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가 2010년 시작한 도서관 과학 강연 행사 ‘10월의 하늘’이 오는 토요일(29일) 오후 2시, 전국 39개 도서관에서 열린다.
‘10월의 하늘(http://www.nanumlectures.org/)’은 중소도시의 어린 학생들에게 과학자를 직접 만나 과학에 대한 흥미를 얻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열리는 도서관 과학 강연 행사다.
“요즘 중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60% 가량의 학생들이 연예인이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40%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한대요.” 지난 16일, 서울 상명대학교에서 열린 ‘10월의 하늘’ 준비모임에서 상명대학교 게임학과 윤형섭 교수가 한 말이다.
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선 그 자리를 모두 연예인, 공무원이 차지했다. 그 많던 과학자 꿈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런데 여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2014년 중앙일보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http://mnews.joins.com/article/13806950#home)을 보면 아이들의 ‘희망직업’과 ‘관심직업’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희망직업으로는 10위 안에도 들지 않았던 과학자는 관심직업 5위에 등장한다. 혹시 우리가 어린 과학자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진로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직업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을 꼽는다. 대부분 학생들이 관심이 가는 직업이 있어도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쉽게 포기해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자나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의 경우 이런 현상이 매우 심하다. 이 학생들 대부분은 과학이나 수학을 좋아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 과학자나 연구원을 주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다 보니 그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과학자나 연구원이 될 수 있는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재승 교수는 “특히 지방 소도시의 경우 과학자의 이야기를 듣기는 커녕 ‘과학자’를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한다.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의 진행자로 유명한 닐 타이슨 역시 어린 시절 칼 세이건과의 만남을 통해 과학자로 성장하게 됐다. ‘10월의 하늘’은 어린 학생들에게 이 같은 ‘만남’의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한다.
'10월의 하늘'은 법인화된 조직 없이 모든 것이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 윤형섭 교수는 "지식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런 일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는 말을 했다. '10월의 하늘'에서는 강연뿐 아니라 매년 열리는 행사의 포스터, 주제곡, 뮤직비디오까지 전부 재능기부로 만들어진다. 올해 행사의 주제곡과 뮤직비디오는 가수 정지찬씨의 재능 기부로 제작됐다. 또, 행사 진행 역시 도서관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 기부로 이루어진다.
일곱 번째를 맞이한 올해 행사에는 철원부터 목포까지 전국 39개 도서관에서 행사가 열린다. 77명의 강연기부자와 29명의 진행기부자가 29일 전국 곳곳의 도서관으로 찾아간다. 1회부터 재능을 기부해온 윤형섭 교수는 “첫 번째 행사의 청중이었던 학생이 곧 재능 기부를 할 수 있을 만큼 자랐겠다”며 올해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각 도서관에서는 최대 3개의 강연이 열리며 특히 올해는 강연기부자 중 대학생(경기 연천도서관)도 있어 눈길을 끈다.
강연 참가 신청은 각 지역 도서관에서 개별적으로 받고 있으며, 연령 제한이나 참가비는 없다.
- 박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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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0-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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