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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송찬영 객원기자
2018-09-17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으로 대처해야" 누진제 완화 등 다양한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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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이러한 폭염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종잡을 수 없는 기후 환경을 완화하면서도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재)기후변화센터 주최로 지난 12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정책, 폭염은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는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이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주최한 '에너지전환정책, 폭염은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가 지난 12일 서울 코리아니호텔에서 개최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주최한 '에너지전환정책, 폭염은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가 지난 12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개최됐다. ⓒ 송찬영 / ScienceTimes

“올 여름 폭염은 70년 평생 처음 경험한 더위”

토론회는 강창희 (재)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강 이사장은  “70여년 동안 살면서 이번 여름과 같은 더위는 처음 겪는다”며 “기후변화정책과 에너지정책이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각의 문제점과 해결책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토론회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원전 등 기존 가치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책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이 ‘에너지전환정책, 폭염은 무엇을 남겼나’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연구위원은 먼저 IPCC 5차 보고서를 인용하며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상당히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70년경에는 사계절의 절반이 여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이 연구위원은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폭염이라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에어컨을 켜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요금 형태를 놔두는 것이 과연 적절하느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는 결국 과다한 전기 소모로 이어져 온실가스를 많이 발생시킨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정책, 경제·사회·문화 총체적 문제

이 연구위원은 “전기요금 누진제는 현재 세금과 복지, 환경 문제와 모두 연관된 복잡한 문제로서 이에 걸맞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누진제와 관련된 다양한 고민거리를 제시했다. ‘여름철 피크 때 누진제가 완화되고 폐지되면 전력수요는 문제가 없을 것인지’, ‘재난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가격수단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등이다.

이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에너지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봐야한다. 에너지 수급 구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감안한 총체적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속적 사회적 논의를 위해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대균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대책실장을 좌장으로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이근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창훈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소희 (재)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조성경 명지대 교수가 나섰다.

토론은 크게 두 가지 소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소주제는 ‘폭염 이슈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특히 누진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박광수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국민들의 전기요금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소비자 불만은 합리적이며, 국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누진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이 한전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월 소비량이 300KWh인 가구의 전기요금은 4만4390원이다.

소비량이 2배 증가해 600KWh 사용할 경우 요금은 3.1배 증가한 13만6040원이 된다. 소비량이 2배 증가했는데 요금은 3.1배 증가하는 불합리한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3단계 누진제에서 3단계 기준은 내리고 1단계 기준은 올리는 방안이 불가피하다”며 “요금이 인상되는 가구는 지금까지 원가 이하로 전기를 소비한 경우이므로 적절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송찬영ⓒ ScienceTimes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송찬영 / ScienceTimes

주택용 누진제 완화해 정상적 전력소비구조 정착돼야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도 주택용 누진제 완화 또는 폐지에 동의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 논의는 2013년의 데자뷰다. 과거 틀에서 벗어니지 못하고 맴돌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용 전력수요 비중은 전력 수요의 13% 수준이다.

이는 미국 37%, 일본 31%, 프랑스 40% 등 OECD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하며, 주택용 일인당 소비량도 1300KWh로 미국의 1/4, 프랑스 일본의 1/2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누진제 완화로 인한 주택용 전력수요의 증가는 제한적인데 반해, 요금증가 부담이 매우 커서 국민의 전력사용에 따른 과잉규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계별 대안을 제시했다.

단기적 대안은 주택용 누진율을 현행 3단계여서 2단계 이하로 조정하고, 원가이하인 1단계 요금수준과 적용구간을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중기적 대안은 피크시간대와 공휴일과 야간 등 타시간대 요금수준을 차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대별 검침이 가능한 보급형 계량시스템 설치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선택형요금, 실시간요금 등 요금구조의 다양화와 체계화가 필요하다. 이 연구위원은 요금 변동 요인의 적기반영을 위한 요금 조정 매커니즘이 제도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기후변동성, 주택용 누진제 효과 등이 반영된 수요예측기법이 개선돼야 한다. 특히 스마트 기기와 전력 빅데이터 등 이미 활용중인 기술과 수요예측을 연계해 예측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누진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도 나왔다.

