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기업들이 꿈꾸고 있는 공학 분야 인재상은 글로벌 인재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다른 나라 문화를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재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 기업들이다.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 Neusoft이 경우 외국인 2명에 멘토 외국인 1명을 합쳐 3명의 프로젝트팀을 다수 구성한 후 기업 내 중추적인 R&D 프로젝트를 맡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일본 기업들 역시 글로벌 인재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전 세계 간부들을 대상으로 어학실력, 전문기술, 관리기술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글로벌21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주어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독일의 R&D 기업 뤼커는 해외에서 영입한 인재들이 자사 업무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회사 전체 직원 차원에서 멘토링을 지원하는 ‘동료코치 제도’를 운영중이다. 독일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 때문에 독일은 유럽 등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게재될 정도다.

글로벌 인재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측의 인재관은 언어능력 외에 다른 요소들을 지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인사 관계자는 “외국어를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필요한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 부장은 “지금 당장이라도 필요한 일을 수행하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굳이 한국인일 필요가 없다는 것. 어느 누구든지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으면 엔지니어로 뽑아 임명하겠다는 것이 기업 측 생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 우수한 공대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화케미칼은 ‘솔라 카 경진대회’를 열었다. 솔라 카(Solar Car)란 태양광을 동력으로 해서 가는 자동차를 말한다.
22개 대학 40여 개 팀이 직접 만든 솔라 카를 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입상한 학생들에게는 1천2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한화케미칼 지원 시 가산점을 얻게 됐다.
지난해 3월 수도권 16개 대학 동아리 야구팀을 모아 대학 동아리 야구대회를 열었던 두산중공업은 대회 후에도 월 1회 꼴로 대회에 참가한 대학생 팀과 사내 동호회 팀 간의 경기를 열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공계 동아리들과의 친목을 통해 저학년 때부터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전략이다.
전공 외의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동국제강은 2004년부터 서울 이외에도 사업장이 있는 부산, 인천, 포항, 충남 당진 지역의 공대생을 대상으로 매년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62명에게 2억4천8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천 명당 이공계 대학 졸업생이 2.2명이다. 일본 1.2명, 미국 0.9명, 독일 0.8명에 비해 과학기술 인력 배출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과 인력을 육성하는 대학 간에 아직도 큰 시각차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이공계 교육의 질적 저하로 대학 졸업 인력 수준이 산업계 요구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스스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기업 인사담당자들 간의 일반적인 견해다.
정부와 대학들 역시 기업 요구를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는 2000년대 들어 대학 이공계 교육 혁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200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대학 공학교육인증(ABET EC 2000)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공학교육인증제도는 과거처럼 과학, 수학, 기타 전공과목 등의 교과과정만 강조하지 않는다. 이외에 커뮤니케이션, 인성, 팀워크 등 글로벌 시민으로서 갖춰야할 능력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이런 교육으로 큰 성공을 거둔 학교가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근교의 니덤에 있는 프랭클린 W.올린 공과대학(Franklin W. Olin College of Engineering)'이란 학교다. 이 대학은 작고, 역사가 매우 짧지만 프로젝트에 기반한 교과과정으로 공학 교육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계속)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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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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