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금에 강한 레이저 빛을 쬐었더니 금이 녹아 내렸다. 이 때 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그 움직임을 원자 수준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금이 바로 녹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나노(nano 10⁻) 크기에서 금 알갱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이 금을 녹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 원자의 세세한 움직임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상에서 얻은 통찰력은 핵융합로 개발에 필요한 물질 개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질 구조가 원자 수준에서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하면 극한 조건에서 오랫 동안 견뎌야 하는 아주 특수한 물질의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그래서 핵융합로 개발에 필요한 특수물질 뿐 아니라, 철강처리 공장, 우주선 개발 및 기타 다양한 용도로 이용하는 물질들의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SLAC 국립가속기실험실은 레이저로 쏘여 녹인 금에서 가장 상세한 원자의 움직임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핵융합로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차세대 에너지로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것과 같은 원리를 이용하는 핵융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미국 유럽 등은 핵융합 연구가 활발하다. 핵융합은 대단히 깨끗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핵융합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잘 관리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융합로 연구에 많은 국가들이 힘을 쏟고 있다.
나노 크기의 알갱이들이 먼저 발생
그런데 핵융합로를 건설하기위해서는 엄청나게 높은 열을 견기는 물질을 만들어야 한다.
SLAC의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미안젠 모(Mianzhen Mo)는 “우리들의 연구는 금을 비롯한 금속물질이 극한 조건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원자 수준에서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28일 사이언스에 발표한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모 박사는 “금이 녹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자 수준의 과정은 금속에서 균열 같은 현상이 발생할 때 단기 및 장기 손상의 모델을 더욱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SLAC가 보유한 초고속 전자카메라를 이용했다. 초고속전자회절(ultrafast electron diffraction UED)을 이용한 이 카메라는 100펨토 초의 속도로 셔터 스피드를 높일 수 있다. 펨토는 10¹⁵분의 1을 나타내는 것으로 100펨토초는 10조 분의 1초이다.
연구팀은 금이 녹기 시작할 때 처음에는 금 표면에서 나노 크기의 알갱이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부분은 금 원자가 결정 형태로 깔끔하게 정돈된 지역이다.
금이 녹을 때 이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이론적인 연구에서는 예측된 것이지만, 실제로 관찰되고 기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LAC의 고에너지밀도과학국의 시그프리드 글렌저(Siegfried Glenzer)국장은 “우리가 사상 처음으로 이 현상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글렌저 국장은 “이번 연구는 어떤 물질이 극한환경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원자 수준에서 조사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물질의 특성을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으로, 미래에 물질을 설계하는데 새로운 문을 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녹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금 결정 샘플에 레이저 빛을 쐬이고 원자의 핵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이때 UEB에서 나오는 전자빔이 탐지 도구 역할을 했다. 레이저를 쪼인 뒤 여러 번에 걸쳐 찍은 원자구조의 사진을 결합해서 연구원들은 시간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금의 구조적인 변화를 담은 자료를 만들었다.
SLAC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인 지앙 첸(Zhijang Chen)은 “레이저 빛을 쪼인지 7조~8조 분의 1초가 지났을 때 금이 액체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체 상태의 금은 사방에서 동시에 액화된 것은 아니다.
고체 금에 의해 둘러 쌓인 액체 포켓이 형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같이 고체와 고체에 두러쌓인 액체 포켓이 함께 존재하는 혼합상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액체만 남을 때 까지 계속됐다. 약 10억 분의 1초 뒤에 액체만 남아 있을 때까지 혼합상태는 계속됐다.
초고속전자회절 카메라로 관찰에 성공
바로 이같이 빠른 속도에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하는데 초고속전자회절의 특징을 이용한 장치가 사용됐다. 이 장치는 엄청나게 빠른 원자 핵의 움직임도 추적할 수 있을 만큼 정밀하다.
이와 함께 녹는 과정이 매우 파괴적이기 때문에 또 다른 장비가 필수적이다. 레이저 빛을 쬐이는 실험에서 금 샘플은 최종적으로 녹아서 기체로 변했다. 가속기 물리학자인 시지에 왕(Xijie Wang)은 “우리가 기화한 금을 다시 고체로 만들기 위해서 냉각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이렇게 얻은 금은 처음과 똑같은 구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핵 융합은 1억℃ 이상의 고온에서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창출해 내는 방법이다. 핵 분열의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 것이 핵폭탄이며, 핵 융합의 원리를 이용해서는 수소폭탄이 만들어졌다. 핵융합 에너지는 무한하며, 방사성 낙진도 생기지 않고 유해한 방사능도 적다.
핵융합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은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等價性)의 원리(E=mc²)으로 계산된다. 핵융합이 일어날 때 1억 ℃ 이상의 높은 온도가 발생하므로, 핵융합로 개발에는 고온을 견디는 물질의 개발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7-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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