하나라는 점과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약물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상용화될 준비를 하고 있는 약물이다. 다만 WHO에서는 이에 관해서 "반드시 중증 환자들에게만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독일의 국영해외방송 도이치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의사들은 이에 관해서 신중하면서도 낙관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쾰른 대학교 전염병 담당 의사인 게르드 펫켄호이어(Gerd Fätkenheuer) 교수는 "면역 체계 과잉 반응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백신 사용 전에 덱사메타손 사용을 제안합니다"라고 전했다.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 병원의 전염병 부서 책임자인 마리아 베레스쉴드 (Maria Vehreschild)는 "덱사메타손은 면역계를 억제하기 위한 아주 고전적인 치료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입증된 효과들은 상당히 놀랍습니다."라고 말하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뮌헨 슈바빙병원의 전염병 담당 의사인 클레멘스 벤트너(Clemens Wendtner)는 덱사메타손을 경증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경증 환자들에게 렘데시비르와 같은 항바이러스 약물을 가능한 한 빨리 투여하여 신체 면역체계의 부하를 줄이고 중증 환자들에게는 덱사메타손 같은 스테로이드 약물을 투여하여 심각한 폐 감염의 위험을 줄이는 것을 권장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소량의 스테로이드가 사망률을 현저히 감소시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 최고의 약은 여전히 효과적인 백신입니다"라고 말했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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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6-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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