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카할의 신경세포 드로잉
인체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생명 단위는 세포(cell)이다. 세포들이 모여 뼈, 심장, 뇌 등의 신체 기관을 형성하는데,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 즉 뉴런(neuron)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뉴런은 기억, 학습, 감정, 행동을 담당하며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로서, 자극을 받았을 때 전기를 발생시키고 신경 전달 물질에 의해 다른 세포로 정보를 전달한다.
근대 ‘뇌과학(Brain Science)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페인 출신의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on y Cajal, 1852~1934)은 신경계에 관한 탁월한 연구와 신경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간의 상호관계, 즉 ‘뉴런 이론’을 제창하며 신경과학(Neuroscience)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고, 1906년 카밀로 골지(Camilo Golgi, 1843~1926)와 함께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카할은 현미경을 통해 미시적(微視的), 해부학(解剖學)적으로 관찰된 뇌의 조직학적 구조와 신경세포를 무려 3000여 점에 달하는 그림으로 남겼는데, 카할은 신경세포의 구조와 성장을 나무의 생장에 비유하며 이를 ‘친밀한 연결(intimate relation)’이라고 명명했으며, 카할의 신경세포 그림들은 신경해부학 분야에서 전례 없는 ‘예술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카할의 수많은 신경세포 그림이 수록된 역저(力著) ‘인체 및 척추동물 신경계통의 조직학(1904)’은 출간 이후 꾸준히 개정·번역판으로 출판되고 있으며, 2017년에는 ‘The Beautiful Brain : The Drawings of Ramon y Cajal’이라는 제목의 영문판 서적이 출간되었다.
또한 페드로 라몬 이 카할(Pedro Ramon y Cajal), 피오 델 리오-오르테가(Pio del Rio-Hortega), 페르난도 데 카스트로(Fernando de Castro) 등에 의해 형성된 ‘카할 학파’는 카할의 과학적 성과를 한층 더 보완·확장시켰으며, ‘카할 학파’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과 스페인 신경조직학 학파의 기록물’은 현대 신경과학사의 유일무이한 저작물로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전인경의 뉴로 만다라
화가 전인경은 뇌과학자 카할의 신경세포 드로잉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뉴로 만다라(Neuro Mandala)’ 연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만다라’는 ‘본질의 것’ 또는 ‘우주의 완전성’이라는 뜻의 불교·힌두교 미술로서, 정신분석학자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에 의해서 미술심리치료의 중요한 방법으로 제안되었다.
전인경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한 후, 고(故) 만봉 스님(무형문화재 48호, 1910~2006)을 사사하여 불화와 단청을 학습하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자신의 미적(美的) 세계관에서 ‘만다라’를 각별한 테마로 삼았다. 그리고 100여 년 전 카할의 신경세포 드로잉과 ‘만다라’를 결합한 ‘Neuro Mandala – Hommage to Cajal’ 연작을 통해 카할에 대한 ‘예술적 존경’을 표하며, 새로운 과학예술의 장을 열었다.
전인경 작가의 작품에 대해 ‘미학의 뇌(원제: The Aesthetic Brain: How We Evolved to Desire Beauty and Enjoy Art)’를 번역한 미술평론가 심희정은 “’뉴로 만다라’는 예술적 상상으로 그려진 신경 체계에 대한 어떤 상이다. 거대한 은하계나 자연 세계의 어떤 단면을 연상시키며, 신경체들이 이루어내는 화면은 우주의 기원, 생성과 소멸, 접촉과 변형을 연상시키며, 수많은 차원과 관계를 말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전인경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신경 세포들의 활동을 상상합니다. 상상은 과학이나 예술에서 공통적인 사고입니다.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간 탐구의 일부분으로 시작한 작업이지만, 이 작업을 통해 얻은 것은 카할이 말한 ‘정신 생명’입니다”라고 말한다.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세계도 관계와 전달에 의해 일어나고, 인간사 또한 수많은 관계와 네트워크에 의해 형성된다. 또한 신경세포의 생장과 정지, 연결과 단절은 우주에 있는 무수한 별들의 생성과 소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신경과학과 조형언어를 융합한 전인경 작가의 과학예술에 대한 집념이 창조한 미시적(微視的) 세계와 거시적(巨視的) 세계를 동시에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녀가 보여주는 미크론(micron, 1mm의 1/1000) 단위의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세계는 실상 우주의 생성 원리와, 삼라만상(森羅萬象)의 근원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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