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을 요소 기술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 혁신의 청사진, 시민 참여와 사회적 공감대, 기술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등 기술 외적인 부분에 중심을 두고 전략을 짜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요소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만큼 기술 자체보다는 어떤 가치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로 논의가 진전돼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이 개최한 '2018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스마트 시대 창의와 공감의 과학기술' 행사의 특별 세션으로 마련된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토론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요소 기술의 발전 현황과 구현 사례, 향후 과제 등이 광범위하게 다뤄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발전이 급진전되고 있어 스마트 시대를 구현하는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AI의 기술의 경우 이미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영상 분류 영역의 경우 인터넷 상에 떠도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진을 랜덤하게 보여주고 어떤 사진인지를 맞추는 테스트에서 인공지능은 97%의 정확도를 보여 사람의 시각능력을 돌파했다.
또 해당 사진에 대해 자막을 자동 생성할 수 있으며, 반대로 자막에 맞게 사진이나 영상을 추출해주는 기술까지도 가능하다는 것.
의료 분야에서도 슬라이드 판독을 통한 유방암 병리 진단 테스트 결과 인간의 오진율은 3.5%인 반면 AI는 2.9%로 더 낮았으며 의사와 AI가 합심하면 0.5%로 무오류에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 보안을 위한 양자암호통신이나 중개자 없는 탈중앙집중식 거래의 신뢰를 보장하는 블록체인 기술 등도 기술 진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마치 신기술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술 외적인 부분에 있다는 견해가 쏟아졌다.
스마트시티에 대해 발표한 이인근 포스텍 미래도시연구센터장은 "오늘날 융합과 창조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도시"라며 "하지만 물감의 수가 많다고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지에 대한 청사진과 공감대없이 기술만으로는 좋은 변화를 이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대표도 거들었다. 안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융복합이며 LG가 마곡에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한 것도 융복합 연구를 본격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하고 "융복합 시대는 더 이상 기술 발전에만 포커스를 하면 안되며 기술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공급망 체인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익을 누구와 나눌 것인가 등이 훨씬 더 중요한 화두"라고 강조했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프로젝트를 소개한 박미화 포스코 ICT 상무는 기술 외적인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가치를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박 상무는 "2015년부터 3년동안 200여가지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지간한 기술은 모두 적용했다"면서 "하지만 스마트팩토리가 순항하며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요인은 기술이 아니라 의사결정자들의 주도적인 참여, 전사적인 교육과 공감대, IT와 도메인 사이드의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를 위해 전 임원이 AI, 빅데이터 과정을 3일동안 집중교육 받았고 이후 부서장이 교육을 받았으며 이후 1만 9000명 전 직원에 대한 필수 교육이 이뤄졌다.
또 프로젝트의 방향은 IT사이드에서 세웠지만 실행은 철저히 도메인을 잘 아는 현장에서 주도함으로써 협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술에 대한 태도 문제도 거론됐다.심현철 KAIST 전자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를 사례로 들며 기술에 대한 공급자나 이용자의 수용 태도 문제를 지적했다. 테슬라, 우버 자율주행 자동차가 잇따라 심각한 사고를 냈지만 엄밀히 따지면 기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술에 대한 맹신, 기술에 대한 과장 등이 중요한 원인 제공을 했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경우는 완벽하지 않은 기술을 마치 완벽한 것처럼 과장해 운전자가 맹신하도록 오도했으며 우버의 사고는 레이저 센서가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음에도 우버가 충돌방지 시스템을 꺼버렸고 운전자는 휴대폰을 보는 등 주의를 소홀히 해 빚어졌다.
심교수는 "사람들은 자동화에 대해 처음에는 긴장하며 주시하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과도하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기술 개발만큼이나 기술에 대한 수용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 현황과 적용 사례를 발표한 김종협 더루프 대표도 블록체인 역시 여러가지 오해에서 빚어진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이 완벽한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맹신과 더불어 지금까지 중개자 모델을 잘 써왔으면서도 중개자를 믿을 수 없다는 청산주의식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 조인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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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6-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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