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기고, 걸으며 세상을 본격적으로 누비기 시작하면, 양육자들은 보다 ‘잘 놀아주는 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GettyImagesBank
첫 돌을 한 달가량 앞둔 까까(태명)는 점점 자기주장이 확실해지고 있다. 까까에게 등을 보이면 ‘어부바’라고 소리 내며 필자에게 매달린다. 그림책을 보여주면 어떨 때는 한참 들여다보지만, 때로는 저 멀리 던져버린다. 이유식이 먹기 싫은 날에는 ‘최애’ 장난감으로 꾀어 봐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뒤집기’만 해도 즐거워했던 시기를 지나 세상을 본격적으로 누비기 시작한 이 작은 아이를 보며, 어떻게 놀아줘야 이 시기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도운 것인지 궁금해질 때도 많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최고의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우선 과학 논문에서 영아들이 개월 수에 따라 평균적으로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찾아봤다.
우선, 아기가 2개월이 되면 바닥을 지지하지 않는 물건이 아래로 떨어진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직관적으로 안다. 또한, 숨긴 물건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파악한다. 또한, 이때의 아기는 양육자가 자신을 안아주려는 행동을 예측한다. 양육자가 팔을 뻗은 채 다가가면 다리를 펴고 몸을 뻣뻣하게 만든다. 안기기 쉽도록 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 2개월이 되면 아이는 양육자가 자신을 안아줄 때를 예측하고, 쉽게 안기기 위해 몸을 뻣뻣하게 만들고 팔을 들어 공간을 만드는 등 자세를 취한다. ⓒGettyImagesBank
5개월이 되면 모래나 물 등 비응집성 물질이 단단한 고체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 6개월의 아기는 상대방의 장난을 눈치챈다. 장난감을 주는 척하다가 일부러 주지 않았을 때와, 실수로 떨어뜨려 주지 못했을 때를 구분한다. 장난감을 갖지 못했다는 결론은 같지만,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해 화를 내거나 상황을 다시 기다리는 등 다른 반응을 보인다.
8개월의 아기는 양육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이를 토대로 양육자의 행위를 예측한다. 10개월의 아기는 ‘부피’를 안다. 서로 다른 양의 두 가지 식품을 제시하면, 지속적으로 더 많은 양의 식품을 선택한다. (이 연구를 보고 까까에게 큰 떡뻥(이유식을 시작한 아이들이 먹는 떡 뻥튀기 과자)과 작은 떡뻥을 제시했다. 늘 큰 떡뻥을 선택했지만, 결국엔 두 개다 먹었다.)
아이의 행위와 관련된 30년간의 학술논문을 분석한 크리스티 반말레 미국 미주리대 콜롬비아 캠퍼스 교수는 “떨어지는 컵을 잡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할 때 우리는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런 직관적인 물리학 지식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에게 말을 걸고, ‘까꿍’놀이를 하고, 안전한 물건을 만지게 하는 등 부모와 함께하는 세상과의 상호작용이 직관적인 물리학 지식을 더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18개월의 아기는 자신을 속일 때를 알아챈다. 미국 콩코르디아대 연구진은 15~18개월 유아들을 대상으로 행동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무언극(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연극)을 진행하며 아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가령, 원하는 물건을 얻었을 때 슬퍼하는 표정을 짓거나 손가락을 다친척하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식이다. 15개월의 아기들은 연구원의 상황에 상관없이 연구원의 표정에만 감정을 이입했다. 반면, 평균 18개월의 아이들은 얼굴 표정과 연구원의 상황이 일치하지 않을 때를 명확히 파악했다. 행동을 뚜렷하게 쳐다보다가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반응을 교차 확인하기 위해 함께 있는 양육자의 반응을 살폈다. 행동과 표정이 일치할 때는 공감의 반응을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사브리나 치아렐라 연구원은 “어린 영아들은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 때 양육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 경험 데이터가 축적되며 타인의 슬픔을 감지하고 이에 따라 반응하는 능력을 발달시켜 나간다”며 “부모들은 종종 억지로 행복한 표정을 지어 슬픔을 감추려 하지만 아기는 진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에 대한 고민은 과학자들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아기들이 좋아하는 놀이 법을 제시한 연구들이 꽤 있다. 대부분 당연해 보이고 또 특별하지 않은 놀이들이다. 하지만 여러 과학자들에게 이건 ‘찐’이라고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이들 놀이에 대한 신빙성이 높아진다. 과학학술지에 게재되는 학술논문은 논문을 작성한 연구자뿐만 아니라 동료 연구자들도 모두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선, 따라 하기 놀이다. 아기가 손을 흔들면 따라서 흔들고, 식탁을 치면 따라서 식탁을 치는 식이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팀이 2020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들 상이에서는 상호 열 받기 십상인 이 모방놀이를 아이들은 꽤 흥미롭게 느낀다고 한다.
