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을 얻고 시작하면 늦어요. 먼저 시작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낫죠. 도발적이지만 창업할 때부터 이런 생각으로 달려왔습니다."
'부르면 오는 버스'라는 신개념의 콜버스 서비스로 창업한 박병종 콜버스 대표는 스타트업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규제 장벽과 어려움이 있지만 문제해결을 하면서 이를 헤치고 나아가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앙트십)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0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앙트십코리아 컨퍼런스(스타트업얼라이언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공동 주최, 네이버 후원)에서는 스타트업의 창업 도전기와 기업내에서의 사내기업가 도전 등 앙트십에 관한 얘기들이 쏟아졌다.
스타트업 창업이나 사내 벤처는 앙트십의 결과물일 뿐 앙트십은 매순간 불편함을 해결하고, 호기심을 해결하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업문화가 되고 인생 철학이 되기도 한다.
콜버스가 안될 이유가 뭐냐?
발표자로 나선 박병종 사장은 기자 시절, 늦은 밤 퇴근하면서 택시 승차거부를 당한 불쾌한 경험을 콜버스 창업으로 연결한 케이스다.
콜택시는 있지만 비싸고 여성의 경우 밤에 혼자타는 불안함이 존재한다. 심야버스는 노선이 8개에 불과하고 배차간격이 50분이나 돼 불편하다. 불안, 불쾌,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콜버스의 아이디어로 이어진 것이다. 택시보다 30% 저렴하고 전 노선을 달리며 같이 타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출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초 아이디어는 전세버스 공동구매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이전에 없던 서비스였기 때문에 콜택시, 버스업계 등에서 불법이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정부와 싸우고 여론전을 하면서 결국 자동차운수사업법상 합법이라는 답을 얻어냈다. 박대표는 "처음 시작한다고 할 때 '우버도 실패하고 돌아갔는데 성공할 수 있겠냐'며 다들 말리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모두가 반대하는 생각을 던지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라는 피터 틸의 말처럼 분명히 사업 기회가 있다는 확신을 했다"고 말했다.
콜버스는 현재 17대의 고급 중형 버스로 서울지역 13개구를 운행 중이며 차량을 늘리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 시절 대형 강의실에서도 늘 맨 앞줄에 앉아 청중 질문의 90%를 독차지한 열정적인 청년의 앙트십이 스타트업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 셈이다.
대기업 구도 깨뜨린 카세어링 '쏘카'
차량을 빌려쓰는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도 렌트카 사업을 장악하고 있던 금호, KT 등의 대기업 구도를 깨뜨린 사례로 꼽힌다. 쏘카 창업자인 풀러스 김지만 대표는 2012년 창업 당시 제주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가 렌트카 운행이 일상화된 제주에서 뭔가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미국의 집카(Zipcar)처럼 P2P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고 싶었지만 우리나라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렌트카 사업이라는 우회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렌트카 사업자는 법적으로 100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초기 비용만해도 20억이 넘는 큰 돈이었다. 하이브리드 신차 마케팅을 하고 싶어하는 자동차 제조사와 영리한 딜을 했다. 그 다음에는 만약 실패해도 차량을 중고차로 팔거나 다른 렌트카로 사용해도 워낙 구입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밑질 것이 없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사업의 시작이었다.
쏘카 사업이 날개를 단 것은 서울시 차량 공유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부터다. 김지만 대표는 "쏘카가 서울시 사업자로 선정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큰 소리친 사람도 있을 정도로 쟁쟁한 대기업들 사이에서 선정되는 것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돈도 안되는 어려운 사업'이라며 20~30장의 제안서를 제출할 때 쏘카는 200장이 넘는 제안서를 써낼 정도로 정성을 기울여 결국 사업자로 선정됐다.
제주에서 작게 시작한 서비스가 서울로 이어지고 전국으로 확산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렌트카 사업을 하는 모 대기업보다 2배 이상의 이용건수를 자랑하고 있다. 모바일로 편리하게 신청하고 다른 렌트카 업체와는 달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용자들의 힘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일매일이 문제 해결의 연속이며 그 과정이 기업가정신"이라며 "특히 규제가 많은 곳일 수록 혁신할 기회는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쏘카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라이드 셰어링(카풀) 서비스 기업인 풀러스를 창업하기도 했다.
다니던 직장을 뛰쳐나와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만이 기회는 아니다. 대기업 내에서도 탑다운 방식의 사업 수행이 아니라 스스로 사업의 주체가 되거나 아예 분사까지 하는 사내기업가들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에서의 앙트십' 발표자로 나선 김정태 MYSC 대표는 다양한 대기업에서의 사내기업가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웅진씽크빅 교재개발팀에 있던 김지영씨는 밤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끼고 있던 차에 친구들도 마찬가지 고민이 있음을 알게 됐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도 좋고, 부모들에게도 좋은 해결책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스토리빔이라는 상품을 만들어냈다.
불을 끄고 스토리빔을 천장에 쏘면 책 화면이 나타나고 이를 읽어주는 목소리가 나온다. 졸리고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잠이 들고 부모들은 심적 부담도 줄이고 나머지 시간을 여유있게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홈쇼핑 대박 상품으로 이어지며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의 깁블로크라는 직원은 사내기업가의 좋은 사례다. 그는 NGO들이 오히려 컨설팅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역발상으로 비영리시장을 위한 컨설팅 자회사인 액센추어 개발파트너십(ADP)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액센추어 직원 중 업무 성과가 높은 사람 중에 자원자를 골라 해외에 파견하는데 놀라운 것은 본사 복귀 후 업무 성과가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정태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은 매니저가 아닌 사내기업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있으며 아예 핵심성과지표(KPI)에 사내기업가 항목이 들어가는 기업도 있다"며 "한국에서도 지난 10월에 사내기업가 네트워킹 행사가 열리는 등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2013년 7명으로 C-LAB 조직을 만들어 사내기업가를 육성하고 있다. 시그널이라는 제품으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놈들연구소를 비롯해 이미 20개의 사내 벤처기업을 스핀오프한 성과를 갖고 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신보영 삼성전자 C-LAB 차장은 지난 4년간 C-LAB을 통해 총 3500개의 아이디어가 올라왔으며 이 가운데 146개의 과제가 추진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C-LAB 제도는 인사제도나 직급체계를 파괴해 아이디어 제안자는 누구나 LAB장이 될 수 있으며 근무공간이나 근태도 자율적이다. 현업부서에서 일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하지만 해가 갈수록 참여자도 늘고 아이디어도 좋아지면서 전반적으로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신차장은 "'실패율 90%에 도전한다'는 슬로건을 내걸 정도로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찮은 아이디어는 없고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하찮은 안목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 조인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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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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