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광합성에 사용되는 빛의 양을 늘려 작물을 20%나 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 기술을 널리 보급하면 미래의 지구촌 식량문제 해결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버클리 국립연구소(Berkeley Lab)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 Berkeley) 및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식물들이 에너지를 만드는 광합성에서 너무 많은 빛을 받아 손상 위험이 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는 과정에 관계하는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켜 담배 수확량을 14~20% 증대시키는데 성공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7일자에 발표했다.
논문의 공동 시니어저자인 크리슈나 니요기(Krishna Niyogi) 버클리랩 연구원 겸 UC버클리대 교수(식물 및 미생물학)는 “담배를 실험 대상으로 택한 것은 다루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지만, 담배 말고도 쌀과 다른 식량 작물에 대해 유사한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변형을 시도하는 분자 프로세스들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에게는 본질적인 과정으로, 다른 작물에서도 똑같이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니요기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일리노이대 스티븐 롱(Stephen Long) 교수(식물학 및 작물과학)와 협동연구팀을 꾸렸다.

작물 엽록체의 광 보호 기구에 착안
식물들은 광합성에서 햇빛 에너지를 사용해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끌어 모아 우리가 식량이나 연료, 섬유로 사용하는 생물자원(biomass)으로 변환시킨다. 햇빛이 너무 많으면 엽록체에 있는 광합성 기구가 손상을 받을 수 있어 광 보호가 필요하다. 식물들은 이를 위해 엽록체 안에 NPQ 혹은 비광화학적 억제(nonphotochemical quenching)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NPQ는 증기기관에서 압력이 한계를 넘으면 자동으로 김을 빼는 압력 감쇄 밸브에 비유되기도 한다.
니요기 교수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에 햇빛이 너무 많이 쪼이면 마치 증기기관에서 압력이 규정치를 넘어서는 것과 같다”며, “이렇게 되면 NPQ가 켜져 과도한 에너지를 안전하게 제거한다”고 말했다. 햇빛이 없는 응달에서는 엔진 압력이 줄어들고 NPQ가 꺼지지만 이 과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마치 증기기관에서 밸브가 열려진 채 스팀이 새어나가는 것과 같아 광합성 엔진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크고 작은 작물을 조밀하게 심어놓은 농장에서는 식물들이 받는 햇빛의 정도가 매우 다양해 태양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식물들은 높은 곳에 달려있는 넓은 잎사귀나 지나가는 구름에 의해 생기는 간헐적인 응달에 적응해 효과적인 광합성을 해야 한다.

NPQ의 3개 유전자 발현 증폭시켜
니요기 교수와 그의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로리베스 레오넬리(Lauriebeth Leonelli), 스테판 가빌리(Stéphane Gabilly), 마사카즈 이와이(Masakazu Iwai) 박사는 식물이 광 보호로부터 빨리 회복되는 방법을 개발해 연구실 실험에서 개념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이들은 담배 잎에서 유전자 발현을 재빠르게 테스트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NPQ에 포함된 3개 유전자 발현을 증폭시킴으로써 NPQ가 더 빨리 꺼지고, 응달에서의 광합성 효율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작물들이 수행하는 광합성의 절반은 응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광 보호에서 빨리 회복되는 방법을 개발하면 작물 수확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일리노이대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요하네스 크롬디크(Johannes Kromdijk)와 카타르지나 글로와츠카(Katarzyna Glowacka) 박사는 세 개의 유전자를 버클리로 가져가 연구한 후 담배에 주입해 온실과 야외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빈국에 기술 무상지원
작물 생산성을 높이려는 연구는 세계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국제연합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려면 2050년까지 거의 두 배나 더 많은 식량이 생산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주요 작물 수확량은 이 같은 수요 증가에 부합할 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롱 교수는 “새로 발명된 기술이 농사 현장에 적용되려면 20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런 신기술을 지금 보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바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를 통해 산출된 신기술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빈국의 농민들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6-1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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