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과학자팀이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SARS-CoV-2)의 복제를 중단시킬 수 있는 기존 약물 21가지를 찾아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24일 자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SARS-CoV-2 차단 능력을 가진 약물을 찾기 위해 세계 최대의 약물 컬렉션 하나를 분석해 실험실 테스트로 항바이러스 능력이 확인된 100개 분자를 골라냈다.
이 가운데 21개 약물이 환자에게 안전한 농도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화합물 중 네 가지는 현재 코로나19 표준치료법으로 여겨지는 렘데시비르(remdesivir)와 함께 사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 샌포드 번햄 프레비스 의학발견 연구소 면역 및 발병 프로그램 책임자인 수밋 찬다(Sumit Chanda) 교수는 “렘데시비르가 입원 환자의 회복 시간을 단축시키는데 성공적인 것으로 입증됐으나,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지는 않아서 충분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찬다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감염률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코로나 첫 징후가 있는 외래환자에게 사용하거나 예방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약을 비롯해, 렘데시비르를 보완할 수 있는 저렴하고 효과적이며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을 긴급하게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동영상>

광범위한 테스트 수행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폐 생검을 통한 약물 평가, 렘데시비르와의 시너지 평가, 약물과 항바이러스 활성 간 용량-반응(dose-response) 관계 확립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테스트와 검증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복제를 차단하는데 효과가 있는 21가지 약물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발견했다.
먼저, 13가지 약물은 이전에 다른 적응증을 위한 임상시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에게도 농도나 용량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두 가지 약제 즉, 아스테미졸(astemizole, 알레르기약)과 클로파지민(clofazimine, 나병약)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었고,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관련 당국으로부터 긴급 사용 허가를 받았다.
세 번째로, 환자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사하는 임상 3상시험에 도달한 항말라리아 약인 클로로퀸 유도체 한팡친(hanfangchin) A(tetrandrine)를 포함한 네 가지 약물은 렘데시비르와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팬데믹과 싸울 수 있는 더 큰 무기고”
찬다 교수는 “발견된 많은 분자들이 이미 인체에 대한 임상적 안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옵션을 크게 확장한다”며, “과학계에 글로벌 팬데믹과 싸울 수 있는 더 큰 무기고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현재 작은 동물 모델과 인체 조직을 모방한 ‘미니 폐’ 혹은 폐 오가노이드에서 21개 화합물을 모두 테스트하고 있다. 이 테스트 결과가 유망한 것으로 판단되면 FDA와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임상시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찬다 교수는 “현재 분석에 따르면 클로파지민과 한팡친 A, 아필리모드(apilimod) 및 ONO5334가 효과적인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최고의 단기 치료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 약물들 중 일부가 현재 임상시험 중이지만, SARS-CoV-2가 약물 내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 다양한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약물 후보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약물 라이브러리에서 탐색
대상 약물들은 처음에 리프레임(ReFRAME) 약물 용도변경 컬렉션에서 1만 2000개 이상의 약물들을 고효율로 검사해 식별해 냈다.
이 컬렉션은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해 FDA가 승인했거나, 인체 안전을 위해 테스트를 수행한 가장 포괄적인 화합물 용도변경 컬렉션이다.
논문 공저자이자 차세대 의약품 창출을 위한 비영리 중개 연구소인 칼리브(Calibr)의 아르납 채터지(Arnab Chatterjee) 의약화학 부문 부회장은, '리프레임'이 긴급한 의학적 요구 특히 방치된 열대성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우리는 '리프레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에 필요한 용도변경 약물을 검색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번 약물 선별검사는 찬다 교수와 공동 연구를 수행한 홍콩대 감염병 주임교수이자 최초로 사스(SARS) 바이러스를 발견한 궉-융 유엔(Kwok-Yung Yuen) 박사와, 올 2월부터 SARS-CoV-2 바이러스를 연구해 온 홍콩대 미생물학과 슈오펭 유안(Shuofeng Yuan) 박사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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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7-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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