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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05-28

고혈압 일으키는 유전자 발견 단지증과 심한 고혈압 함께 발현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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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고혈압은 심한 합병증이 나타나기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소홀히 하기 쉬운 질환이다.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이 앓고 있을 만큼 환자가 많고, 뇌혈관질환과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등 치명적인 질병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혈압 측정값이 기준치(120/80㎜Hg)보다 높다면 반드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만성 신장(콩팥) 질환, 대동맥 협착증, 내분비계 질환 및 약물 등에 의해 혈압이 높아지는 이차성(속발성) 고혈압과, 원인 질환이 없는 데도 높은 혈압을 나타내는 일차성(본태성) 고혈압으로 나누어진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90% 이상은 본태성 고혈압 환자로서, 이 본태성 고혈압의 근본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년간 5개국의 단지증 환자 여섯 가족 분석

최근 독일과 미국 등 다국적 연구진의 협동연구 결과 유전질환인 단지증(短指症) 내력을 가진 가족들에게서 고혈압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발견돼 고혈압의 원인 규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 5월 11일]

연구에 참여한 터키의 단지증 증상 가족들은 단지증이 나타나면 젊어서부터 심한 고혈압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가족들에게 단지증은 항상 고혈압과 함께 유전돼 왔다. 사진 위는 단지증 증후군 여성의 손 부위 사진, 아래는 건강한 여성의 사진 (Photo: Hakan Toka/ Copyright: MDC)
연구에 참여한 터키의 단지증 증상 가족들은 단지증이 나타나면 젊어서부터 심한 고혈압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가족들에게 단지증은 항상 고혈압과 함께 유전돼 왔다. 사진 위는 단지증 증후군 여성의 손 부위 사진, 아래는 건강한 여성의 사진 (Photo: Hakan Toka/ Copyright: MDC)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이 연구는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미국과 터키, 프랑스, 남아메리카에서 각각 한 가족, 캐나다에서 두 가족 등 모두 여섯 가족의 단지증 가계를 대상으로, 독일 베를린의 막스 델브뤽 분자의학센터와 샤리테 의대의 연합연구기관인 실험임상연구센터(ECRC)를 비롯한 독일의 여러 대학 연구팀과 미국의 유타대, 밴더빌트 의대 및 스위스, 호주, 중국 등의 여러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 단지증 가족 가운데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정상보다 짧은 단지증 증상(brachydactyly type E)을 가진 이들은 유전성 고혈압도 함께 발현시키는 변형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앓고 있는 고혈압은 특히 증세가 매우 심해서 140/90 mm Hg을 평균 50 mm Hg나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50세 이전에 뇌졸중 등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 대상이 된 여섯 가족들에게서는 생체 내의 가수분해 효소인 포스포디에스터라아제-3A(PDE3A)를 부호화하는 유전자에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가 있는 것이 발견됐으며, 이 돌연변이는 항상 고혈압과 함께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 뼈에서 단지증 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4년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연구진은 지금처럼 신속하게 유전질환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광범위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없어서 고전했다. 그러다 1996년 질병의 원인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염색체 부위를 분별하기 위해 건강인의 유전자와 질환 보유 가족들의 유전자를 비교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최근 들어 여러 단지증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의 DNA를 전부 분석할 수 있게 됨으로써 여러 나라에 있는 여섯 가족 개개인의 유전자와 6개의 서로 다른 ‘점 돌연변이’를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PDE3A가 cAMP 양 조절해 두 질환 동시에 나타나

어떻게 하나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고혈압과 단지증 같은 서로 상이한 두가지 질환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을까.

ECRC 연구진은 PDE3A 유전자가 각 세포에 나타나는 두 가지 보조 메신저 단백질인 cAMP(사이클릭 아데노신 모노포스페이트)와 cGMP(사이클릭 구아노신 모노포스페이트)의 양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두 단백질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통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또한 PDE3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PDE3A 효소를 과잉 분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다량의 cAMP가 뉴클레오티드인 AMP로 바뀌게 되고, 세포는 cAMP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 그 결과 작은 동맥의 혈관 벽에 있는 부드러운 근육세포가 크게 나뉘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런 증식 현상은 동맥 혈관 근육층을 두껍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혈관 자체가 좁아지고 딱딱하게 되면서 결국 고혈압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동맥 근육세포에 cAMP의 농도가 매우 적으면 혈관이 점차 좁아지게 된다.

다음으로 cAMP 농도가 줄어들면 사지의 뼈 발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단지증(타입 E) 골격 변형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PTHLH(parathyroid hormone-like hormone)로 알려져 있다. 연골세포에서 cAMP에 의해 활성화되는 전사 인자(CREB)는 유전자가 전사돼 연골세포의 성장을 이끌도록 하는 책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연골세포에서 cAMP가 부족하면 이 메커니즘이 방해를 받아 손바닥 뼈나 발바닥 뼈가 짦아지는 단지증을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세포의 신호 변환이 달라지면서 하나의 돌연변이가 같은 사람에게서 두 가지의 특성을 보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혈압의 경우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신장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고 이것이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연구 대상 단지증 가족들의 고혈압은 식사와는 무관하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PDE3A가 고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함으로써 PDE3A를 발현시키는 PDE3 억제제 개발 등을 크게 자극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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