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삼청동에는 과학 이야기가 퍼진다. 정독도서관에서 열리는 ‘금요일의 과학터치’ 강연에서다. 약칭 금과터. 한국연구재단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성과를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고자 연구과제 책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과학지식 나눔의 장이다. 연구자들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함께 했다.
2007년 2월 시작한 금과터는 올 1월 4일부터 새해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정독도서관에서는 그 두 번째로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빛과 표면 플라즈몬’을 주제로 기부 강연을 펼쳤다.
도입 강연부터 본 강연까지 ‘과학에 흠뻑’
본강연에 앞서 정효해 서울 구의초 교사의 도입강연이 있었다. 정 교사는 교과 과정 중 지표의 변화 내용에서 연결 된 ‘지층의 변화 과정 모형 자료 만들기’를 강의했다. 물의 흐름, 바람, 파도, 해류 등은 물론 빙하에 의해서도 진행되는 풍화작용의 사례를 설명하며 풍화작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모형 자료를 함께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완성된 작품은 풍화 전 자연과 건축물의 상태와 풍화 후 상태를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학생들은 강연 후 모형 자료를 만들며 자연 환경의 풍화 작용을 눈으로 확인해 흥미를 보였다. 강연에 참석한 임상혁 (고양 행신초 2년) 학생은 “과학자가 꿈인데 직접 만들어보니 재미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후 이병호 교수는 빛의 이중성인 파동과 입자의 개념을 설명하며 본강연에 돌입했다. 전자기파의 일종인 빛에 대한 연구의 역사를 설명했다. 이중성이 입증되기 전 빛을 ‘파동’으로 규정했던 아리스토텔레스를 잇는 역사와 ‘입자’로 규정했던 이븐 알하이삼을 잇는 역사를 강의하자 학생들은 “재미있는 '전래동화‘ 듣는 기분”이라며 흥미를 보였다.
빛을 연구한 역사에 이어 본격적으로 ‘표면 플라즈몬’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광 저장매체 기술 중 주목받는 ‘표면 플라즈몬 광학’은 빛을 더 좁은 공간에 집속하기 위한 과정이다.
빛을 공간에 집속하려면 다양한 각도의 평면파를 모아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더 짧은 파장과 더 넓은 각도의 빛을 모아도 기본 파장의 절반 이하 크기의 해상도를 가질 수 없다. 표면 플라즈몬은 금속 표면의 자유전자와 빛이 결합하여 공진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원래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유전자가 조건이 맞으면 외부 빛의 진동과 결합해 함께 진동하게 된다.
이런 표면 플라즈몬은 고전 광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고전 광학만으로는 파장 한계 이하로 빛을 통과시킬 수 없지만 표면 플라즈몬으로 결합된 빛으로는 파장 한계보다 작은 슬릿을 통과할 수 있다. 따라서 광투과성이 향상되며 3차원 분포를 가진 빛의 세기나 위상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홀로그래피 현미경의 이용도 가능하다.
이공학도를 꿈꾸는 초등학생들에게 ‘꿈의 강연’
이 교수는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케이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발명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자연과학과 공학의 차이는 자연과학의 발견을 공학이 ‘이용’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면 그것을 만들 꿈을 꾸는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과터를 비롯한 정독도서관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유익해 근처로 이사 왔다는 학부모 이해숙 씨는 “맞벌이 가정에서 방과 후에 자녀 교육을 맡길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 정독도서관에 있어 좋다”며 “특히 금과터는 강연이 수준 높고 전문가들이 무료로 강연하는 만큼 중고등학생들과 일반인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추천의 의사를 밝혔다.
한편 강연 프로그램의 수준이 너무 높아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녀와 동행한 학부모 엄유신 씨는 “도입 강연은 초등학생 수준에 잘 맞아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데 본강연은 어려웠던 것 같다”며 “좋은 목적으로 하는 기부 강연인 만큼 연령 별로 수준을 세분화해서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 이승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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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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