연구진은 6개월의 아이를 앉혀두고 모든 행동을 똑같이 혹은 거울에 비춘 듯 반대로 흉내를 낼 때와 아기의 행동에 다른 행동으로 반응할 때의 아기의 반응을 관찰했다. 아기들은 낯선 성인의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모방할 때 더 오래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심지어 낯가림을 이겨내고 더 많이 접근하기도 했다. 상대방이 무표정으로 행동만 따라 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연구를 주도한 알리나 사우시욱 연구원은 “유아의 행위를 모방하는 것은 유아의 관심을 끌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실험에 참가한 유아의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낯선 사람과 즐겁게 ‘모방 게임’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낯가림에 상처받았을 조부모에게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음악을 들으며 함께 춤을 추는 놀이도 좋다. 영국 요크대 연구진은 생후 5개월에서 2세 사이의 영아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아기는 춤추기 위해 태어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보도자료를 통해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 리드미컬한 비트, 대화 등의 다양한 음원을 들려줬다. 유아들의 움직임은 비디오 및 모션 캡처 기술로 기록했고, 발레리나 등 전문 무용수들이 아이들이 움직임을 음악에 맞추는 정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모든 아기들이 음악에 반응하여,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을 움직이게 한 음악의 특징은 가사나 멜로디가 아닌 박자였다. 심지어 자신의 동작이 음악과 더 잘 어울렸을 때 자아도취하며(?) 더 많이 웃었다.
▲ 전자 장난감을 이용하기보다는 블록 등 전통적인 장난감을 이용한 놀이가 아이의 문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된다. ⓒGettyImagesBank
양육자들은 아이에게 빛이나 노래 등이 나오는 전자 장난감을 많이 사주고는 한다. 전자 장난감은 아이의 ‘방향 반사’를 활성화하여 주의를 끄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지나친 노출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연구진이 ‘JAMA 소아과학’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자 장난감을 이용한 놀이는 부모와 자녀의 언어적 상호 작용을 감소시킨다.
연구진은 10~16개월의 유아들과 부모로 구성된 26쌍 참가자의 집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전자 장난감(아기 노트북, 아기 휴대폰 등)과 전통적인 장난감(나무 퍼즐, 고무 블록 등) 그리고 보드 북(농장 동물, 모양 등의 주제를 가진 유아용 책)을 가지고 양육자와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녹화하여 부모-아이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자 장난감을 활용한 놀이 동안에는 양육자의 단어 사용이 현저히 적어졌다. 이와 함께 아이 역시 옹알이 등의 발성이 적어졌다. 책을 볼 때는 단어의 사용은 많았지만, 단어가 아이와의 대화로 전환되는 정도는 전통적인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보다 적었다.
연구를 이끈 드미트리 크리스타키스 연구원은 “맞벌이 등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부모와 자녀가 직접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놀이 시간의 질을 최적화하는 것이 양육에 중요하다”며 “전자 장난감은 부모와 자녀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주의를 끄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놀이 중의 대화는 유아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며 “사회력을 키우고, 문해력의 토대를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논문을 읽고 난 뒤, 까까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인 ‘구스파파’와 이제는 작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구스파파 없이도 까까는 곱게 나를 화장실에 보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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