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표방하는 대전시에서 과학과 문화가 어우러진 융합 축제가 열렸다. ‘2018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대전 엑스포시민광장과 무역전시관 일원에서 진행된 것.
‘과학과 문화의 융합! 미래를 엿보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사이언스페스티벌은 약 23만 명이 관람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타이탄 로봇 퍼포먼스 ‘인기 만점’
이번 사이언스페스티벌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타이탄 로봇이었다. 타이탄은 2004년 영국의 사이버스테인사에서 제작한 엔터테인먼트 로봇으로,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된 것이라 많은 관심을 모았다.
행사장에 거대 로봇이 등장하자 2.4m의 거대한 몸집에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타이탄이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기뻐하고, 슬픈 노래가 나오면 눈물을 흘리는 등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을 하자 많은 이들이 곧 환호하기 시작했다.
사실 타이탄은 사람이 안에서 조종하기 때문에 완전한 자율로봇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로봇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아이들에게는 미래 로봇을 향한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페스티벌 주제관에서는 5G 자율주행을 체험하는 버스, 스마트헬스케어 VR체험, 가상현실 놀이기구 체험, 가상모델하우스 체험, 재난과 재해의 혼합현실(MR) 체험 등 국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업들의 성과물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국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 '한자리'
또 드론, 로봇공학, 혼합현실(MR), 가상현실(VR), 스마트헬스, 3D프린터, IoT, 인공지능, 유전자, 공유경제 등 대전시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관련 10대 선도기술들이 소개됐다.
이륙위치로 자동복귀 및 자동비행이 가능한 드론용 충격 피해 방지 낙하산 기술, 로봇을 이용한 대중화 교육 시스템 기술, 스마트폰을 활용한 경기운영 기록 관리 시스템 기술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특히 3D프린트와 관련해서는 진공성형기가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산업 현장에서 물건을 복제할 때 주로 사용되는 진공성형기는 모형을 압축해 틀을 만들고 석고나 실리콘을 부어 똑같은 물건을 여러 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충일 3D프린팅응용연구소장은 “3D프린터로 원하는 시제품을 모형을 출력, 그것을 진공성형기로 틀을 만들면 여러 개의 시제품을 동시에 만들어 낼 수 있다. 모델링이 어려운 패턴이나 모양인 경우에는 찰흙이나 지점토로 만들어도 틀을 뜰 수 있기 때문에 콘셉트 디자인할 때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VR 체험 부스도 다양했다. 건물조감 VR 롤러코스터를 통해서는 사실적 가상공간에서 현실감 있는 지형을 체험하고 건물이나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또 뇌경색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야구공을 받아 보는 등 가상현실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스포츠 VR체험, 우리 일상생활에서의 유해물질을 화살로 쏘는 스마트헬스 관련 VR체험도 있었다.
국제과학교류전 등 체험프로그램 다양해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대덕특구에 소재한 많은 연구기관들도 참여해 행사장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나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상수도본부 수질연구소 등 대전시 산하기관과 공공기관도 많이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과학교류전을 통해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도 과학체험 프로그램으로 참가했다. 독일의 바스프사는 어린이 화학교실을 열어 사라지는 물, 매직 슬러시와 양배추로 만든 천연지시약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미국의 SEF(Science & Engineering Festival)에서는 테슬라 코일을 활용한 ‘일렉트릭 뮤지션’과 푸드 사이언스, 휴머노이드 로봇 체험, 과학과 예술의 만남 ‘가상공간 스케치북’, 마그네틱 퍼티 ‘자성슬라임’ 등 5개 프로그램이나 참여했다.
특히 일렉트릭 뮤지션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번개 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 운영자인 스티븐 시걸 씨는 “캔사스시티 미주리대학에서 테슬라 코일을 활용한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진행해 왔다”며 “테슬라 코일로 일으킨 번개가 음악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받은 학위는 없지만 전기를 주로 다루는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들을 만들고 있다. 이를 가지고 2년마다 열리는 미국 SEF에 매번 참여하고 있다”며 “드론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다양한 융합적 시도가 가능한 SEF에는 360만 명의 관람객들이 찾아올 만큼 인기가 높다”고 덧붙여 소개했다.
영재들, 다양한 탐구와 만들기로 체험부스 운영
엑스포시민광장에는 야외 체험부스가 즐비했다. 대부분은 제9회 대전영재페스티벌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이들은 과학, 융합, 수학, 발명, 정보, 인문 및 노벨 분야로 나뉘어서 탐구활동과 체험활동, 이벤트 활동을 진행했다.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2개조로 나뉘어 100여 팀이 참여했다.
대전 문정중학교 학생들은 올려놓기만 해도 100% 충전되는 스마트폰 무선충전기의 원리인 자기유도현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것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전 갑천중학교 학생들은 MR기술과 관련된 노벨 과학자로 데니스 가보르를 소개하면서 ‘혼합현실로 보는 태양계’ 체험활동을 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서도 ‘신기한 라바램프 만들기’, ‘조물조물 슬라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용암을 뜻하는 라바(Lava)램프는 물과 기름의 밀도 차이와 이산화탄소 기체가 만든 기초의 성질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체험부스가 끝도 없이 펼쳐졌지만, 각 부스마다 체험을 하려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룰 만큼 높은 체험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21일 오후에 진행된 허팝연구소 과학실험 공연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허팝연구소는 기발한 실험들로 과학적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인기가 높다.
이밖에 청년셰프 페스티벌이 열려 음식에 숨어 있는 과학이야기를 알아보면서 맛있는 음식도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과학자들의 토크박스 X-STEM이 기초과학연구원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요즘 것들과 과학 대화’란 주제로 진행된 X-STEM는 젊은 과학자들과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 간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됐다. 아울러 가속기, 로봇,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분야별 주제로 재미있는 과학이야기와 신기한 실험 등을 진행해 참가 학생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8-10-2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