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우주를 집약한 존재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는 인간의 신체와 기능들이 거대한 우주만큼이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사소한 질문은 인간의 신체가 갖고 있는 신비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5년 사이언스지가 창간 125주년을 맞아 선정한 우주와 자연에 대한 중요한 질문 125개는 과거 우리가 가졌던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잠을 자고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덕성은 뇌에 각인되어 있을까’ ‘우주는 유일한가’ 등 보편적 호기심을 품은 질문을 통해 과학이란 과연 무엇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세상을 이루는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 되뇐 것이다.
인간의 뇌, 영향력은 어디까지?
정재승 교수는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125개의 질문을 보면서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과연 국내 최고의 석학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해져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뇌과학자로 불리는 정재승 교수가 기획하고 강봉균, 이정모, 이현숙, 최기운 등 국내 과학자와 인문학자들이 집필한 '인간과 우주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것들'은 제목 그대로 인간과 우주에 대해 다소 무모한, 그러나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방법으로 과학을 논한다.
21세기 과학이 뇌에 집중되는 만큼 책은 뇌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이 중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생체시계에 대한 담론이다. 자명종이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라고 말하는 정재승 교수는 자명종으로 인해 생체리듬이 깨져 인간사회의 많은 착오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정 교수에 의하면 자명종은 빛에 영향을 받고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생체시계는 제대로 깨우지 않은 채, 소리로 대뇌 피질만 깨우기 때문에 사람의 일주기 리듬을 망가뜨리고 하루 종일 피곤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과연 생체시계는 우리 몸의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배가 고프면 ‘배꼽시계가 울린다’고 말하듯, 낮과 밤에 반응하는 우리의 몸에도 ‘생체시계’는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그 열쇠를 뇌에 있는 ‘시교차상 핵’에서 찾고 있다. 시교차상 핵은 빛이 눈으로 들어올 때 지나가는 좌우 신경이 교차하는 곳으로, 생체시계가 빛의 영향을 받다 보니 가장 강력한 후보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확한 답변은 내릴 수 없다. 말 그대로 위의 질문은 아직 풀지 못한 과학적 난제에 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뇌 속에 자연이 선물해 준 자명종이 하나씩 들어있는 만큼 우주와 자연이 만들어내는 빛의 조화와 운동의 흐름 속에 인간의 삶을 녹아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어찌 보면 생체리듬을 거스르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본성과 뇌
책이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은 인간의 본능과 뇌의 상관관계다. ‘망가진 뇌가 시킨 도덕적 판단은 과연 무죄인가’ ‘일란성 쌍둥이의 성격은 과연 똑같을까’ 등 도덕성과 성격을 뇌와 관련시켜 설명하고 있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은 도덕성이 심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양문화와 다르게 ‘마인드(mind)’가 뇌 보다는 마음에 있다고 말하는 국내 정서의 특성상 도덕성 역시 뇌보다는 마음과 관계된다고 보는 시선이 많은 것이다.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물리적 치수에 대한 연구를 넘어 도덕성과 수치심 등 사람이 갖는 감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이정모 교수는 몰 박사팀의 이론을 통해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몰 박사팀에 의하면 도덕적 판단에 관여하는 뇌 부위는 전전두엽과 정서적 변연계, 상측구 등 총 3가지다. 전전두엽은 도덕적 가치와 사회적 상호작용, 기대되는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정서적 변연계는 사람들의 행동선택이 갖는 보상가치를 추출한다. 마지막으로 상측구는 도덕적 장면과 연관된 환경 자극에 맞닥뜨렸을 때 나오는 정서적·사회적 기능 등을 도출한다.
이는 사람의 도덕성이 뇌의 생물적 특성과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뇌의 어느 특정 부위가 어떤 정서와 관련 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아마도 이러한 기전이 밝혀진다면 우리의 학교 교육 내 윤리에 대한 교육 틀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이정모 교수는 말한다.
책은 이외에도 유전자 조절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지, 줄기세포로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는지, 우리의 우주는 과연 유일한지 등에 대해 인문·철학적으로 질문하며 답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125개의 과학적 난제 리스트를 첨부,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되는 과학적 질문을 선보이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2-10-1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