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이론들이 많다. 그중에서 표준적인 ‘거대 충돌 가설’에 따르면, 지구의 위성인 달은 오랜 옛날 지구와 가상의 다른 행성 간 충돌로 인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분출물들이 모여 형성됐다고 생각해 왔다.
이 이론에 대해 최근 미국 뉴멕시코대(UNM) 연구팀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구와 달은 산소 구성 성분이 뚜렷하게 다르며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 동일한 산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로 미루어 달은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분출물보다 지구와 충돌했던 ‘테이아(Theia)’라는 가상의 고행성 성분이 더 많지 않겠느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연구는 지구과학 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9일 자에 발표됐다(논문명: Distinct oxygen isotope compositions of the Earth and Moon).

‘거대 충돌 가설’에 이견
과학자들은 이전의 연구에 맞춰 ‘거대 충돌 가설(Giant Impact Hypothesis)’을 개발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태양계 형성 초기인 약 45억 년 전 원시 지구인 가이아(Gaia)와 테이아라는 화성 크기의 원시 행성 사이에 대충돌이 일어났다.
이 충돌로 생겨난 파편의 고리들이 지구 주위에 모여있다 응집돼 달이 만들어지게 됐고, 이 충돌에 의해 지구의 축이 23.5도 기울어져 사계절이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지구와 달은 지화학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폴로 달 탐사 계획에 따라 달에서 가져온 표본들 역시 산소 동위원소 성분이 지구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충돌 가설’이 이같이 지구와 달의 지화학적 유사성을 멋지게 설명할 수 있으나, 산소 동위원소의 극단적 유사성은 이 시나리오로 합리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지구와 테이아의 산소 동위원소 구성이 동일했거나, 혹은 충격의 여파로 두 행성의 산소 동위원소가 완전히 혼합됐다는 것은 시뮬레이션으로 모델링 하기가 어려웠다.

달의 심부 맨틀은 충돌에 따른 균질화 매우 적어
에릭 카노(Erick Cano)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 따르면 달의 심부 맨틀은 매우 최소한으로 혼합됐고, 지구와 충돌한 테이아의 속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말하고, “데이터 역시 지구와 테이아의 분명하게 다른 산소 동위원소 구성이 달을 형성한 충돌에 의해 완전히 균질화(homogenization)되지 않았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아울러 데이터를 보면 테이아는 태양으로부터 지구보다 더 먼 곳에서 형성되었다는 정량적 증거를 제공한다는 것.
카노 연구원과 UNM의 지구 및 행성과학과 잭 샤프(Zach Sharp), 찰스 시어러(Charles Shearer) 연구원은 연구 수행을 위해 UNM의 안정 동위원소 센터(CSI)에서 다양한 달 표본의 산소 동위원소 구성 성분에 대한 고정밀 측정을 실시했다.
이 표본들에는 현무암과 고지대 사장암, 자소휘석반려암(norites) 및 빠르게 냉각돼 결정화되지 않은 화산 유리가 포함됐다.

“충돌과 달 형성의 새 모델 기초 제공”
연구팀은 산소 동위원소 구성이 시험 대상 암석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충돌 후 용융된 달과 대기 증기의 혼합 정도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특히 달의 심부 맨틀에서 채취한 표본의 산소 동위원소가 지구의 산소 동위원소와 가장 크게 달랐다.
샤프 연구원은 “이 데이터는 달의 심부 맨틀이 가장 최소한으로 혼합됐고, 충돌자인 테이아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산소 동위원소 분석을 바탕으로 추론해 볼 때, 테이아는 지구에 비해 태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먼 곳에서 기원했고, 대충돌 시의 균질화 작용에서도 테이아의 뚜렷하게 구별되는 산소 동위원소 구성이 완전히 손실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대충돌 모델에서 지구와 달 사이의 완전한 산소 동위원소 균질화를 포함할 필요성을 없애는 한편, 충돌과 달 형성의 미래 모델 기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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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3-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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