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현실에서 대대적인 범국민 금연운동을 통해 흡연 인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연에 성공하려면 단순히 의지를 강하게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막연하게 건강을 위해서 끊기에는 담배의 유혹이 너무나 강렬하고 오랜 습관 속에 배어 있는 터라 대체할 것을 찾기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또 금연 초기 찾아오는 불안함과 초조함, 집중력 감소와 졸림 등 금단증상을 이겨내기 어려워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정해두면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전문의들은 “자신의 니코틴 중독 정도를 정확히 진단하고, 금연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니코틴 의존 정도를 먼저 파악해야금연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자신의 니코틴 의존 정도를 진단하고 자신에게 맞는 금연치료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비법들이 수없이 많지만 실제로 금연에 완전히 성공하는 사람은 불과 5%도 안 되는데, 자신에게 좀 더 적합한 방법을 찾을수록 성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은 보통 심각하게 금연을 시도한 지 4~5번째 만에야 성공한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여러 번 실패했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도 없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곽상미 교수는 “흡연경력이 10년 이상이거나 흡연량이 하루 1갑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은 환자들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금연에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여러 번 금연에 실패했거나 금연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경우일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형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연에 실패하는 원인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흡연은 습관이 아닌 질병인 만큼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실제로 세계질병분류기호(ICD)는 흡연을 담배로 인한 정신적 행동적 장애로 분류하고 있는데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은 금연 관련 보조제나 치료제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 한 대학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한 흡연환자들을 대상으로 금연일기 쓰기, 호흡이완운동, 물 마시기 등의 금연교육을 실시한 후 3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체계적인 금연교육을 받은 사람의 금연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1배나 높았다.
곽 교수는 “보통 금연치료보조제를 이용한 금연성공률은 12주에 최고 60%까지 보고되고 있다”며 “금연은 아무리 늦어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만큼 자신에게 적합한 금연방법을 찾아 지금 당장 금연을 시작해 보라”고 강조했다.
금연하기 좋은 환경이 중요
금연 성공을 위해 실천해야 할 두 번째 방법은 금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금연에 성공하려면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술자리를 애초에 차단하거나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가정의학과 전재우 과장은 “사탕이나 껌, 견과류를 주변에 놔두고 담배 대신 섭취하거나 동네 한 바퀴 걷기, 줄넘기 등 나에게 맞는 가벼운 운동을 같이 하면 금연과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주중보다는 주말에 금연을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금연 결심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담배를 피워야만 대변을 볼 수 있다거나 담배를 피워야만 잠이 깬다는 식의 나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담배가 쾌변에 도움을 주거나 잠을 깨우는 각성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니코틴 중독에 의한 일시적인 반사작용일 뿐이므로 건 자두나 박하사탕 등을 대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 과장은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주로 마시던 사람들은 커피를 피하는 것도 흡연욕구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며 “금연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안함과 초조함, 집중력 감소와 졸림, 불면증과 짜증 등에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처음 2~3일의 금단증상을 잘 이겨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성공적인 금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먹는 음식의 종류나 금연건물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세심한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육식과 매운 음식, 짠 음식,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을 피하고 설탕이 많이 든 후식을 먹지 않는 것도 흡연 욕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과장은 “육식을 하고 싶으면 생선을 취하고 곡류, 채소, 견과,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을 기본으로 가능한 가볍게 식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술과 커피, 차, 콜라 등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지 않고 식사 후 바로 양치질을 하는 것,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15~20분간 산책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금연 효과, 본인 스스로 확인해 볼 것
금연 도중 흡연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면 금연 후 좋아진 점이 자신 무엇인지 스스로 따져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담배를 끊는다고 대단한 효과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단 12시간만 금연해도 혈액순환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등 신체는 바뀌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12시간만 금연해도 몸이 변한다는 것은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는 간단한 실험으로도 입증됐다”며 “흡연자의 입에서 역겨운 담배 냄새가 사라지는 점, 가래가 생기지 않는 점,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좀 더 가벼운 점,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 성기능이 개선되는 점 등도 금연 후 좋아지는 생리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는 실험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대상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영상 24도의 기온에서 16도인 물에 손을 담갔을 때 비흡연자는 92%가 12분 안에 손가락 온도가 다시 24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간 반면 흡연자는 단 8%만이 다시 손가락이 따뜻해졌다.또 흡연자가 1시간, 12시간 금연한 후 다시 실험을 했을 때 손가락의 혈액순환이 좋아진 비율이 각각 33%, 67%로 많아졌다.
박 교수는 “금연 후 오히려 기침과 가래가 늘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폐가 좋아지는 신호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금연 후 6개월까지의 기침은 오랫동안 손상돼 기능하지 않았던 폐의 일부 기능이 드디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담배를 끊고 난 후 살이 쪄서 걱정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당한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다. 금연을 하면 담배로 인해 증가한 심장 박동이 정상화 되면서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식욕이 정상화 돼 체중이 평균 3~5kg정도 살이 찔 수 있는데 적당한 운동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하루에 피우는 담배 한 개비가 심장에 미치는 피해는 45kg 체중이 느는 것과 비슷하다”며 “금연 후 체중 증가가 흡연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금연은 질병, 치료 필요해
금연에 성공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전문의와의 상담과 치료의 창구를 마련해 두는 것이다. 단순히 건강에 해로우니까 피우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기 쉽지 않은데 정 못 참겠다 싶으면 ‘금연보조제품의 도움을 받아야지’ 식으로 믿는 구석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금연하기가 좀 더 쉽다.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는 “니코틴 패치와 같은 기존의 금연보조제들의 성공률이 불과 20% 정도에 불과했던데 비해 바레니클린 같은 신약은 국내 임상시험에서 46.8%의 놀라운 장기 성공률을 보였다”며 “이제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는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만큼 흡연을 질병으로 인지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끊어보라”고 조언했다.
금연보조제 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은 먹는 금연약(바레니클린)이다. 금연약은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 본인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금연이 어려울 때 선택적으로 처방하는데 처방받은 환자 10명 중 2명 정도에서 속이 미식거리는 ‘구역’이 생길 뿐 커다란 부작용이 없으며 절반 가까운 환자가 금연에 성공할 만큼 높은 치료율을 보이고 있다.
또 니코틴이 함유돼 있지 않아 혹시라도 금연에 실패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해가 되는 경우도 없다. 정 교수는 “외국에서 우울증 환자가 금연약을 먹고 자살충동성이 높아졌다는 일부 보고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원인을 금연약 때문이라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금연약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므로 처방전 충분한 상담과 진단을 받으면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 박미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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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5-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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