시민단체 소속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산업용 대비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있으나, 지난 2012년 이후 산업용 인상, 주택용 누진제 완화 조치로 현재는 사실상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석 전문위원은 2018년 국제에너지기구 자료를 인용, 국내 산업용전기요금은 $98.5/MWh, 주택용 전기요금은 $109/MWh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이 산업용보다 1.1배 정도 높다.

이는 OECD평균인 1.7배(산업용: $92.3/MWh, 주택용 $157/MWh)와 비교되는 수치다.

스마트미터보급 통해 전력의 시간별 가치에 따라 요금 부과

그는 오히려 주택용 전기요금의 과도한 인하효과로 에너지시장 왜곡이 유발됐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산업용 경부하(심야전기)요금 문제는 산업용 요금 평균이 아닌, 원가를 무시한 계시별요금제(피크요금과 경부하요금)의 구조적 문제다. 미국이나 일본의 피크 및 경부하요금비율은 1.8배~2배 수준이나 우리나라는 약 3.4배(기본요금 포함)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선택적 심야조업이 가능한 철강, 비철금속, 시멘트 등은 혜택을 받고 있는데 비해 타업종은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석 전문위원은 “심야시간 과도한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경부하요금과 피크요금에 원가를 반영하는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주택요금의 경우 불만의 핵심은 ‘비싸다’는 것보다는 요금부과체계가 ‘불합리하다’는 것이므로 스마트미터보급을 통해 전력의 시간별 가치에 따라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대 선임연구원은 ‘수요’에 초점을 맞췄다. 발전설비를 별도로 짓지 않고, 전력소비감축을 통해 전력부족이나 정전사태를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순조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더욱 강력한 수요반응 프로그램 운용이 불가피하다”며 “태양광 발전의 경우 주간에 발전하고 야간에 발전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최대 전력수요 감축에 기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태양광발전, 기존 전력시스템 매치여부가 중요

이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어떻게 풀것인가?’를 소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이창훈 선임연구위원은 올 여름 폭염에 대한 성격을 규정했다. 7,8월 폭염은 극한 이벤트로, 2015년과 2016년 2017년이 오히려 가장 더운 해였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데, 앞선 논의들이 전기요금을 떨어뜨리는 것 만을 논의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문제는 앞으로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생활하는 방식대로 모든 나라가 한다면 전 세계가 4도 이상 오르게 된다. 폭염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하고 “국민들이 당장 더위를 참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에너지요금에 대해 온실가스 비용이나 대기요금 등 기후변화 비용을 반영해 깨끗한 에너지로 바꾸는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잡을 수 없는 기후 환경을 완화하면서도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은 과연 무엇일까? 이날 토론회는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문제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다.  송찬영ⓒ ScienceTimes
종잡을 수 없는 기후 환경을 완화하면서도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은 과연 무엇일까? 이날 토론회는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문제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다. ⓒ 송찬영 / ScienceTimes

기후변화, 에너지문제 넘어 사회 경제 문화의 문제로 확산

김소희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기후변화 완화에만 중점에 뒀으나, 이제는 적응도 중요해졌다”고 입을 뗐다.

김 사무총장은 “지금 에너지 전환 논란이 탈 원전이념이나 정치적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저탄소 친환경이란 큰틀 속에서 에너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 에너지원 선택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사회 문제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성경 국민대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조 교수는 “에너지전환을 절대선 내지 정의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면 안 된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어딘지, 왜 그 길을 가야하는지,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에너지전환을 절대선 내지 정의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것은 에너지전환 실현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덧붙이며 “‘재생에너지가 정말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만큼의 생산량을 보여줄 수 있는가’,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기존 에너지 체계의 공존은 불가능한가’ 등 실질적인 방안을 과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찬영 객원기자
3sanun@daum.net
저작권자 2018-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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