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인류는 일찍이 수십만 년 전 선사시대(先史時代)부터 돌과 나무, 그리고 끈을 활용한 각종 도구를 만들어 생활하며 의식주를 해결해왔다. 이에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인간은 본성적으로 기술을 발명하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인간 자신의 문화도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이름 지었다.
인류 최초의 자동기계
인류의 도구와 기계 발명의 역사와 관련하여 독일의 저명한 민속학자이자 고고학자인 율리우스 립스(Julius Lipes, 1895~1950)는 자신의 저서 ‘가장 인간적인 것들의 역사(The Origin of Things, 1947)’에서 인류가 발명한 ‘최초의 자동기계’는 다름 아닌 ‘덫’이라고 기술한 바 있다.
율리우스 립스는 독일 자르브뤼켄 출생으로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민족학 · 심리학 · 법학 · 철학 등을 공부하였고, 1993년에 히틀러와 나치즘에 항거하여 프랑스로 망명했으며, 쾰른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였다. 그가 지은 책으로는 ‘The Savage Hits Back(1937)’, ‘황야의 텐트 (Tents in the Wilderness – The Story of a Labrador Indian Boy, 1942)’ 등이 있다.
율리우스 립스에 따르면, 초기 인류가 자신의 심부름꾼 ‘로봇’으로 만든 ‘덫’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동안 초기 인류가 자신의 예리한 눈으로 자연의 다양한 현상과 운동 원리를 관찰하여 창조해낸 것이다.
선사시대 원시인들이 만든 이 기적의 발명품 ‘덫’은 중력(重力), 장력(張力), 낙하(落下), 탄성(彈性), 만유인력, 도르래(pulley)와 벨트(belt), 갈고리와 꺽쇠 등 매우 다양한 과학 및 물리학의 원리를 응용하여 만들어진 수렵과 사냥을 위한 종합 ‘자동기계’였던 것이다.
즉 일찍이 원시 인류는 자연 현상에 대한 경험과 관찰을 통해 터득한 각 지역 동물들의 습성과 기후적인 특징, 그리고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면서 축적된 기계적인 지식들의 응용과 결합을 통해 그 지역의 자연 환경에 적합한 매우 다양한 형태의 ‘자동기계 – 덫’을 지구촌 곳곳에서 무수히 많이 만들어냈던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기계 기술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정교하며 실용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대량생산 시스템에 맞춰 자동화되었다. 그런데 율리우스 립스에 따르면 현대 기계 운동의 기본들은 그가 언급한 원시시대 ‘덫’의 기술적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보다 몇만 년 전에 이 땅을 살았던 빙하시대의 ‘무명 발명가’들이 사용한 과학적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초기 인류가 발명한 원시적 형태의 자동기계인 ‘덫’은 고대 문명 형성에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으며, ‘덫’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응용된 물리학과 사물 운동의 원리는 훗날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과 고도화된 기계장치 발명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도구의 발명과 원시예술
그런데 원시시대 인류는 자신들이 만든 각종 도구와 기계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다시 선사예술(先史藝術 Prehistoric Art)로 재탄생시켰다. 나무나 동물의 뼈로 만든 각종 장신구, 돌이나 나무를 조각한 조형물, 그리고 수많은 원시 동굴 벽화와 암각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림은 인류가 고대문명에서 상형문자(象形文字)나 설형문자(楔形文字)를 사용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따라서 초기 인류가 동굴 속에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인류 문명사에서 중대한 사건이다.
특히 기원전 3만년~2만5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 라스코(Lascaux)와 퐁드곰(Font de Gaume) 동굴, 스페인 알타미라(Altamira) 동굴의 벽화와 암각화들은 인류 최고(最古)의 경탄할 만한 미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는 주로 19세기~20세기에 들어서 발견되었는데,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역에서 발견된 알타미라 동굴 벽화의 경우는 ‘알타미라 동굴과 스페인 북부의 구석기시대 동굴 예술’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그 뛰어난 예술적 가치가 인정된 바 있다.
이들 원시시대 동굴 벽화에는 수많은 동물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주형상(主形象)인 동물상 주변에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여러 가지 기하학적인 기호가 함께 그려져 있고,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거행된 주술(呪術) 의식에서 주술사가 춤추는 모습으로 보이는 여러 그림들도 발견되었다. 초기 인류에게 동굴은 주술 의식을 치르는 공간이었으며, 벽화나 암각화는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는 신성한 그림이었다.
이렇게 원시 동굴 벽화 속에 나타나는 기하학적인 그림에 대하여 율리우스 립스는 “빙하시대 인류의 주요한 생업은 수렵이었으며, 동굴 벽화 속 정체불명의 기호는 바로 동물을 잡는 ‘덫’의 모양과 음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였다.
즉, 유사(有史) 이전 문명의 ‘여명기’에 창조된 선사예술은 초기 인류의 ‘자동기계’ 기술력과 예술적 상상력, 그리고 주술 민간 신앙이 결합된 오늘날 용어로 표현하자면 최초의 ‘과학융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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